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이등병 강성재(박지훈)가 가상의 퀘스트와 가디언을 만나며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극 중 강성재 역을 맡은 박지훈을 종로구 카페에서 지난 2일 만났다. 종영을 앞두고 작품 비하인드와 연기 소신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취사병 역할을 맡은 그는 요리 연습을 많이 했지만 재능은 없더라며 웃었다.
"요리와 가까워질 거라 기대감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요리를 잘 못해서 오히려 멀어졌어요. 그래도 요리의 메커니즘이나 깎고 자르는 칼질은 많이 늘었어요. 요리가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처연한 단종과 내면의 슬픔에 굴복하지 않는 강성재는 닮은 구석이 있었다. 눈빛 때문일까. 박지훈의 연기를 향한 칭찬은 대부분 '눈빛'이 1순위로 꼽힌다. 캐릭터의 눈빛 구현의 방법을 묻자, 특별한 건 없다며 겸연쩍어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B급 코믹 유머의 힘"
▲박지훈 배우
YY엔터테인먼트
-강성재는 최우수 훈련병에서 관심 병사가 된 후 험난한 과정을 겪는다. 서툰 신병 연기를 위해 참조한 것이 있나.
"감독님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바리한 상태 그대로를 원하셨다. 미필자라 이등병의 순수한 모습이 그대로 담긴 것 같다. 아직 군대를 가보지 않았지만 성재 정도면 선임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다. 윤동현 병장(이홍내)과도 빠르게 친해져서 군 생활 편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입대하면 더 힘들 것 같다."
-갑작스럽게 '요리사의 길'이라는 선택 창과 낯선 목소리에 이끌려 전설의 취사병으로서 스킬을 쌓아가는 성장담이다. 웹툰 원작의 설정이나 B급 유머를 장착한 판타지 드라마의 과장된 코미디 설정에 부담은 없었나.
"인물이 얽히거나 복잡해서 진지하게 보는 드라마가 아니다. 가볍게 보기 좋아 오히려 B급 유머가 작품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성재가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되었다. 게임적인 연출에 괴리감은 없었다. 유머러스한 편이 아니라서 오히려 이 작품에 더 끌렸다. 웹툰만의 표현법과 틀은 유지하면서 드라마로서 가능한 것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추가하거나 애드리브가 더해진 부분이 있는 건가.
"경호 선배님의 아이디어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오마주가 나왔다. 원래는 행보관님에게 햄버거를 한두 번 들이미는 거였는데, 끝도 없이 가져다주는 설정으로 수정했다. '정말 마지막입니다', '송아지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라'란 대사도 추가되었다.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완성했던 재밌었던 작업이었다."
-'등뼈 피리', '아코디언 도토리묵', '미역 천사' 등 코믹 설정 CG로 SNS를 장악했다. 웃음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등갈비 신의 경우 소품만 준비되어 있었다. 노래를 하나 틀어 달라 요청했고 마침 왈츠풍 노래가 나오니 러시아 민속 춤도 춰 봤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한 신이었다. 미역 천사 장면은 사실 가슴 한 쪽이 다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파인 옷이라 수선을 해서 입었다.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상황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재미있게 담길 거란 상상으로 즐겁게 촬영했다. 크로마키 연기 장면이 많았다. 대본을 읽을 때만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안무처럼 빠르게 외우는 습득이 도움됐다. NG보다는 테이크를 여러 번 했던 기억이다. 성재가 혼자 대화하는 게 아니라 가디언과 소통하는 장면에도 허공 손짓이나 시선 처리 등 가이드 패널에 맞추면서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중점 두었다."
-강성재는 강림소초의 빌런 김관철(강하경)이 취사병 출신임을 알게 된 후 돌아가신 할머니표 햄버거 만들기에 돌입한다. 직접 할머니 분장으로 나타나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시청자 반응이 좋았던 장면이지만 조심스러웠다. 관철 상병의 서사가 담긴 중요한 장면이고 제가 망칠 수 있다는 걱정도 커 엄숙하게 진행했다. 상대방이 눈물이 흘러야 하는 감정 장면인데 분장한 제가 나오면 분위기를 깰 것 같았다. 저도 최대한 에너지를 끌어올려 집중했던 장면이었다."
"공감할 수 있는 배우 되고 싶어"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컷티빙
-제작보고회에서 밀리터리 덕후임을 밝히며 '해병대 수색대'나 'UDT' 지원을 언급했다. 군 생활의 로망이 있는 건가.
"해병대 수색대의 로망은 변함없다. 다만 취사병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해졌다. (웃음) 취사병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할 것도 많고 몇백 인분을 조리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취사병의 노고가 가늠되지 않는다. (웃음) 요리보다는 훈련 로망이 커서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강화 훈련이나, 레펠 훈련, 건물 옥상에서 침투하는 작전, 산속 훈련도 경험해 보고 싶다. 심해를 무서워해서 해병대를 통해 두려움을 깨고 싶은 것도 있다. 일단 내년에는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 입대의 부담이나 걱정보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다녀오자는 마음가짐이다. 작품에서처럼 실전에서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빨리 파악하고 눈치도 잘 챙기면, 성재처럼 선임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2006년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아이돌과 연기 활동을 겸하며 다재다능한 재능을 펼치고 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6살 때쯤 TV에서 나오는 사람이 신기했다. TV에 나오는 걸 갈망하게 되었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밀어 주셔서 MTM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 그때는 워낙 어렸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놀다만 와서 뭘 배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트레이닝 같은 주입식 교육과 잘 안 맞더라.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연출자와 생각이 다르면 머리가 하얗게 변해 버린다. 그래서 일단 대사를 외운 후 하얀 백지상태에서 현장에서 흡수하는 법을 배웠다. 상대 배우의 분위기를 경청하고 연기하는 게 오히려 맞다는 걸 알았다."
-눈빛 연기의 칭찬이 많다. 현장에서 몰입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대본을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전체적인 분위기, 인물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대본 속에 다 있다. 인물의 평소 습관은 뭘지 분석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고, 작품에 몰입하는 게 먼저다."
-올해 이룬 성과가 많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백상예술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왕과 사는 남자가>로 1차 전진했다면 <취사병 전설이 되다>로 2차 전진했다. 코미디를 대하는 태도, 긴장을 덜 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조금은 (연기력이) 늘었다는 생각에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모두가 열심히 한 만큼의 성과가 나온 거 같다. 상을 받았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제 임무를 잘 해내면 상은 자연스럽게 오는 거지,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아직 대본을 읽고 성공할 작품을 판별할 눈도 아직은 없다. 작품이 잘 되는 건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만 이것만 바라고 연기한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다. 저의 최종 목표도 아니다. 좌우명도 '들뜨지 말자'다. 천만 배우라고 주변에서 불러 주시는데 어깨가 승천한 모습은 저도 혐오스러워서 못 보겠다(웃음)."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참여 의사가 있나.
"이 팀과 1년 가까이 찍었는데 만약 시즌2가 성사된다면 빠르게 찍어야 할 것 같다. 내년에 입대도 해야 하고 워너원 활동도 계속할 예정이라 한다면 빠듯한 일정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다. 무엇보다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관객과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더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박지훈 "천만 배우라도 어깨 승천한 모습은 혐오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