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뉴스타파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극우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계속 관심이 갔던 건 기독교가 우리 사회의 극우화에 미치는 영향력이었어요. 오랫동안 고민했던 지점을 방송으로 다룰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기독교와 극우화의 연관성이라는 주제가 가진 무게감과 복잡함이 큰 만큼 더 깊이 취재하고 본질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미비한 점이 많아서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에요. 교회 안에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배우며 자랐고, 실제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실천적인 사랑을 경험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경험 속에서 교회가 혐오와 차별의 중심에 서 있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촉발하는 주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깊어졌어요.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기독교 공동체가 역사적으로나 오늘날 현실에서나 우리 사회에 분명한 해악을 미치고 있다는 게 마음 아픈 일이었기에, 이번 주제를 더 책임감 있게 파고들고자 했습니다."
- 맨 처음에 뭐부터 했나요?
"아이템을 결정한 다음 기독교 대안학교의 다양한 사례를 취재하려고 노력했어요. 직접 기독교 대안학교에 상담받으러 가기도 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교육 과정이나 교육 내용을 사례별로 찾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이렇게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서 일부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드러나는 이념 교육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 (방송) 중간중간 성경 말씀이 나오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몇몇 목사님이나 교육자들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념을 주입하면서, 그 발언이나 행동의 근거를 성경에서 찾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맞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구절을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어떻게 해석하는 게 좋을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성경 말씀을 넣었습니다."
- 같은 성경 구절을 두고 목사님들 해석이 달라지더라고요.
"저희 다큐멘터리에서 아모스서의 한 말씀을 오프닝과 엔딩에 똑같이 사용했어요. 같은 아모스서 5장 24절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라는 말씀을 두고 보수 교회 목사라고 할 수 있는 손현보 목사님은 우리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의 세상에 저항해야 하고 이재명 정부의 종교 탄압이나 독재적 행태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반면 한국 교계에서 진보로 분류되는 경동교회 임영섭 목사님은 같은 구절을 두고 기독교인이 십자가의 정신 아래 자신을 더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경 해석은 전문 신학자나 목회자의 영역일 수 있지만, 저는 성경 말씀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경적 해석으로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건 무척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독교인이 성경을 통해 자유와 정의의 가치를 깊이 묵상하고 체득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그걸로 이재명 정부에 대한 저항을 말하거나 윤석열의 계엄을 옹호하는 건 논리적이지도 않고 기독교적인 성경 해석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혐중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 중 기독교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많나요?
"많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우선 전국 기독교 대안학교 수가 일반 학교에 비해 많지 않고, 그 학교들에 다니는 학생들이 다 극우화된 경향을 보인다고도 단언할 수 없거든요. 다만 일부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극단적인 교육을 받고 훈련된 학생들이 세이브코리아 같은 반탄핵 집회나 자유대학이 주최하는 집회에 나가는 게 확인됐어요. 극우 성향 집회에 나가는 청소년들이 다 기독교 대안학교 학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학교에서 극단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고 그런 집회에 나가는 사례는 분명히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취재된 극우 기독교 대안학교는 공교육을 완전히 부정하는 수준인 것 같아요.
"심각하게 부정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공교육이 공산주의나 친동성애에 물들어 있다는 식의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시더라고요. 성경이 공산주의와 반대되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구절이 나온다는 식으로 해석해서, 자신들의 이념을 성경으로 정당화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성경 해석이 과연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안동현 뉴스타파 PD이영광
- 방송을 보면,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기독교 대안학교에서는 역사 선생님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해고 됐다는 내용이 있어요.
"이건 제보자가 저희에게 알려준 부분인데, 김진홍 목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역사 교사가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해고하신 게 사실이냐고 물었어요. 김진홍 목사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제보자의 발언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방송에 담았습니다."
- 대안학교 이사장인 김진홍 목사 만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인터뷰하기 위해 처음에는 메일을 보내고, 다음에는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 승낙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당일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취소하시더라고요. 기다리는 중에 다른 분에게 전화가 와서 일정상 어렵다면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서면 인터뷰를 연결해 주신다는 분도 또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인터뷰를 회피하시는 것 같아서 결국 카메라를 들고 직접 찾아갔어요. 그렇게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아예 인터뷰를 거절당한 이태희 목사보다는 훨씬 개방적이고 언론에 친화적인 느낌이었어요. 뉴라이트의 대부로서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미쳤던 인물답게, 좀 더 통 크고 대범하게 언론과 이야기하려는 자세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신격화도 심한 것 같아요.
"이승만이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를 세웠다는 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이 권력을 유지하려고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공산주의 세력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것에 대해서는 올바른 평가나 반성을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이승만은 국부로 숭상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훼손한 인물로서 통렬한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이자 국가 정체성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하는 건 신격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 극우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도식화했잖아요.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이승만 신격화 같은 역사 왜곡, 다른 하나는 반동성애로 대표되는 혐오 감정의 확산이에요. 기독교인이 곧 우파이고 자유민주주의의 대표라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많이 전달하는데, 그게 반공주의 이념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반동성애를 통해 자신들의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집단에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점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도 대안학교를 개교했던데요. 직접 인터뷰도 하셨어요.
"저도 가장 배타적으로 나오실 것 같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섭외 과정이 의외로 쉬웠어요. 교회에 공식 전화로 걸어서 뉴스타파 PD인데 손현보 목사님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거든요. 그런데 전화받으신 분이 '내가 손현보 목사입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담임 목사가 공식 전화를 직접 받는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인터뷰 요청을 드리자 당장 내일모레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급하게 채비를 갖춰 부산으로 인터뷰를 갔던 기억이 납니다."
- 만났을 때 어땠나요?
"불편한 인터뷰가 될 수도 있었는데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신사적으로 응해 주셨어요. 대중 집회에서 보이는 선동적인 말투와 달리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자기 입장을 전달하려는 태도가 느껴졌고요.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 온 경험도 있고,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많이 점검해 온 분이라 사람을 잘 상대하고 불편한 상황에도 잘 대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극우화라는 첨예한 문제를 잘 요약해서 날카롭게 질문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스타일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인 것 같았습니다."
- 교육부는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교육부가) 작년과 올해 미인가 학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작년부터 기독교 대안학교에 관한 언론 보도가 계속 나왔는데, 그게 교육부 발표의 촉매제가 된 것 같아요. 미인가 중에서도 미등록 상태인 시설들을 등록으로 변경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고요. 등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파악이 이뤄질 테니,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 같은 문제가 드러나면 교육부가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겠죠. 또 미등록 상태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교육을 계속한다면 시설 폐쇄도 고려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각 교육기관이 어떤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 시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세세하고 충분하게 취재하지 못했어요. 실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을 만나는 데도 윤리적인 고민이 있었고요. 공개된 정보에는 한계가 있는데, 더 전반적인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게 이번 취재의 어려움이자 한계였던 것 같습니다."
-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이번 방송 키워드는 교육 문제와 종교 문제였는데요. 극우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라나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이끌어갈 시민으로 자라도록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는 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일부 종교 집단이 자신의 이념을 강조하면서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게 심각한 만큼, 종교는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해요. 시민사회는 종교가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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