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걸>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슈퍼걸>은 2023년 톰 킹의 그래픽 노블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를 원작으로 한 슈퍼걸 솔로 무비다. 새로운 결의 슈퍼걸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롭게 리부트된 DCU 슈퍼맨 사가의 두 번째 영화다. <슈퍼맨>에서 슈퍼독 클립토를 찾으러 왔던 짧은 등장으로 기대감을 높었던 슈퍼걸의 성장을 담았다.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카라(밀리 앨콕)의 미성숙함을 중심으로 내면의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맨'이나 '우먼'이 아닌 '걸'에 머물게 된 이유가 밝혀지며,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다. 1020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듯 감각적인 음악과 스타일로 우주의 대소사에 무심한 행보가 전체적인 분위기다.
신 스틸러 클립토는 슈퍼걸의 하나뿐인 가족이자 소중한 친구로 늘 함께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텐션이 귀여움을 독차지하기 충분하다.
우주 난민의 지구 적응기
영화는 행성이 폭발해 난민이 된 우주 문제아 카라 조엘이 극심한 트라우마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매일 술에 취한 방황을 다루는데 할애한다. 우주 도적단에게 가족을 잃은 13살 루시(이브 리들리)의 복수를 도와주다가 얼떨결에 슈퍼걸로 각성하는 이야기다.
사촌 클락 켄트(데이비드 코런스웻)와 지구에서 처음 만난 카라는 방탕한 생활로 하루를 보낼 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 하지 않는다. 오랜 향수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다 스물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생일이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싶다. 더 센 술을 마시고 하루 종일 자면서 시름을 잊고 싶을 뿐이다. 그러던 중 루시를 만나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카라는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루시의 보호자가 된다. 루시는 악당 크렘(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의 손에 가족이 몰살당한 아픔을 겪었고, 카라 또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상처를 공유한다. 폭력을 좋아하지 않아 주변에서 싸움이 나도 끼어들지 않았던 카라는 루시의 손에 피가 묻는 걸 두고 보지 않는다.
밋밋하고 평범한 설정
▲영화 <슈퍼걸> 스틸컷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MCU 출신의 수장 제임스 건과 <아이, 토냐>, <크루엘라>의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의 의기투합이 만든 결과다. 크레이드 질레스피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기존 악녀의 통념을 바꾸기도 했다. 그 기대를 안고 <슈퍼걸>을 봤지만 어떠한 감흥도 느낄 수 없었고, 그저 DC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매드 맥스>의 오마주만 눈에 띄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마블의 DNA를 DC에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은 제임스 건의 <슈퍼맨>도 새롭게 출범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슈퍼걸>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익숙하고 안전한 문법으로 만들어진 <슈퍼걸>은 의미와 매력 모두를 잃었다. 자질구레한 일상을 무의미하게 보여주던 중 루시의 등장은 슈퍼걸로 각성하는 명분으로 소비될 뿐이다. 우주는 아니더라도 지구라도 지킬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적응도 못하고 사사로운 개인사를 정리하지도 못했다.
엄청난 능력을 지닌 슈퍼걸 자체의 특징이 부족하다. 천애 고아라는 태생적 핸디캡은 슈퍼맨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슈퍼맨은 아주 어릴 적 지구에 보내졌고, 슈퍼걸은 부모의 사랑을 받던 중 불가피하게 지구에 왔다는 차이일 것이다. 비극을 전혀 모른 채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란 클락은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을 받았지만 부모의 죽음과 행성 파괴를 모두 본 카라는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세상 탓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쿨한 척, 멋진 척만 할 뿐 진짜 쿨하지 못하다. 히어로의 평범함에 선뜻 응원을 보내기도 어렵다. 강력한 한방 없이 뻔한 흐름이 금세 읽히니 긴장감도 없고 결말도 궁금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을 위협하는 메인 빌런 크렘의 위압감도 크지 않다. 전체적으로 싱거운 싸움이 되어버려 굳이 영화로 나와야 했나 싶을 정도다.
전반적으로 인물의 존재감이 약하다. 그래서인지 강아지, 소녀,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추가하여 보완에 힘쓴 모습이 역력하다. 제이슨 모모아가 맡은 '로보'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의구심이 드는 캐릭터다. DC 라인의 아쿠아 맨의 이미지를 숨기려 외형의 변화를 주었지만 특별한 인상은 아니다. 영화의 활력을 불어 넣지 못하고 퇴장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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