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화가는 왜 이탈리아 최악의 위조범이 됐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빅 페이크>

1970년대 이탈리아, 젊고 유능한 화가 토니는 절친 파비오네, 비토리오와 함께 로마로 상경한다. 배고픈 길거리 화가 생활을 이어가던 중 우연히 들어간 술집에서 미모의 미술상 도나타와 조우한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 도나타는 토니가 그린 모작을 발견한다. 정작 토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도나타는 그 안에서 돈 냄새를 맡는다.

그렇게 토니와 도나타는 불법 모작 판매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토니는 거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도나타를 통해 알게 된 범죄 조직의 수장 발보의 의뢰를 받아 범죄 세계에 한 발 더 깊숙이 들어간다. 한편 붉은 여단 조직원이 된 비토리오, 신부가 된 파비오네와도 오랜만에 재회한다.

발보는 토니의 재능을 간파하고 '재단사'라 불리는 이탈리아 정부의 비밀 공작원을 연결해 준다. 토니는 재단사의 협박 어린 제안에 휘말려 각종 위조 사건에 가담하게 된다. 그중에는 이탈리아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들도 포함되어 있다. 와중에 친구들과도 얽히며 거대한 파고를 겪는다. 토니의 삶은 과연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빅 페이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빅 페이크>의 한 장면.넷플릭스

납의 시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위조범

1970년대 이탈리아는 일명 '납의 시대'로 불린다. 사회·문화·정치·경제 전반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납처럼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가 사회를 짓눌렀다. 거리에는 납으로 만든 총알이 난무했다. 그야말로 무법 시대의 무법 지대였다. 물론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굴곡진 현대사를 겪지 않은 나라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빅 페이크>는 바로 그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거칠게 휩쓸리는 한 인물을 내세운다. 이탈리아 역사상 최고이자 최악의 위조범으로 불리는 토니다. 그는 실존 인물 안토니오 치치아렐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위대한 예술가를 꿈꾸며 시골에서 로마로 올라온 재능 있는 청년은 어떻게 범죄자가 되었을까.

토니는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그보다 더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동시에 돈과 권력을 손에 쥐고 로마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살고 싶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재능과 야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그를 범죄의 길로 밀어 넣는다. 그렇게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빅 페이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빅 페이크>의 한 장면.넷플릭스

가짜로 쌓아 올린 인생

1970년대 이탈리아 정치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극좌 테러 조직 '붉은 여단'은 유력 정치인을 납치·살해했고, 극우 정치 세력은 암살을 일삼았다. 그런 가운데 정부 비밀 조직은 범죄 집단과 손잡고 온갖 비밀 공작을 벌였다. 토니와 파비오네, 비토리오는 모두 이들과 복잡하게 얽힌다.

특히 토니의 뛰어난 위조 능력은 곳곳에서 이용된다. 그의 행적은 실제 역사적 사건들과도 연결된다. 알도 모로 납치 사건 당시 붉은 여단의 전단지를 제작하고, 이른바 '제7 성명서'를 위조한다. 한편 그는 도나타와 함께 로마를 떠나기 위해 은행에서 300억 리라를 훔치는 데 성공하고, 붉은 여단의 소행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이다. 모작을 만들어 팔며 돈을 벌더니, 위조 범죄에 손을 대고, 테러 조직과 정부 비밀 조직 모두를 위해 문서를 위조한다. 심지어 은행을 털어 막대한 돈을 훔치기까지 한다. 이 정도면 역사의 주변인이 아니라 역사를 직접 움직인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욕망은 재능을 어디까지 끌고 가는가

토니라는 인물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그를 단순한 악인이나 범죄자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인 만큼, 그의 욕망과 선택의 과정을 함께 보여 주려 한다. 만약 그가 단순한 악인이었다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싶었다.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생존해야 했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그 욕망이 결국 그를 범죄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세계에 깊이 들어갈수록 타인을 해치지 않으면 자신이 무너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토니의 삶은 가짜로 점철되어 있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는 가짜를 정교하게 만들어 진짜를 대체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진짜인 양 꾸며 냈다. 그렇게 돈과 권위를 얻었지만, 결국 그것은 가짜로 쌓아 올린 모래성에 불과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래서 토니의 삶은 단순한 범죄담을 넘어, 욕망과 성공의 허상을 보여 주는 상징처럼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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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