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음악의 매력, 서울 한복판에서 꽃피우다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염동교

시대와 장르 무관 다채로운 뮤직 큐레이션에 힘써온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거장 엘튼 존과 스팅이 거쳐간 공연장 언더스테이지, 전 세계 곳곳의 음악을 발굴하는 디거(Digger)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와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그룹인 윤석철 트리오가 힘을 합쳤다. 2026년 6월 25일 열린 <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 >.

명반 < 180 비츠(180Beats) >의 주인공이자 명실상부 브라질리언 뮤직 전문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관통한 브라질 대중음악, 일명 엠페베(MPB:Música PopularBrasileira)를 디제잉했다. 정규 시작 시각 전인 7시 20분여부터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1분 1초가 아까워 대기 시간부터 레코드를 틀고 있었다고. 보사노바와 삼바 등 1950-60년대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운 그는 이내 브라질 각 지방의 토속 리듬에 영미권 소울과 펑크(Funk)를 가미한 70~80년대 MPB를 큐레이션 했다.

앨범 아트마다 푸근한 얼굴을 가득 채운 브라질 소울의 거장 팀 마이아(TimMaia)의 '소세고'에 이어 그가 프로듀싱한 브라질리언 부기의 여제 산드라 사가 흘렀는데 아무래도 이 구간을 하이라이트로 꼽아야 할 것 같다.

브라질 축구 선수처럼 탄력적인 에밀리오 산티아고의 가창에 혀를 내둘렀고 희망과 화합을 노래하는 1971년도 수작 < 지저스 크리스토(Jesus Cristo) >의 '콤 마이 지 트린타(Com Mais De 30)'도 반가웠다. 어느덧 국내에도 MPB 클래식으로 자리잡은 마르코스 발레의 '에스트렐라(Estrelar)' 속 트로피컬한 분위기에 취한 청중은 미러볼이 반사한 빛의 파편을 휴대폰 카메라로 포착했다.

축구의 아픔을 음악으로 치유하다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염동교

이날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남아공에 1대 0으로 패했다. 90분 내내 참담한 경기력에 가슴엔 울분이 가득찼다. 마찬가지로 웃픈 표정의 소울스케이프는 반다 올레 브라질이라는 프로젝트 밴드의 축구 응원가 '올레 브라질(Olé Brasil)'를 소개했다. 편곡자 세자르 카마고 마리아노는 브라질리언 재즈 펑크(Funk) 명반 < 상파울루·브라질(São Paulo·Brasil) >의 주역이기도 하다.

"브라질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게 신기하다"는 소울스케이프는 이어 "좋은 음악 많이 발견했으면 좋겠다"라며 디깅의 의미를 공유했다. 이어 소울스케이프 덕에 브라질 음악에 더욱 깊게 빠졌다는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무대 위로 올랐다.

조빔과 테노리오 재조명한 윤석철 트리오

20세기 브라질 음악의 독보적 존재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1967년 출반된 < 웨이브(Wave) >의 표제곡 '웨이브(Wave)'가 들려왔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아끼는 작품이라 대중음악 웹진 IZM에 명반 칭호를 붙여 리뷰를 기고한 바 있다. "파도"라는 제목처럼 부드러이 넘실대는 리듬 위에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융화되어 트리오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마찬가지로 < 웨이브(Wave) >에 수록된 '더 레드 블라우스(The Red Blouse)'까지 최애 보사노바 음반을 라이브로 듣는 귀한 경험을 했다.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
뮤직 라이브러리 X 언더스테이지. 브라질리언스염동교

윤석철 트리오의 테노리오 주니오르의 선곡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 1964년의 유일한 리더작 < 엠발루(Embalo >의 표제곡 '엠발루(Embalo)'에선 음원 속 관악기 부재를 유려한 건반이 메웠으며, 몽환적 곡조의 '네뷸로사(Nebulosa)'에선 긴박감 넘치는 피아노 솔로가 돋보였다. 윤석철 트리오의 자작곡 'Samba de Seoul(삼바 지 서울)'은 경쾌한 리듬으로 마무리를 장식했다. 래퍼 율음이 참여한 신곡 '오션(Ocean)'이 이날 발매된 만큼 윤석철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하루였다.

수치적 자료는 아니나 근 몇 년 사이 브라질 음악의 인지도 상승을 체감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브라질 음악을 소개하는 이들과 공연장을 찾는 관객수 모두 한층 부피가 커졌다. 밑바탕엔 소울스케이프의 디제잉과 오랜 기간 브라질 음악을 전파해 온 망원동 바 빌라 마리아나, 보사노바 전도사 나희경, MPB 음반을 취급하는 신당 모자이크처럼 묵묵히 씨앗을 뿌려온 이들이 있었다. 종종 마니아에서 큐레이터로 자체 변신할 만큼 음악적 매력이 능동적 움직임을 담보하는 브라질리언 뮤직은 이역만리 한국에서 남몰래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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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