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온 나라는 충격에 빠졌고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국회는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을 단행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학교 현장은 달라졌을까?
지난 16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안녕, 나의 선생님: 참교육은 없었다' 편에서는 그 차가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제주 한 중학교 교사의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서이초 사건 이후 도입된 '교권보호5법'과 '민원대응팀'이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낱낱이 짚었다.
이에 대한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해당 회차를 취재한 백인성 기자와 지난 19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백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방송 끝난 직후엔 후련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가볍지는 않아요. 방송은 현실을 움직이기 위해 만드는 건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게 정말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송 한 편으로 순식간에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제가 방송을 했다고 해서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니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 교권 침해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원래 선생님이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며 취재해 줄 수 있냐는 제보가 왔어요. 그 과정에서 2023년 서이초등학교 사건이 떠올랐어요. 그 사건 이후 법령이나 제도가 많이 생겼다고 알고 있는데, 선생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도 안 바뀌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취재를 시작했는데, 데이터를 모으다 보니 얘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거예요."
-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 취재 전에 어떻게 생각했나요? 취재하면서 새롭게 안 게 많을 것 같은데요.
"취재하기 전에는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저는 2019년에 입사해서 법조팀에만 쭉 있었거든요. 그래서 교권 침해 문제가 있고, 어떤 사건이 이슈화됐고, 제도가 많이 도입됐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직접 취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로웠죠. 만나는 선생님마다 다 새로운 얘기를 하시는데, 결국 취지를 보면 현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더라고요. 그걸 뒷받침하려고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도 다 새로웠습니다."
- 2023년에 일어난 서이초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뜨거웠잖아요. 그걸로 법이 생기기도 했고요. 그런데 달라진 게 없나요?
"사실 달라진 게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취재하면서 찾아봤는데 제도 자체는 엄청 많이 들어왔어요. 교원지위법 등 5법도 개정됐고 교권보호법이라는 게 생겼고, 실제로 민원 대응팀이라는 제도도 만들어졌죠. 그러니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법이 바뀌고 매뉴얼이 생겨도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건 전혀 다르다는 게 문제인 거죠."
- 이 아이템으로 결정하고 맨 처음에 뭐 있나요?
"일단 선생님들이 인터뷰에 응해 주실지가 제일 걱정이었어요. 선생님들 300명 정도에 전화를 돌렸는데, 응답해 주신 분이 한 30명 정도 됐고, 그중에서 인터뷰를 승낙하신 분은 10명 정도였어요. 그런데 정작 인터뷰하겠다고 결심하셨다가 안 하겠다고 번복하신 분이 그중 절반 정도였고,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겠다는 분도 태반이라 섭외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어떤 데이터를 모을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였던 고 현승준 선생님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왜 이렇게 구성했을까요?
"제도 이야기부터 하면 너무 추상적이니까 그런 거예요. 현 선생님 얘기를 한 15분 정도 끌었는데, 보통 사례가 8~9분 정도 가는 데 비하면 이례적으로 길게 다룬 거죠. 저는 이 사건이 굉장히 보통의 사례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민원이나 학교 관리자, 특정한 한 가지 요소가 영향을 준 게 아니라, 현장에 누적돼 있던 여러 문제가 조금씩 쌓여서 결국 외면당한 끝에 돌아가신 거라고 봤거든요. 지금 교실에도 이런 사례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기에 이 사건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이분 얘기를 많이 다뤘어요."
- 다큐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어떤 사건인지 소개해 주세요.
"제주도에서 벌어진 사건이에요. 한 중학교 선생님이 지난해 2025년 5월에 목숨을 끊으셨어요. 발단은 3학년 학생이 결석을 계속해서 선생님이 진단서를 계속 요구한 거예요. 그런데 그 학교에서 흡연 사건이 있었고 그 학생도 연루돼 있었는데, 선생님이 생활지도를 하자 학생 가족이 민원을 넣으면서 트러블이 생겼어요. 민원이 계속 들어오면서 선생님에게 전화도 반복적으로 왔고 교육청 신고까지 이어졌어요. 버티기 어려워진 선생님이 병가를 요청했는데 학교 측에서 내주지 않았고, 그렇게 기다리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사건입니다."
- 민원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교사가 폭언했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더 이상 담배 피우지 말라고 거센 말을 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그랬는지, 학생이 가족에게 잘못 전달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꼬아서 전달한 건지는 단정하기 어려워서 방송에는 넣지 못했어요. 다만 저희가 중요하게 본 건 민원의 계기보다는 그 뒤의 갈등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는 게 맞나 하는 점이었어요. 왜 이런 갈등을 학교 시스템이 아니라 선생님 개인이 책임지게 됐는지, 그 부분에 주목해서 방송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 (학부모와 선생님이 주고 받은) 카톡 내용 일부도 방송에서 보여주셨는데요.
"저희도 특정 학생이나 가족을 공격하는 방식이 되지 않으면 좋겠어서 되게 조심스러웠어요. 다만 저도 그 말씀에 공감하는 게, 선생님이 문자에서 계속 사과를 해요. 학생을 지도한 다음에 가족과 어떻게 해결할지 (의견을) 나누는 게 아니라 계속 항의에 응답하고 해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카톡이 많았거든요. 그게 되게 낯설었어요. 제가 다녔던 학교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고,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의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말씀하신 것처럼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같아 보였어요. 다만 그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으니 그 부분은 말을 아끼겠습니다."
- 교육청의 조사나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안 된 건가요?
"경찰이나 교육청 판단을 저희가 뒤집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 남아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방송에서 짧게 들어가긴 했는데, 대표적인 게 포렌식이었거든요. 경찰 말대로면 그 휴대폰 기종 전체를 포렌식할 수 없다는 건데 그게 저는 납득이 어려웠어요. 또 사설 업체에서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맡기지 않았다는 부분도 수사 의지 면에서 의문이 남았고요. 다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과 추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그래서 교육청 진상조사에서는 민원 대응팀의 조치가 미흡했는지에 저희가 주목했어요. 속 시원하게 풀리진 않았지만 의문이 남는 점들은 짧게라도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담았습니다."
- 사람이 사망했지만, 가해자가 없다는 거잖아요.
"맞아요. 저도 그 부분이 제일 의문이에요. 교육청을 찾아가서 감사관에게 물었어요. 사람이 죽었는데 누가 징계라도 받았냐고요. 결국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어요. 이렇게 형사처벌 없이 경징계 2명으로 마무리되면, 결국 선생님이 (의지가) 약해서 돌아가신 거라는 시선으로 흘러갈 수 있거든요. 저는 그렇게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스템이 실패해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는데, 시스템은 사람이 아니라 형사처벌도 할 수 없으니 책임을 묻기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
전국 학교의 2년 치 민원 대응 내역을 확보하셨는데요.
"그냥 관리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2년 동안 전국 초중고교에 접수된 민원이 13만 4천여 건이었는데, 가장 많은 부산이 7만 7천 건으로 절반이 넘는 수치였어요. 부산의 한 학교에서만 1840건이 들어왔는데, 365로 나누면 평일과 공휴일 가리지 않고 하루에 5건씩 꼬박꼬박 쌓인 거예요. 사실 비정상적인 수치죠. 반면 가장 적은 대전은 1년에 429건으로, 부산의 그 한 학교가 받은 민원의 5분의 1 정도였고요. 가장 많은 부산 전체와 비교하면 180배 가까이 차이가 났어요. 민원이 많다고 나쁜 게 아니고 적다고 좋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방송에도 나갔지만 지역마다 무엇을 민원으로 잡는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었어요."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KBS
- 기준이 다르다는 부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사실상 기준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법적인 정의는 있어요. 민원인이 학교에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게 법상 민원인데, 그걸 어떻게 분류할지가 현장에 자리 잡지 못한 거죠. 민원이 전부 나쁜 건 아니고, 문제는 악성 민원인데 이걸 걸러낼 기준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저희가 민원 대응팀을 가장 큰 문제로 본 이유도 이거예요. 분류 기준이 없고, 기록도 안 하고, 예산과 인력도 없어요. 제도만 있고 시스템은 없는 거죠.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조차 평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어요. 심지어 정부 자료도 없어서 국회를 통해 각 시도교육청 자료를 일일이 받아 집계했는데, 그마저도 전혀 통일이 안 돼 있었어요."
- 마지막에 예비 교사인 교대 학생들 목소리를 담으셨는데 어떤 의도일까요?
"교권 문제가 지금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교사가 될 분들에도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또 교대생분들 만나보면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동시에 학교가 날 지켜줄 것인가라는 불안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을 미래로 던지고 싶었어요. 방송은 '우리는 앞으로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나는데 이 부분을 화두로 남기고 싶어서 일부러 교대생들을 뒤로 배치했죠."
-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라 이런 의견을 드리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정당한 문제 제기와 악성 민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학교 현장에 빨리 자리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제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게 문제였더라고요. 민원 대응팀도 이름만 있을 게 아니라 인력과 예산을 갖추고 실제로 작동해야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려는 각오가 있어야 이 문제가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문자를 보면 교사들이 계속 사과를 하더라고요. 왜 이렇게까지 사과해야 하는가 의문이 드는 순간이 많았어요. 어떤 직군을 보호한다는 건 그 직군과 얽혀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교사와 가장 가까운 건 학생이니까, 교사가 안전하게 소신껏 지도할 수 있어야 학생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거죠. 저희가 계속 조심했던 건 학부모와 교사를 대립시키지 않는 거였어요. 학교가 다시 교육의 공간으로 기능하려면 뭐가 필요할지를 자문자답하며 만든 방송인데, 이 방송이 그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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