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9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5회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2루타로 2타점을 올리고 있다.
Getty Images/AFP/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1일(이하 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3연전을 끝으로 5월 30일부터 이어졌던 13연전의 긴 일정을 마쳤다(메이저리그는 6일 경기, 1일 휴식의 KBO리그와 달리 일정이 불규칙하다). 12일 휴식을 취하는 샌프란시스코는 13일부터 시카고 컵스와 홈 3연전을 치르고 17일부터 원정 6연전 그리고 24일부터 7월 2일까지 다시 9연전의 강행군을 한다.
1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1-9의 점수를 뒤집는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통해 분위기를 많이 끌어 올렸지만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13연전을 6승 7패로 마감하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 11일 경기도 8, 9회의 빅이닝이 없었다면 워싱턴과의 홈 3연전 스윕패가 유력했고 메이저리그 승률 최하위를 다투는 약체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도 위닝시리즈를 만들지 못하며 서부지구 14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팬들에게 샌프란시스코가 6승 7패에 그쳤던 지난 13경기는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하고 행복한 기간이었다. 한국인 타자 이정후가 같은 기간 무려 31개의 안타를 몰아치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2위(.338)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부상자 명단에 가기 전 .268이었던 타율을 13경기 만에 무려 7푼이나 끌어 올린 이정후는 현 시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가진 타자가 분명하다.
아쉬운 풀타임 첫 시즌 보내고 우익수 변신
KBO리그에서 활약한 7년 동안 타율 .340을 기록하며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역대 타율 1위를 기록한 이정후는 2023년 12월 6년 1억 1300만 달러의 조건에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했다. 이는 빅리그로 직행한 아시아 타자 중 최초의 1억 달러 계약이자 2013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했던 추신수(SSG 랜더스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총괄)에 이어 역대 한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큰 계약이었다.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으며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한국의 '천재 타자' 이정후는 첫 시즌이었던 2024년 37경기에서 타율 .262 38안타2홈런8타점15득점을 기록하며 빅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해 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수비 도중 어깨를 다쳤고 왼쪽 어깨 관절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많은 기대를 했던 이정후의 루키 시즌이 허무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수술 후 착실하게 재활을 마친 이정후는 작년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으로 참여했고 건강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4월까지 30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319 3홈런18타점23득점3도루OPS(출루율+장타율) .901로 맹활약했다.특히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치러진 뉴욕 양키스 원정 3연전에서는 빅리그 진출 후 첫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사흘 동안 3홈런 7타점을 몰아치는 무서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이정후의 타격감은 5월부터 빠르게 식었고 급기야 6월에는 25경기에서 타율 .143 무홈런3타점14득점에 그치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전반기 내내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던 이정후는 후반기 타율 .293로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지만 타율 .266 149안타8홈런55타점73득점10도루로 빅리그 첫 풀타임 시즌을 마쳤다. 초반 활약에 비하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빅리그 진출 이후 불안한 중견수 수비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스토브리그에서 골든글러브 출신 중견수 해리슨 베이더를 영입하면서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포지션에서 더 좋은 타격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1억 달러가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풀타임 1년을 보낸 후에 곧바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13경기 타율 .564 OPS 1.270의 경이적인 활약
이정후는 올 시즌에도 5월 중순까지 48경기에서 타율 .268을 기록하다가 허리 근육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물론 시즌 초반인 만큼 크게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새 포지션인 우익수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고 타순도 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을 이탈하는 게 좋게 보일 리 없었다. 하지만 어수선한 상황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결과적으로 이정후에게 큰 '전화위복'이 됐다.
이정후는 30일 콜로라도 원정을 앞두고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해 워싱턴과의 홈 3연전까지 13경기에서 55타수31안타를 기록하며 .564의 타율과 OPS 1.270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멀티히트를 기록한 경기가 9번, 4안타 이상 기록한 경기가 4번 있었고 6월 1일 콜로라도전에서는 빅리그 진출 후 첫 5안타 경기를 만들기도 했다. 6월 성적 역시 타율 .500(40타수20안타) 5타점 10득점 3도루에 달한다.
5월 15일 LA 다저스전부터 1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후는 이미 한국인 최다 연속안타 기록을 경신했고 오타니 쇼헤이가 가지고 있는 현역 아시아 선수 최다 연속안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역대 아시아 선수 최다 연속 안타 기록은 이치로 스즈키의 27경기, 샌프란시스코의 구단 기록도 1900년 찰리 힉맨이 세운 27경기인데 이정후가 현재의 타격감을 유지하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이다.
또한 이정후는 21세기 들어 13경기 구간에서 31개의 안타를 때려낸 최초의 샌프란시스코 선수가 됐다. 배리 본즈와 제프 켄트, 버스터 포지 등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간 쟁쟁한 강타자들도 넘보지 못했던 기록을 한국을 대표하는 이정후가 세웠다는 뜻이다. 이정후 이전 13경기에서 31안타를 때렸던 샌프란시스코 타자는 뉴욕을 연고지로 썼던 시절이던 1932년의 빌 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정후는 무서운 타격감으로 메이저리그 타율 2위(.338)까지 오르며 1위 오토 로페즈(마이애미 말린스)를 맹추격하고 있지만 로페즈 역시 최근 4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이정후와의 격차를 4리로 벌렸다(.342). 야구팬들로서는 이정후의 타율 1위 등극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만 이정후는 타율을 의식하기보다는 지금처럼 타격감이 좋을 때 최대한 많은 안타를 때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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