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홍 감독은 29일(아래 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1월 열리는 2027 아시안컵까지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중도 하차를 결정했다.
이날 홍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것, 그것이 제가 해야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지난 2년 동안 저는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축구였습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떠한 설명도 어쩔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 감독은 "그래서 저는 오늘 설명보단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며 "국민여러분들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해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들의 여러분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을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홍 감독을 포함해 이강인, 김민재 등 선수 8명으로 구성된 본진은 오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홍명보 감독,두 번째 월드컵 도전서 최악의 부진
홍 감독은 2024년 7월 한국 대표팀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1무 2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홍 감독은 10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불공정 선임 논란에 휩싸이며 팬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부각됐다. 급기야 홍 감독은 부임 첫 경기였던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6승 4무의 성적으로 아시아 3차예선을 통과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이후 평가전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등 역사상 최고의 황금세대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요행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상의 조편성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48개국 체제로 확대됨에 따라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난이도는 크게 하락했다. 조3위를 차지하더라도 와일드카드로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났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르고, 몬테레이로 이동해 3차전을 소화하는 동선 또한 다른 참가국과 비교하면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 심지어 체코는 고지대 적응 없이 하루 전 과달라하라로 입성해 한국전에 임하는 상황이었다.
체코에 승리를 거두고, 멕시코에 패하며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마지막 남아공전에서 최소한 무승부만 거둬도 조2위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팀 내 에이스이자 중요도가 높은 손흥민과 이재성의 선발 제외라는 최악의 판단을 내렸다. 0-1로 뒤진 이후에는 소극적인 운영으로 일관하며 패배를 당했다. 12년 전 '알제리 쇼크'를 능가하는 참사였다.
결국 한국은 조3위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10위에 머무르며 상위 8위까지 주어지는 32강 진출 자격을 얻지 못했다. 한국의 이번 대회 최종 순위는 34위. 앞선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32개국 체제인 것을 감안할 때 32강 진출 실패는 역대 최악의 성적이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본선에서 감독직을 두 차례 맡은 건 홍 감독이 유일하다. 홍 감독은 2014년과 비교해 전혀 발전한 게 없었다. 앞선 1기 시절에는 월드컵 본선까지 1년을 앞두고 소방수로 부임했다면, 이번에는 아시아 3차 예선부터 팀을 지휘하며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플랜 A로 내세운 스리백 전술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졌고, 유연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 도중 상황 대처 또한 부족했으며, 전술 구사 능력은 본선 참가국들의 수장들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심지어 홍 감독은 남아공전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패배 원인에 대해 "왜 갑자기 이런 경기력이 나왔는지 당황스럽고, 모르겠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명예 회복을 노린 홍 감독의 두 번째 월드컵 도전은 또 다시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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