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걸스>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훌라 걸스>는 정답에 가까운 위기극복 – 휴먼 드라마다. 난관에 봉착한 평범한 이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끈덕진 노력으로 차례로 닥치는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창출하는 기분 좋은 결말로 향한다. 영화는 정석적인 전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스포츠 영화에서 '언더독' 주인공이 걷는 경로와도 통하는 지점이다. 보는 내내 안절부절 가슴 졸이게 만들지만, 그래도 결말에는 예상 가능한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는 '왕도'적 문법에 충실하다.
하지만 실화에 바탕을 둔 드라마가 갖는 사실성과 배우들의 열연이 이런 익숙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일본을 넘어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겪어온 현재진행형 위기가 불러오는 공동체 파괴 경험이 공감대를 조성하고, 강인한 여성들의 도전이 불러오는 감동이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덕분이다. 이런 눈물샘 자극하고 온기 넘실대는 여성연대와 공동체 회복 드라마는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다.
배우 아오이 유우의 팬이라면 20살 전후의 배우가 찰랑찰랑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던 순간과 재회할 기회다. 이와이 순지의 <하나와 앨리스> 후반 발레 장면이 10대 소녀의 눈부신 찰나를 가두듯 간직했다면, <훌라 걸스>의 개인 연습 장면은 주인공이 엄마(와 지역 공동체 전체)의 반대를 의지로 돌파하는 결연함을 표상하는 성장 기록으로 매혹을 더 한다. 예측 가능한 연기라도 혼신을 다하면 감동은 퇴색하지 않는다. 긍정적 신파가 영화 전반에 가득 넘친다.
그녀들의 노력이 개화하는 찬란한 공연 장면이 피날레를 장식하지만, 이와키의 미래는 이후로도 순탄하진 않았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65년의 이듬해, 지자체를 대거 통합하며 공업과 관광 진흥으로 방향을 튼 지역은 훌라걸스 활약으로 온천이 명소가 되면서 위기를 극복했지만, 5천 명이 일하던 조반 탄광은 1976년 끝내 완전 폐광됐다. 90% 넘는 광부가 재고용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근방이라 또다시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영화의 정조는 해피엔딩에 가깝지만, 어두운 그림자는 감추지 않는다. 기미코에게 훌라 댄서가 되자고 권유한 친구 사나에는 정작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빠를 따라 홋카이도 유바리 탄광으로 향한다. 당장 호구지책은 될 테지만, 1980년대에 유바리 역시 폐광과 함께 위기에 몰린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여기 역시 관광업에 투자하지만, 이와키처럼 성공하지 못한 채 '지자체 파산'으로 이슈에 오른다. 제조업 붕괴는 대체하기 힘들다는 교훈만 남긴 채.
이젠 <훌라 걸스>와 <빌리 엘리어트>, <풀 몬티> 속 소멸하는 지역 공동체 위기가 전국적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노동이 대체될 때 제조업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고 그들의 가족과 지방 도시는 무엇으로 연명할 것인가가 사회적 화두가 되는 시점에 돌아온 영화는 예전의 밝고 낙천적인 기운에서 좀 더 음울함이 가미된 느낌이다. 그만큼 더 진한 뒷맛과 함께 돌아온 작품에서 2026년 관객은 무엇을 새롭게 채굴할지 궁금한 대목이다.
<작품정보>
훌라 걸스
フラガール
Hula Girls
2006|일본|드라마, 코미디
2026.07.01. (재)개봉|110분|12세 관람가
감독/각본 이상일
출연 아오이 유우, 마츠유키 야스코, 토요카와 에츠시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제공/공동배급 ㈜로아앤코홀딩스
▲<훌라 걸스> 포스터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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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