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달에 긴장한 사람들과 장난감, 의외의 공통점 있네

[리뷰] 영화 <토이스토리5>

 토이스토리5
토이스토리5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995년 <토이 스토리>에서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최첨단 우주전사 버즈의 등장에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봐 두려워했다. 30년이 흐른 2026년, <토이 스토리 5>는 그 익숙한 불안을 다시 꺼낸다. 다만 이번에 장난감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는 새로운 장난감이 아니라 '릴리패드'라는 태블릿 PC다.

카우보이 인형이 우주전사에게 밀려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장난감이라는 물건 자체가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 대체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는 AI 발달로 언젠가 내 쓸모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현대인들의 두려움과 묘하게 겹친다.

화면 속 '게임'과 현실의 '놀이', 그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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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장난감(아날로그)과 전자기기(디지털)가 우리에게 주는 경험의 차이를 아이들의 표정으로 명확히 짚어낸다. 화면 속 릴리패드에 코를 박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좀처럼 생기가 없다. 기기가 화려한 게임과 편리한 채팅을 쉴 새 없이 떠먹여 주는데도 말이다. 반면 손때 묻은 장난감을 쥐고 상황극을 벌이는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인다. 전자기기 속 '게임'이 짜인 규칙 안에서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형태라면, 장난감은 엉뚱한 상상력을 더해 현실의 친구와 어울리는 진짜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전자기기는 나쁘고 장난감이 최고다'라고 훈계하는 건 아니다. 영화 속에는 신형 기기에 밀려나 서랍 속에 처박힌 구형 스마트 기기들도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면 버려지고 잊힌다는 두려움은 장난감이나 전자기기나 똑같이 겪는 운명이다. 과거 주인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캐릭터 '제시'가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이유도,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서로가 결국 같은 처지임을 이해하면서, 이들은 '보니(장난감들의 주인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본질적인 목적을 공유한다. 그 결과 장난감들은 기기를 배척하는 대신, 기기의 기능을 활용해 보니가 블레이즈라는 소녀와 친해질 수 있도록 판을 깐다. 기술을 적으로 두지 않고 사람을 잇는 도구로 재정의한 것이다.

우리의 '쓸모'는 효율성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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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제시한 해법은 오늘날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장난감들이 전자기기와의 경쟁을 멈추고 '관계의 매개체'라는 본질에 집중했듯, 현실의 우리 역시 완벽한 AI와 효율성을 다투며 쓸모를 증명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효율성의 영역은 기술에 내어주고, 우리는 이를 도구 삼아 타인과 진짜 관계를 맺고 교감하는 인간 고유의 역할에 주력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보면 <토이 스토리 5>는 태블릿 PC에 밀려난 장난감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현시대 어른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 메시지로 봐도 무방하다. 결국 AI 시대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기계와 속도를 겨루는 강박이 아니라, 기기를 매개체 삼아 타인과 왁자지껄하게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아닐까. 더는 쓸모 없어질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효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대체 불가능한 것은 나와 당신이 현실에서 만들어가는 '놀이'의 순간일 테니까.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12년차 대중문화 에디터입니다.
영화 토이스토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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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 잡지와 온라인 매체,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퇴근 후에는 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이자,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남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에세이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