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짝사랑 세계> 스틸컷
미디어캐슬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짝사랑 세계>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사카모토 유지 각본, 도이 노부히로 연출이 재결합이 돋보이는 영화다. 화룡점정은 히로세 스즈, 스기사키 하나, 키요하라 카야의 시너지다. 셋은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뽐내기보다 하나의 인물처럼 보이도록 해 성장 판타지를 밀어붙인다. 빨강, 파랑, 노란색으로 매칭된 패션 스타일은 핸드메이드 질감으로 만들어져 온기와 느껴진다.
영화의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는 일본을 넘어서 세계적인 유명한 인물이다. 최근 영화 <괴물>로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고 한국에도 리메이크된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의 원작자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극의 인물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상황이 쉽게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구조를 띤다.
감독 도이 노부히로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한국에 리메이크될 만큼 사랑받은 연출가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죄의 목소리> 등 특유의 아련한 감정을 잘 포착한다.
12년 전부터 얽힌 세 인물
12년째 도쿄의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살아가는 미사키(히로세 히즈), 유카(스기사키 하나), 사쿠라(키요하라 카야)는 자매 이상의 단단한 유대감으로 연결된 사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라디오를 듣고 키를 재고 도시락을 챙긴다. 미사키는 직장, 유카는 대학교, 사쿠라는 수족관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이들은 저녁 시간에는 반드시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영화도 본다. 때로는 절친한 친구처럼,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 이상의 연대를 나눈 세 사람은 12년 전 사건으로 얽혀 있다. 반드시 듣고 싶은 말도 있고, 오랫동안 간직한 그리움도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전할 수 없는 처지다. 사랑하지만 닿을 수 없는 세계, 전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마음은 짝사랑의 형태로 영원히 닿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리는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된 세 사람은 각자의 그리운 사람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그날의 사고가 자기 탓이라 믿는 텐마(요코하마 류세이)와 잔혹한 진실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기억한다면 사라지지 않아
▲영화 <짝사랑 세계> 스틸컷미디어캐슬
영화는 닿고 싶은 세계를 홀로 짝사랑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영제 언리처블 Unreachable은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을 직설적으로 표현했지만, 원제 片思い世界는 일방적인 감정을 뜻한다. 제목만 보면 상대방을 향한 짝사랑 감정을 담았다고 착각하겠지만 감정을 인물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넓혀간 심오한 해석이 돋보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행동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어둡고 아득한 '사후 세계'가 아닌 현실과 똑같은 세계를 활용해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식이다. 죽음은 단절이나 다른 차원으로 이동이 아닌, 같은 세상을 다른 형태로 공유하는 것 아닐까. 작품 속 세 친구는 사후 세계를 떠난 사람도 똑같이 먹고 마시며 나이 드는 성장의 연장선이자 조금 엇갈린 곳쯤으로 해석하며, 서로를 아끼고 돌본다.
멕시코의 전통 의식인 죽은 자들의 날을 소재로 황홀한 사후세계를 전한 <코코>처럼 이 작품 역시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죽음'은 결코 무서운 게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 곁에 항상 존재한다고 믿도록 한다. 러닝타임 내내 '잊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영화는 고인을 추억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령의 존재를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동시에 소립자 물리학과 사카모토 유지의 상상력이 뜻밖의 희망까지 선사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기억으로 이어져 있다면 죽음은 비극이 아닌 성장과 안식의 희망이란 뜻도 전한다. 기억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영혼이라도 오늘 하루를 뜻깊게 살아갈 것이며, 잊지 않는다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합창 장면이다. 세 인물과 어린이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서 합창곡을 부른다. 아름다운 선율과 어린이들의 맑은 음색은 감정이 폭발하면서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영화가 품고 있던 희망의 메시지가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위해 요코하마 류세이는 피아노를 직접 배웠고, 사카모토 유지는 노래의 가사를 직접 쓰며 닿지 못한 세계를 동경한 애틋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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