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몬스터랑 친구 됐어'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인터뷰] 브러쉬씨어터 이길준 대표가 말하는 가족뮤지컬 〈몬스터 캠프〉

"어린이는 미래를 위해 길러내야 할 예비 관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작품을 판단하는 가장 솔직한 관객입니다."

내달초 개막을 앞두고 지난 13일 대학로에서 만난 브러쉬씨어터 이길준 대표의 말은 분명했다. 어린이 공연은 어른 공연보다 쉬워도 되는 장르가 아니라, 오히려 더 정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관객은 재미가 없으면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마음에 닿으면 온몸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그는 어린이를 '언젠가 공연장을 찾게 될 미래의 관객'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오늘의 관객'으로 바라본다는 해석이다.

브러쉬씨어터의 가족뮤지컬 〈몬스터 캠프〉(7월 3~5일, 아르코꿈밭극장)는 바로 그 관점에서 출발했다. 비밀의 숲, 캠핑, 몬스터, 사라진 친구. 이 단어만으로도 어린이 관객의 마음은 이미 무대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선다. 하지만 이 작품이 붙잡고 있는 정서는 단순한 모험담에 머물지 않는다. 낯선 존재를 두려워하던 마음이 어느 순간 친구를 찾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는 과정,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장과 공존을 경험한다.

"모험, 두려움, 친구를 찾는 마음은 모두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서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붙잡고 싶었던 것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 작품의 가장 깊은 중심에 있습니다."

객석의 구경꾼이 아니라, 캠프의 일원으로

 공연장 무대
공연장 무대ACCF

〈몬스터 캠프〉는 관객 참여형 가족뮤지컬이다. 여기서 참여는 단순히 손을 들거나 대답을 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객석에 앉아 이야기를 바라보는 관객이면서 동시에, 무대 위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캠프의 일원이 된다.

그는 어린 시절의 캠프파이어를 떠올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사람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를 듣던 순간과 캠핑장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 속으로 빠져들던 기억. 〈몬스터 캠프〉는 그 감각을 무대로 옮긴다. 무대 자체가 하나의 캠핑장이 되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몬스터가 되어보기도 하고 사라진 친구를 함께 찾아 나서기도 한다.

"아이들은 객석의 구경꾼이 아니라, 이야기를 함께 완성해가는 캠프의 일원이 됩니다."

이 말은 〈몬스터 캠프〉가 어린이 관객을 대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 속으로 들어와 관계를 만들고 사건을 움직이게 하는 것. 공연은 그렇게 '보는 것'에서 '함께 겪는 것'으로 바뀐다.

작품 속 몬스터 역시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몬스터'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를 불러낸다.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존재이고, 누군가에게는 귀여운 존재일 수도 있다. 〈몬스터 캠프〉의 몬스터는 겉모습만 보면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지닌 존재들이다. 그는 아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낯선 존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경험, 그것이 〈몬스터 캠프〉가 몬스터를 무대 위에 불러낸 이유다.

공존을 설명하지 않고, 함께 찾게 하다

 공연 장면
공연 장면ACCF

어린이 공연에서 '메시지'는 조심스럽다. 너무 앞서면 훈계가 되고, 너무 뒤로 물러서면 작품의 중심이 흐려진다. 〈몬스터 캠프〉는 '공존'이라는 말을 설명하기보다, 아이들이 그것을 몸으로 겪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품의 중심에는 '함께 찾는 과정'이 있다.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아이들과 몬스터들이 힘을 모은다. 처음에는 낯설고 무섭게만 보였던 몬스터가 시간이 지나며 가장 든든한 동료가 된다. 그 관계의 변화를 아이들은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공연 속에서 직접 경험한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 '나 오늘 몬스터랑 친구가 됐어'라는 감각이 남는다면, 그것이 곧 공존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낀 것입니다."

이 문장은 〈몬스터 캠프〉가 지향하는 어린이 공연의 방향을 압축한다.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친구를 찾는 마음이 두려움보다 커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낯선 세계도 지나갈 수 있다는 감각을 남긴다. 그것이 이 작품이 말하는 성장이다.

원작 그림책의 세계를 무대로 옮기는 과정도 흥미롭다. 원작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몬스터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상상력 가득한 그림들이 담겨 있다. 브러쉬씨어터는 이 이미지를 무대와 의상으로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동시에 아이들이 직접 몬스터를 꾸며보는 워크숍을 더했다. 원작의 상상력을 무대로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상상력이 다시 작품 안으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그렇게 무대 위 몬스터는 창작자가 일방적으로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까지 더해져 완성되는 존재가 된다.

기술은 상상력으로 들어가는 다리

 브러쉬씨어터 이길준 대표
브러쉬씨어터 이길준 대표이길준

브러쉬씨어터는 미디어, 음악, 움직임, 시각적 장치를 결합한 가족 공연을 꾸준히 만들어온 단체다. 〈몬스터 캠프〉에서도 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이 대표는 기술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작품 속 세계에 직접 들어왔다고 느끼며 상상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게 해주는 다리입니다."

아이들은 보이는 것에 빠르게 반응한다. 그래서 〈몬스터 캠프〉는 무대 위에 영상맵핑을 더해 입체적인 시각 경험을 만든다. 물리적 무대가 가진 한계를 영상으로 확장하고, 아이들이 현실의 공연장 안에 앉아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비밀의 숲과 캠핑장, 몬스터의 세계 안으로 들어왔다고 느끼게 하는 장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화려함이 아니다. 아이들이 그 장치를 통해 무엇을 상상하게 되는가, 어떤 관계를 경험하게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브러쉬씨어터가 기술을 쓰는 방식은 결국 어린이 관객의 감각을 향해 있다. 더 크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그가 말하는 어린이 공연의 핵심은 '존중의 방식'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기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동등한 창작의 파트너로 신뢰하는 것. 무대 위 모든 선택을 어린이 관객의 감각과 눈높이에서 다시 점검하는 것. 그는 그것이 브러쉬씨어터가 오늘의 관객을 만나는 태도라고 했다.

한 번의 공연을 넘어 오래 살아남는 어린이 공연을 위해

〈몬스터 캠프〉는 아르코 '어린이청소년을위한예술지원사업'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그는 이 사업의 의미를 단순한 제작비 지원으로 보지 않았다.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예술이 시장의 논리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공적 지원은 창작자에게 중요한 기반이 된다.

"어린이·가족 공연은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아르코 어린이청소년을위한예술지원사업은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예술이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가치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지원은 브러쉬씨어터가 새로운 형식과 기술적 실험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관객 참여형 공연과 영상맵핑은 충분한 개발 기간과 무대 환경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이번 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타협하지 않고 작품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르코꿈밭극장이라는 어린이·청소년 전문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는 점이다. 어린이 관객에게 맞는 환경이 갖춰진 극장에서 공연을 쌓아가는 일은 작품의 수명과 이후 재공연 가능성에도 큰 자산이 된다.

그는 어린이·청소년 공연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번의 제작 지원을 넘어 재공연과 유통까지 이어지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좋은 작품이 시즌마다 다시 관객을 만나고, 학교와 가족 관객을 꾸준히 개발하며, 극장에서 검증된 작품이 전국의 지역 극장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몬스터 캠프〉는 겉으로는 몬스터를 찾아가는 신나는 캠핑 모험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묻는다. 낯선 존재를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친구를 찾고 싶은 마음은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공연장은 아이들을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이야기의 동료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길준 대표의 말처럼 어린이는 미래의 관객이 아니다. 오늘 극장에 앉아 웃고, 놀라고, 질문하고, 때로는 무대의 흐름까지 바꾸는 가장 솔직한 관객이다. 〈몬스터 캠프〉가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감각도 어쩌면 단순하다.

"나 오늘 몬스터랑 친구가 됐어."

그 한마디가 극장 밖으로 따라 나온다면, 이 캠프는 이미 충분히 성공한 셈이다.
덧붙이는 글 브러쉬씨어터의 가족뮤지컬 〈몬스터 캠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꿈밭극장의 ‘2026 꿈밭시즌’ 참여작으로 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다. 티켓은 전석 3만 원이며, 작품은 조수경 작가의 그림책 〈위대한 몬스터 크라케루삐티아〉를 원작으로 한 관객 참여형 가족뮤지컬이다.
아르코꿈밭극장 대학로 어린이 가족뮤지컬 몬스터캠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써왔다. 월간지<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신문 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아기를 전하며,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