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CJ ENM
한창 인터넷과 PC방 열풍이 불던 1990년대 후반, 젠슨 황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편지를 받고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 그는 용산전자상가를 누비며 직접 명함을 돌리고 영업에 매진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당시 맺어진 인연이 오늘날의 '깐부 회동', '삼소 회동'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가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이유는 엔비디아의 성장 과정이 한국 IT 산업의 발전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 젠슨 황은 한국의 IT 산업이 PC방 문화와 게임, e스포츠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수많은 한국 게이머가 없었다면 전 세계가 e스포츠에 열광하는 현상도,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가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한 기간 중 e스포츠 스타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고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회동한 것 역시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파산 D-30' 말 저정도로 심각했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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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나 선망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었지만 엔비디아 역시 숱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남들보다 앞서 신형 그래픽 카드 칩셋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시가총액의 상당량이 순식간에 증발하기도 했다.
젠슨 황은 한때 회사 내부에 '파산 D-30'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위기가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과 최고 경영자로서의 창피함까지 모두 떠안아야 했지만, 그는 "어려울수록 정신을 더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회상했다.
그는 위기가 찾아오면 구성원들이 더 영리해지고 평소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에 고난이야말로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가장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난과 시련 속에서 국민들이 하나로 단결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족성을 예로 들며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슨 일이든 100%를 다해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CJ ENM
이날 방영된 <유퀴즈>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젠슨 황이 직접 소개한 자신만의 인생·경영 철학이었다. MC 유재석이 "사람들은 일의 중요도나 급여에 따라 선택적으로 최선을 다하기도 한다"고 말하자 젠슨 황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것은 일의 가치나 급여의 문제가 아니다. 일을 마치는 순간 그것은 당신의 작품이 된다. 결국 결과물이 곧 당신 자신을 증명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깊이 공감한 유재석은 젠슨 황의 손을 꼭 붙잡고 존경의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주식으로 전재산 잃은 정신과 의사가 화면을 통해 "실패를 많이 겪은 걸로 아는데 그때 당시 주변의 비난이나 무시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묻자 젠슨 황은 "비판을 참고 삼아 항해를 계속해 나가라"는 조언을 건넸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보다 심도 있는 경제 관련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는 한계는 존재했지만, 이번 <유퀴즈> 젠슨 황 편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여운을 남겼다. 그는 화려한 성과보다 실패와 두려움, 책임감, 그리고 타인의 성공을 기뻐하는 삶의 태도에 관해 힘주어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기술적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인간다운 인격과 회복탄력성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젠슨 황은 강조했다. "인간다운 인격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힘이 미래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언급한 그의 메시지는 지친 요즘 사회에 던지는 예상치 못했던 따뜻한 위로였다.
세계 경제계를 이끄는 거물이 한국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보여준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은 첨단 AI 기술 산업에 대한 거리감을 허물고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각인시켰다.
그의 <유퀴즈> 출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세계 최고 기업의 성공 가도를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련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낸 리더의 품격과 공생의 가치를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납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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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전 재산 잃은 사람에게 젠슨 황이 건넨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