최민식 "'맨 끝줄 소년' 처음엔 긴가민가, 열띤 반응 좋아"

[인터뷰]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최민식 배우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최현욱)'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2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허문오 역의 최민식과 만나 작품 전반과 연기 인생에 대한 소탈한 대화를 나누었다.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의 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 '맨 끝줄 소년'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로는 프랑소와 오종의 <인 더 하우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문학적 정서와 윤리성이 짙게 깔린 원작과 관음 본능을 살린 영화와 달리, 한국 시리즈의 각색은 말의 무게에 방점을 두고 민낯을 파헤치는 스릴러적 서스펜스가 돋보인다.

"작품 의도에 호응해 주신 거 같다"

 최민식 배우
최민식 배우넷플릭스

최민식은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이라 사실 긴가민가 했다고 운을 떼었다. 그는 "속도감 있는 전개에 익숙하고 생각을 잘 안 하려는 시대에 문학적 스타일인 작품에 큰 기대를 두지 않았다"며 "다행히 작품 의도에 호응해 주신 거 같다. 굴절된 욕망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으면 했다. 열띤 토론과 비판도 가감 없이 벌여주니 좋았다"며 공개 소감을 밝혔다.

허문오는 열패감에 사로잡힌 지질한 남자다. 성공한 문인이자 친구 김수훈(허준호)을 향한 열등감, 첫사랑 안은주(김윤진)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헌신적인 아내 조현숙(진경)을 방치하며 결국 관계의 파멸을 자초한다.

그는 쉽게 납득되지 않은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인물이 허문오라고 소개했다. 최민식은 "지식인이자 교수, 창작자로서의 윤리를 벗어났다. 혹시라도 영향받을까 봐 원작,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이제 보려고 한다"며 외형적인 출세욕과 작가로서의 욕망이 혼재된 캐릭터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글을 향한 욕망도 살아 있기 때문에 이강의 독특한 형식에 빠져들게 된다. 김세윤(이진우)네 집을 모를 때는 관음에 동조하지만, 김수훈의 집안임을 알고는 대 환장 파티를 벌인다"고 덧붙였다.

최민식은 "자신과 글을 깎아내렸던 김수훈의 말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결과물의 호불호에 민감할 수 있겠지만 내면이 단단했다면 웃어넘겼을 일"이라고 설명하며 허문오에게 김수훈은 괴롭히는 존재였다가 결국 함몰되게 만드는 단초라고 설명했다.

남편 허문오의 자질을 묻자 그는 "각자가 지닌 고통의 무게를 남들이 어떻게 재단하겠나. 허문오의 고통은 본인밖에 모른다. 작품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미친 인물로 보이지만 연기자로서 안쓰러워 감싸 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작업할 때 가장 행복"

최민식은 명실상부 한국 대중 예술계를 이끌어온 믿고 보는 국민 배우다. 연극, 드라마, 영화, 이제는 OTT까지 섭렵하며 무서운 저력을 뽐내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변했지만 오로지 작품을 향한 연기 열정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는 "작업할 때 가장 행복하다. 직장도 다녀보지 못했고 사업을 해본 적도 없고 오로지 연기밖에 못하는 바보다. 고3때부터 한 일이니까 이제는 좋고 싫고를 떠나서 여전히 행복하니 더할 나위 없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위해 연기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서 반드시 변신하겠다는 강박은 없지만 한계를 깨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갈증은 작품의 성과로 증명됐다. 최근에는 디즈니+ <카지노>를 시즌2까지 이끌어왔고, 넷플릭스로 넘어와 <맨 끝줄 소년>을 하드캐리 했다.

그는 "연기는 연주와 같다. 대사 하나하나가 음표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좋은 글과 촘촘하고 디테일한 연출이 따라오면 배우는 정확하게 연기만 하면 된다"라며 "이강의 마지막 과제를 읽던 허문오의 심정에 '대박'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며 애드리브였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해 못할 캐릭터는 없어"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스틸컷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스틸컷넷플릭스

강의실 맨 끝줄에 앉아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선생 허문오를 조정한 이강 역의 최현욱을 두고는 "스스로 고민을 거듭한 후 정확하게 파악하는 배우다. 예쁘고 든든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지금처럼 성실하게 잘해서 배우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며 칭찬했다.

한국 영화계의 세대교체의 고견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영화는 예술이자 산업이다. 팬데믹 이후 투자,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거대 비즈니스 논리에서 배우가 할 수 있는 건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라며 "미비하지만 배우는 연기를 잘하고, 연출은 시청자와 소통하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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