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친구 된 태블릿, 나쁘기만 할까?

[리뷰] 영화 <토이스토리5>

 영화 '토이 스토리5'
영화 '토이 스토리5'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아이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놀이터에서 뛰어놀지 않는다. 어린이들의 필수품인 장난감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놓였다. 다양한 놀거리의 역할은 어느덧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대신하고 있다. 그렇게 시대가 달라졌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픽사와 디즈니 역시 이와 같은 변화를 정면으로 응시했고, 신작의 내용에 대폭 반영했다.

세계 최초의 장편 CG 애니메이션이면서 픽사의 대표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토이 스토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어느덧 31년의 세월이 흘렀다. 3편으로 완결될 줄 알았던 시리즈는 4편의 등장과 더불어 새롭게 생명력을 부여 받았고, 이제 다섯 번째 이야기를 앞세우고 관객들을 찾아왔다.

17일 개봉된 <토이 스토리 5>는 디지털 기기의 범람 속에 점차 설 자리를 잃어버린 장난감들의 좌충우돌 모험을 그려낸다. 이를 통해 요즘 어린이들이 마주한 현실과 인간관계의 본질을 픽사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장난감의 위기
 영화 '토이 스토리5'
영화 '토이 스토리5'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토이 스토리5>의 중심에는 태블릿 '릴리패드'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우디(톰 행크스 목소리), 버즈(팀 앨런), 제시(조안 큐삭) 등 장난감 친구들이 있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던 소녀 보니는 남들처럼 스마트 기기를 갖게 되면서 '절친'이던 장난감들과 점차 멀어진다.

자연스럽게 보니의 애착 장난감이던 제시와 버즈 역시 관심 밖의 존재가 된다. 보니의 보안관 역할을 자처해 온 제시는 지난 4편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났던 우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오랜만에 힘을 합친 장난감 3인방은 보니에게 진정한 친구를 찾아주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제시와 조랑말 '불스아이'는 우연한 기회에 옛 주인 에밀리가 살던 집으로 전달된다. 이는 제시에게 오랜 기간 남아 있던 이별의 상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장난감 친구들은 과연 순탄하게 모험을 끝마칠 수 있을까?

이분법적 시각 대신
 영화 '토이 스토리5'
영화 '토이 스토리5'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토이 스토리 5>가 그리는 위기의 핵심에는 태블릿이 있다. 별다른 정보 없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신작이 스마트 기기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고발하는 작품처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은 디지털 세상은 나쁘고 예전 장난감만이 옳다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을 배제한다. 공동 연출을 맡은 앤드류 스탠튼과 맥케나 해리스 감독은 릴리패드 역시 제시와 동료 장난감들처럼 보니를 진심으로 위하는 존재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스마트 세상이 주는 편리함 뒤에 가려진 입체적인 세상과 인간적 유대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카우걸 제시는 발군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사실상 원톱 주인공에 가까울 만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극의 재미와 주제 의식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릴리패드의 등장으로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제시는 자신이 살았던 옛 터전과의 재회를 통해 추억의 의미를 되짚는다. 위기 속에서도 친구들을 규합하고 보니를 향한 진심을 잃지 않는 제시의 선택은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따라온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31년 동안 변하지 않은 가치
 영화 '토이 스토리5'
영화 '토이 스토리5'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토이 스토리 5>는 전작들에 견줄만한 굵직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어린이 보니의 주변 상황을 둘러싼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초반부 부터 동시에 전개되다 보니 살짝 산만함을 느낄 수 있다. 장난감들의 모험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 및 어른들의 현실에도 영화의 시선이 기울어진 탓에 전반적인 흐름이 전작에 비해 파편적으로 쪼개져 진행된다.

조각처럼 나눠졌던 이야기는 결국 극의 막판, 하나로 뭉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유발한다. 이는 픽사 특유의 미덕이자 동시에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여전히 장난감이 필요한 이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여전히 친구가 필요한 이유'로 확장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전작 대비 최고의 작품은 아닐지언정, <토이 스토리5>는 최선을 다해 완성된 작품으로 부를 만하다. 해를 거듭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놀거리 수단과 도구가 달라지더라도 어린이와 장난감,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가치만큼은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르는 주제곡 '아이 뉴 잇, 아이 뉴 유 I Knew It, I Knew You'가 울려 퍼지는 엔딩 크레디트를 만나는 순간 우리는 한동안 잊고 지낸 장난감들과 더불어 순수했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언제나 완벽한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반복했던 우디, 버즈, 제시의 마법은 3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토이스토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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