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존재 둘러싼 진실 공방, 스필버그 신작에 엇갈린 반응

[리뷰]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광활한 우주에는 인류만 존재하는 걸까. 우주의 위대함 앞에 티끌 같은 인류의 존재를 대입하니 겸허함이 느껴진다. 지구의 오랜 항해자 보이저호는 외계인을 만날 경우 인류 문명을 소개하는 골든 레코드를 품고 1977년 지구를 떠나 여전히 탐사 중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 사는 데 급급한 인간은 우주의 기운을 감당할 시간이 없고 그러는 사이 노장의 새 영화가 관객 앞에 도착했다. '폭로의 날' 이라는 과격한 제목과 의뭉스러운 포스터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릴 적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아버지와 함께 본 경험을 토대로 평생 잃지 않았던 우주적 관점을 신작에 집대성했다. 17살에 처음 만든 <불빛>에서 시작된 여정은 <미지와의 조우>, <E.T>를 지나 <디스클로저 데이>라는 종착지에 닿았다.

영화는 유독 '진실 추구'와 '외계인을 향한 짝사랑'에 방점이 찍혔다. 냉전 시대 포로 교환과 협상을 다룬 <스파이 브릿지>, 베트남 전쟁 비밀을 다룬 <더 포스트>와 <미지와의 조우>, <E.T>와 DNA를 공유한다. 이 두 가지를 기본 맥락으로 삼아 한국 관객에게 소구하는 바가 남다른 영화가 됐다.

누군가에게는 본인 작품을 쉽게 반복하는 안일함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곱씹어 보면 종교, 사회, 과학, 철학 등 문명과 그 이상의 확장을 더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다.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영화는 전쟁보다 더 큰 난제를 앞둔 집단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다. 79년 동안 외계인의 존재를 은폐한 조직 워덱스(WARDEX)의 수장 노아(콜린 퍼스)와 다른 노선을 탄 휴고(콜맨 도밍고)의 대립이다.

극명한 두 트랙으로 진행되지만 결국 하나의 길로 모이는 구조다. 진실을 폭로할 것인가, 은폐할 것인가를 두고 공방에 나선다. 워덱스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였던 다니엘(조쉬 오코너)은 내부 정보를 빼돌려 여자 친구 제인(이브 휴슨)과 진실에 다가가려 고군분투한다.

한편, 지역 방송국 기상 캐스터인 마가렛(에밀리 블런트)은 집으로 날아든 홍관조와 눈이 마주친 후 운명이 뒤바뀐다. 모든 언어를 통역할 수 있으며 상대의 마음까지 꿰뚫어 보며 각성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능력의 한계조차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니엘과 만나야만 한다는 사실만은 뚜렷이 인지한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영화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디스클로저 데이>는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우주 전쟁>을 함께 한 데이빗 코엡의 각본과 존 윌리엄스 음악 감독의 협업물이다. 과거 <미지와의 조우> 제작 때 NASA에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은 물론 제작 자체를 취소하라는 편지를 받았던 사실을 상상으로 옮겼다.

답을 듣지 못했지만 정부가 <디스클로저 데이> 제작에 반대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히려 확신하게 됐고, 인류가 모르는 존재를 향한 문제 제기에 힘을 싣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외계인의 존재 즉 '진실을 알 권리'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룬다. 2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인 '외계인은 존재하나 재임 기간 동안 본 적은 없다'고 한 발언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UFO 관련 영상이 궁금증을 부츠기는 데 한몫했다.

결론을 정해 두고 2년 동안 역설계로 꾸려진 이야기답게 전형성을 탈피한 이야기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52페이지의 원안을 구상한 후 로즈웰 사건(음모론), 크롭 서클(곡물 밭의 특정 문양), 외계인 조우에 관한 기억, CIA의 원격 투시 감시 연구, 미확인 이상현상과 관련된 정부의 과학 프로그램 등을 참조해 만들었다.

성경, 동화 <헨젤과 그레텔>, 신화적 레퍼런스가 가득하다. 아는 만큼 보이며, 숨겨진 이스터에그(제작자가 몰래 숨겨 둔 기능 등)를 발견하는 기쁨 또한 배가 된다. 웨덱스 12명의 결근자 (12제자), 사슴, 새, 여우, 너구리로 보이는 외계인 형상 (복음사가)의 상징과 전작의 오마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성과 감성의 시너지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첨예하게 갈리는 반응

다만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국 관객의 반응이 첨예하다. 대중적 재미와 감동, 모험과 스릴을 기대한 관객은 크게 실망했고 각종 평점 사이트에서 처참한 점수를 기록 중이다.

개봉 전부터 철저한 엠바고로 지나친 신비주의로 몰아간 홍보가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엄청난 게 있다는 듯 꽁꽁 감추었는데 막상 영화는 <엑스파일>이나 UFO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이미지 였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 푸티지 영상부터 외계인의 형상도 새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완벽한 열린 결말을 마주한 관객 입장에서는 '내가 이러려고 극장에 왔냐'라며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공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과 반짝이는 호기심이 계속되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이자 할리우드 영화 역사 자체인 여든 살 거장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재능을 집요하게 파고든 청년은 훗날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을 보유한 거장이 되었으며 여전히 관객은 그의 창작물을 기다린다.




디스클로저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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