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위험하다. 매년 역대급 폭염을 기록하는 여름은 생존경쟁처럼 느껴진다. 그런 미래를 그린 연극이 있다. 다음 달 5일까지 대학로 스카이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나의 별>은 기후위기로 인해 여름만 남아버린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에는 학교가 단 하나만 남았는데, 전교생은 9명이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화성으로 이주한 지 오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화성으로 이주할 계획인 학생도 있다. 거대한 소음과 열기를 유발하는 로켓이 화성으로 데려다주는 유일한 장치다. 지구를 떠난 이들이 화성에서 지구의 터전을 구현하는 동안 실제 지구의 시스템은 하나씩 사라진다. 학생들은 그런 지구에서 축제를 유지하기 위해 방학 내내 공연을 준비한다.
이들은 보러 올 사람도, 보여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 맥이 빠지지만, 공연은 많은 것이 사라지는 지구에서 단 하나라도 지켜내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런 와중에 스피카가 전학을 가게 되고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간절함이 모여 끝끝내 이뤄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결국은 다시 무너질 상황을 마주한다. 과연 학생들은 무대를 꾸밀 수 있을까?
▲연극 <나의 별> 빈무대공연 종료 후의 연극 <나의 별> 빈무대 모습이다.
한별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기후 위기를 다룬 뉴스를 읽다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지구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텀블러 사용하기 등 소소한 일뿐이다. 조그만 노력이라도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고작 나 하나로 망가지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근미래를 그린 SF소설이나 공연을 보고 있자면 그 우중충한 미래가 나의 삶이 될 것 같아 불안하다.
<나의 별>의 학생들도 그런 불안을 느낀다. 그들은 모종의 이유로 지구에 남아 있다. 할머니가 화성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서 같이 남은 메구가 있고, 강아지를 두고 갈 수 없어서 남은 코코가 있다. 샤인 역시 굳이 화성에 갈 이유가 없어 지구에 남기로 한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강제 이주를 해야 하는 설정이지만, 지구에 남기로 한 학생들의 결심은 굳건하다.
그러던 중 오히려 화성에서 지구로 전학을 온 히카리가 등장한다. 화성에서 살다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관심을 받는 히카리는 그런 지구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미안함에 인사도 없이 전학을 가려는 스피카에게도 조언한다. 작별 인사를 당부하는 히카리의 모습은 지구의 마지막을 보게 될 인류를 향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나호는 스피카의 화성 이주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미안함을 느낀다. 늘 뒤처지는 것 같아 멀리했던 친구가 떠나가는 것이 자신의 탓인 것 같다고 고백한다. 스피카와 나나호의 관계는 급변하는 지구 환경을 의미한다. 오해가 쌓이고, 악화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투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이 있은 뒤 화해하는 장면을 <나의 별>은 순수하게 담아낸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스피카의 전학 전 마지막으로 공연을 한 학생들은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구 생활을 이어 나간다. 언젠가 지구는 사라지겠지만, 남아 있을 기억을 위해서 그들은 스피카 대신 히카리와 함께 연습한다.
▲연극 <나의 별> 커튼콜필자가 관람한 지난 25일 마지막 공연을 한 '샤인' 역할의 도예준 배우가 소감을 말한 뒤 전체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한별
고민을 이끄는 무대의 에너지
객석 1열에서 팔을 뻗으면 배우에게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공연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에너지는 객석을 가득 채운다. 작은 공연장임에도 큰 목소리와 몸짓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은 110분을 지루하지 않게끔 함께 이끌어간다. 왁자지껄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에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점차 그들의 진심을 확인하게 됐다.
호흡이 짧은 대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여러 명이 얽혀 있어도 부자연스럽지가 않다. 몸싸움하는 장면에서도 실제 싸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더운 여름이라는 설정에 맞게 밖에 나갔다가 오는 차례가 되면 배우들은 붉어진 얼굴에 땀을 흘리며 등장한다. 이는 관객들이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히카리의 설명에 따르면,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은 화성에 가서도 지구에서의 지명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자 학생들은 지구도 사실은 다른 행성이었을 수 있다며 흥미로워한다. 지구의 이야기는 곧 무대의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면 공연이 끝나고 그날의 무대가 사라질지 몰라도, 같은 이야기를 붙인다면 어디든 그곳이 <나의 별>의 무대가 된다.
지구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더 이상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없게 돼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다 해도 인간의 뿌리는 '지구'에 있다. 우리의 지구는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 전에 지구의 사라짐이 줄어들도록, 더 이상 학생들이 땀을 흘리지 않고도 무언가의 소멸을 막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지금의 환경을, 곁에 있는 친구를, 함께 사는 가족을 향한 애정이 우리를 노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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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위험한 지구, 전교생 9명인 학교에서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