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첫 주연이고 결과가 좋아서 만족스럽습니다. 다른 작품보다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곧 종영이라니. 빨리 끝나서 살짝 아쉬워요. 촘촘한 대본을 써주신 작가님과 섬세한 연출, 구도, 조명, 편집점, 음악까지 잘 맞아떨어지게 해주신 제작진과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의 차세계를 연기한 허남준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18일 강남의 카페에서 드라마 후일담과 캐릭터 분석법, 연기 철학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허남준은 갑자기 튀어나온 배우가 아니다. 악역과 선역까지 능수능란하게 경계를 오가는 그에게 입덕하지 않을 수 없겠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빠져들게 만드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 종잡을 수 없는 신선한 마스크를 무기로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은 인기 실감"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SBS
인기를 체감하냐는 직설적인 물음에도 당황한 기색과 옅은 웃음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예전에는 길거리를 지날 때 못 알아보시더니, 이제는 좀 알아보시더라. 친한 친구들은 칭찬이란 걸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재미있다'는 연락도 왔다. 들뜨지 않고 행복을 즐기자고 생각했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줄곧 겸손하게 말했지만 인기의 척도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출연(24일)을 예고하며 당당히 인기를 증명했다. 허남준은 3년 전 <스위트 홈> 시즌 2,3이 공개되었을 때에도 아르바이트할 정도였다. 고3 때 진로를 정하고 연극영화과(연기예술학)를 들어간 후 꾸준히 전진하는 모습을 보인 성실한 능력자다. 평소 물욕이 별로 없어 아껴 쓰고 자제하면서 살았다고 말했지만 <멋진 신세계>의 주연에 오르기까지 다사다난함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는 "작품이 끝날 때마다 '유퀴즈 언제 나가냐'고 주변에서 떠 보더라. 출연하게 되면 영광이란 생각만 품고 있었지, 막상 출연 제안을 받으니 조금은 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배우의 본질은 연기를 잘하는 것이다. 가진 것 중에서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고 유일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며 연기 원칙을 강조했다.
느좋 배우에서 대세 배우로
▲허남준 배우에이치솔리드
그래서일까. 데뷔 7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차일 그룹의 재벌 3세 차세계를 맡아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이미지를 현실로 그려내는 데 공들였다는 평가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듯 단단하지만 유독 조선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신서리에게만은 무장해제되는 순수함을 갖춘 외강내유형 테토남이다.
그는 작품 선택 계기를 두고 "가족, 이성 그 누구와도 온전한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누구도 볼 수 없는 인간적인 면모가 잘 녹아들어 가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며 "차세계의 독특한 말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과 현대를 오가는 설정이나, 익숙지 않은 말투가 적힌 대본을 읽고 난도가 높을 거라 생각했지만 잘 하고픈 욕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상시 쓰던 단어를 극대화해서 써보기도 했고,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를 입에 붙게끔 훈련했다. 친구들의 말투와 습관을 모티브 삼았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친구, 말의 타이밍이 정제되어 멋있는 친구, 매력을 느낀 친구의 말투를 따라 해 봤다"라며 "술 한잔하면서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고 비슷해진 말투를 사용한 게 도움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허남준은 차세계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재벌 3세지만 외로운 차세계를 두고 슈트를 갑옷처럼 입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사랑도 받아보지 못했고 인생을 오직 비즈니스로만 여기던 인물이었다.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나타난 거다. 거슬리고 신경 쓰이다가도 저 사람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내내 비즈니스로만 사람을 대하고 각종 논란을 몰고 다니던 차세계가 홀연히 나타난 신서리를 통해 조금씩 변화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악독한 모습과 사랑스러운 모습의 온도 차이가 중요했다며, 톤 조절도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두가 의도를 두고 접근하는데 신서리만 의도 없이 다가온다. 신서리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다"라며 "지연 선배님이 신서리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고 놀랐다. '잘하는 사람은 더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대사 NG 한번 내 본 적 없는 완벽한 모습이 존경스러웠다"며 준비된 배우라고 극찬했다.
"여전히 롤모델은 김무열"
종종 인터뷰에서 허남준은 배우 김무열이 롤 모델이라고 꾸준히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넷플릭스 <스위트 홈> 시즌 2,3에서 까마귀 부대원으로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관해 묻자 "롤 모델은 바뀌지 않았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그는 "<멋진 신세계>를 할 때도 어려워서 연락드린 적이 있다. 연기를 편하고 자유롭게 하려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호소했다. 막연한 질문을 드렸는데 좋은 답을 주셨다"며 믿는 어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멋진 신세계>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잠깐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연기로 보답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멋진 신세계>는 새로운 모습을 찾아 주었습니다. 최선을 다한 작품 중의 하나로 필모그래피에 넣어 둘 것 같고, 생각날 때 꺼내볼 수 있는 행복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계속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가 아쉬울 때도 있을 텐데요. 배우라는 직업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습니다."
한편, 허남준은 차기작으로 허진호 감독 연출의 드라마 <고래별>을 통해 독립운동가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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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기 실감... 여전히 롤모델은 김무열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