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법원 앞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카메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세기의 아이콘이자 '팝의 황제'라 불리던 마이클 잭슨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은인이자 영웅이었고, 전 세계 팬들에게는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이었던 그는 어느 순간 13세 소년을 성추행하고 납치를 기도한 혐의(10개 항목)로 기소법정에 선 피고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배심원단은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평결을 내렸다.
"무죄(Not Guilty)."
재판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뒤,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법원의 무죄 판단 자체가 아니었다. 법정은 그의 형사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 인간이 재판 과정에서 잃어버린 시간과 명예, 그리고 존엄까지 되돌려주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마이클 잭슨에게 쏟아진 시선은 용광로 속 쇳물처럼 뜨겁고도 가혹했다. 미디어는 연일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냈고, 출처가 불분명한 추측과 조회수를 노린 선정적인 제목들이 끊임없이 생산됐다.
무대 위를 지배하던 황제는 순식간에 가십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군중은 편을 나누어 각자의 손에 망치를 든 판사가 되었고, 저마다의 확신으로 그를 단죄했다. 유무죄에 대한 엄격한 법적 판단보다 군중의 감정적 심판이 훨씬 앞서 진행되고 있었다.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흔히 우리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에게 대중의 관심을 감당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법적 의미에서 공인은 공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들까지 사실상 공인처럼 취급되며, 때로는 사생활 영역까지 검증의 대상으로 놓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인물에게 실망했을 때, 그만큼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 문제는 의혹이 제기된 순간부터다. 사실 여부가 충분히 확인되기도 전에 여론은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한 번 찍힌 낙인은 진실과 무관하게 오래도록 따라다닌다. 때로는 법원의 판단보다 군중의 확신이 더 강력한 형벌로 작동하기도 한다.
대중의 기억 속에는 진실이 밝혀진 순간보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순간이 더 강하게 남는다. 아무리 해명하고 소명해도 한 번 덧씌워진 낙인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마이클잭슨이 무죄 평결을 받은 지 벌써 2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그의 삶과 재판을 다룬 이 OTT용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은 지금도 그가 결백했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았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어쩌면 이 다큐멘터리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 논쟁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시대, 우리는 과연 얼마나 사실이 확인되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이 작품은 오히려 기다림의 미덕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를 향한 질문처럼 다가온다.
우리라고 다를까
▲영화 <마이클> 중유니버설픽쳐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마이클(Michael)>을 보며,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와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한 사람의 삶은 그가 남긴 업적뿐 아니라 논란과 상처까지도 타인의 시선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그래서일까. 영화 <마이클(Michael)>을 둘러싼 논쟁은 공개 전부터 제작 과정, 그리고 개봉 이후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마이클 잭슨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어쩌면 그는 생전보다 사후에 더 많은 '재판'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법정이 아닌 사람들의 기억과 판단 속에서 말이다.
물론 유명인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민주사회에서 비판과 감시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검증과 단죄는 다르며, 의혹과 유죄 역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사실이 충분히 확인되기도 전에 군중의 법정이 먼저 열리고, 그 판결이 법원의 결론보다 오래 남는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며 믿고 사는 것일까.
마이클 잭슨의 삶이 남긴 가장 불편한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가 내린 판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질문은 비단 마이클 잭슨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의혹만으로 판단받고, 누군가는 무죄를 받고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낙인 속에서 살아갈지 모른다. 그 사람이 언젠가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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