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한 인순이
이현파
개방된 분수대 무대에서 아티스트가 '우리는 모두가 하나'를 외치며 티켓을 사지 않은 관객에게도 삼겹살을 먹여준다. 빅뱅의 '거짓말', 샤이니의 '뷰' 등 추억의 케이팝이 울려 퍼지면, 관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후다닥 달려가 춤판을 벌인다.
올해 DMZ에서는 퀴어 축제 못지않게 무지개가 새겨진 깃발이 많이 나부꼈다. 록스타 백예린 역시 'Happy Pride Month(행복한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를 외치며 성소수자와 연대했다. 이러한 모습도 정치적인 불편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간 활동'으로 여겨진다. 끊임없이 춤을 추며 관객을 맞이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의 직원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간 활동'이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요?"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인순이의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나눈 감정은 대개 비슷했다. 관객들은 뉴진스와 가인의 노래를 부르는 57년생 디바의 모습과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성량에 경탄했다. 30대 이 되어야 비로소 공감할 수 있게 된 '친구여(조PD)'를 따라 부르며, 초등학생 때로 돌아갈 수 있었다.
페스티벌이 열린 철원 인근의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이 무대에 섰다는 인순이. '거위의 꿈'을 부르기 전, 다문화 아이들이 자신처럼 사춘기가 길지 않기를 바랐다며, 다문화 대안학교를 세운 사연을 전했다. 인순이는 "여러분 가슴 속에 박혀 있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라는 따스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 울먹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이보다 완벽한 페스티벌의 마무리는 없었으리라.
<경험의 멸종> 저자 크리스틴 로젠은 기술에 의해 매개된 경험이 인간성의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우리는 AI가 없는 삶, 스마트폰이 없는 하루가 불안하다. 그래도 그 기술들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모든 것이 3일간의 DMZ 피스트레인에 있었다. 여러 사람이 일제히 추억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흘리는 눈물, 낯선 사람과 춤을 추면서 나누는 미소 같은 것 말이다.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 일대에서 열린 2026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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