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둔 한국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23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우니베르시타리오에서 훈련 하며 팀 동료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아공의 측면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상대가 전진한 뒤 생길 공간을 어떻게 공격하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앞선 두 경기에서 드러난 '원톱 손흥민'과 윙백 조합이라는 두 가지 전술적 고민을 먼저 복기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모두 손흥민을 최전방에 둔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두 경기에서 상반된 결과를 냈다.
체코전에서는 손흥민 원톱 전략이 적중했다. 대한민국은 전반부터 체코의 넓은 뒷공간을 향해 롱패스를 보내며 장신의 수비수들이 후방에서 계속 움직이게 했다. 손흥민은 6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이는 고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체코를 상대로 후반 체력 우위를 가져오는 포석이 됐다.
체력이 떨어진 손흥민을 후반에 과감히 빼는 선택도 적중했다. 손흥민 대신 투입된 오현규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체코의 수비를 헤집어 놓았고, 후반 막판 결승골을 터뜨리며 대한민국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반면 멕시코전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멕시코가 선수 간 간격을 좁혀 촘촘한 수비 라인을 형성하자, 손흥민의 침투를 전제로 한 공격 구조는 힘을 잃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후반 12분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하며 체코전과 동일한 교체 패턴을 반복했다. 그러나 선제골 이후 멕시코가 수비 간격을 더욱 좁히고 페널티박스 주변을 단단히 방어하자, 황인범을 비롯한 중원에서의 2선 침투까지 잘 이뤄지지 않으며 멕시코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손흥민은 체격이 좋은 센터백을 등지고 공을 받아내는 전형적인 원톱과는 거리가 있다. 멕시코전에서 전방으로 공을 보내고도 이를 지키지 못한 채 세컨드볼을 내주는 장면이 반복된 것도 이 때문이다.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현규와 손흥민의 공존이다. 중앙 스트라이커인 오현규가 상대 센터백을 묶고 공을 지켜내면, 손흥민은 원톱으로 버텨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장점인 측면에서의 침투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오른쪽의 이강인에게도 선택지가 늘어난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홀로 배치됐을 때는 수비 뒷공간을 향한 침투 패스에 공격이 지나치게 의존했다. 반면 오현규가 중앙에 자리한다면 이강인은 오현규의 발밑을 활용한 연계, 손흥민을 향한 대각선 패스, 중앙으로 향하는 크로스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남아공전에서는 오현규를 최전방에 세우고 손흥민을 왼쪽에 배치해 두 선수의 장점을 동시에 활용하는 선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홍명보호의 또 다른 딜레마는 양쪽 윙백의 조합이다.
체코전에서는 이태석이 왼쪽, 설영우가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해 합격점을 받았다. 이태석은 터치라인을 넓게 활용하며 좌측 공격의 활로를 열었고, 설영우는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오가며 이강인과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훌륭하게 흔들었다.
반면 멕시코전에서는 설영우를 왼쪽, 김문환을 오른쪽에 배치하는 변화를 줬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오른발잡이인 설영우가 왼쪽에 서면서 이재성과 동선이 겹쳤고, 결과적으로 좌측면 공격의 파괴력이 반감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따라서 다가오는 남아공전에서는 성공적이었던 체코전의 '이태석(좌)-설영우(우)' 조합으로 복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특히 체코전에서 적극적인 경합과 공격 가담을 뽐낸 이태석을 손흥민과 함께 왼쪽에 배치해, 상대 수비의 배후 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양쪽 윙백이 동시에 무리하게 전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후방 공간이 노출될 경우, 이기혁과 이한범이 남아공의 측면 공격수를 막기 위해 끌려나가며 중앙이 노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한쪽 윙백이 공격에 나서면 반대쪽 윙백은 후방에 머물며 사실상 네 번째 수비수 역할을 하는 비대칭적 구조가 필수적이다.
측면 공격이 날카로운 남아공을 상대로 이기혁의 어깨도 무겁다. 이번 대회에 깜짝 발탁된 이기혁은 풀백과 센터백,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하는 멀티 능력을 앞세워 스토퍼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록 지난 2차전에서는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아쉬운 실수가 있었지만, 스리백을 가동하는 홍명보호에서 그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자원이다. 다가오는 경기에서는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설 이태석의 배후 공간을 든든하게 커버해 주는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
되풀이된 '아프리카 징크스', 이번에는 끊을까
월드컵 무대에서 유독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고전해 온 대한민국의 징크스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통산 1승 1무 2패를 기록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4경기 모두 전반에 선제골을 헌납했고, 동시에 매 경기 정확히 두 골씩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득점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매번 초반에 리드를 빼앗기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간 것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가장 최근 2개의 맞대결인 알제리(2-4)와 가나(2-3) 모두 상대의 빠른 전환에 일격을 당하며 실점한 기억이 있다.
남아공의 장점인 빠른 측면 돌파와 속도감 있는 공격 전환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껄끄러워하는 요소다. 공을 잃은 직후 수비 대형을 신속하게 복구하고, 무엇보다 아프리카팀 상대 '4경기 연속 선제 실점'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역시 선제골이다. 한국이 먼저 골망을 흔든다면, 승리를 위해 반드시 두 골이 필요한 남아공은 라인을 한껏 끌어올려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상대 후방 공간의 노출로 이어지며, 최전방의 오현규를 기점으로 손흥민과 이강인이 넓은 뒷공간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전술적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반대로 득점 없이 팽팽한 시간이 흐르거나 남아공에 먼저 일격을 당한다면, '비기기만 해도 충분하다'던 애초의 계산은 순식간에 조급함으로 변모할 수 있다.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번번이 먼저 실점하며 흔들렸던 과거를 떠올리면, 선제골 헌납은 돌이키기 어려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남아공전에서 필요한 것은 복잡한 경우의 수도, 다른 경기장에서 들려올 요행 섞인 희소식도 아니다. '승점 1점'의 안일한 유혹을 떨쳐내고 휘슬이 울리는 순간부터 상대를 몰아붙여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그것이 태극전사들이 32강으로 향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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