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부터 쿠루리까지... 영종도서 펼쳐진 아시안 팝의 향연

2026년 제3회 아시안 팝 페스티벌 1일차에 다녀오다

+ 2026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 아시안 팝 페스티벌염동교

제3회를 맞은, 개인적으로는 처음 방문하는 2026 아시안 팝 페스티벌(아래 아팝페)은 특이점이 가득했다. 인천 영종도의 아트테인먼트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기점으로 해 화장실 사용과 식사가 쾌적한 환경에서 가능했다. 도쿄에 소재한 빌보드 라이브를 연상하게 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루빅과 초대형 클럽 크로마 등 각 스테이지도 이색적이었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과 더불어 야외 축제를 한껏 즐길 파라다이스 스테이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루빅 스테이지에서 알앤비 뮤지션 문수진을 감상했다. 감각적이고도 세련된 퍼포먼스가 블링블링한 루빅 스테이지와 어울렸다. "아팝페"에서 처음 공개한다는 '아웃(OUT)'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했다는 '타이트 로프(Tight Rope)'는 세션의 그루브 넘치는 연주와 문수진의 가창이 두루 돋보였다. 자이언티와 함께한 '밤거리'는 앙코르에서 다시 한번 불러 곡을 향한 애착을 드러냈다.

시퀀서와 샘플러의 기능을 동시에 탑재해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악기 MPC. 국내에서 MPC 장인으로 손꼽히는 라이언클래드와 무기아의 아지카진 매직월드는 아팝페를 통한 수확이었다. 무기아의 감각적인 싱잉과 혈점을 콕콕 찌르는 듯한 라이언클래드의 리듬은 크로마 스테이지의 클럽 분위기와 맞물려 "대낮의 레이브"를 형성했다. 아티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가 천장을 꾸몄다. 오는 6월 유럽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 '프리마베라 사운드 바르셀로나'에 출연할 예정인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행보가 주목된다.

'아시안 팝'의 가치

 아지카진 매직월드
아지카진 매직월드염동교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출신의 티 말로스(Thee Marloes)는 '아시안 팝'의 가치를 전달했다. 토속적 타악기와 소울풀한 건반과 가창, 플루트가 이국적 색채를 주조했다. 불과 2주 전 발매된 따끈따끈한 < 디 호텔 말리부(Di Hotel Malibu) >의 표제곡 '디 호텔 말리부(Di Hotel Malibu)'와 보드라운 자장가 풍 '보루(Boru)'가 인상적이었다. 최근 국내에도 알음알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도네시아 대중음악의 경향성을 감지했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오조라 키미시마 트리오는 재즈와 록을 두루 분출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지사이자 작곡가였던 지미 데이비스의 1940년 작 '유 알 마이 선샤인(YouAre My Sunshine)'을 리메이크가 특별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협연했던 재즈 베이시스트 론 카터의 2026년 1월 두 차례 일본 콘서트도 떠올랐는데, 그가 베이스 독주로 '유 알 마이 선샤인(You Are My Sunshine)'를 들려줬기 때문. 카터의 어쿠스틱 음향과 대비되는 후지모토 히카리의 거칠고 강력한 베이스가 영국 록 밴드 로열 블러드의 '피규어 잇 아웃(Figure It Out)'을 상기했다.

1996년 교토에서 결성된 30년 경력의 밴드 쿠루리는 관록과 혈기가 공존했다. 1980-90년대 영미권 록의 잔향에 언어적 특성에 기반한 고유한 숨결을 불어 넣은 음악색은 6~7시경 선선한 바닷바람과 즐기기 좋았다. 음악과 영화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약한 가수 소이와 샛노란 머리의 일본 청년은 각자의 자리에서 맘껏 춤추며 여흥을 만끽했다.

도쿄와 더불어 서울과 인천이 노랫말에 흐른 '에브리바디 필스 더 세임(Everybody Feels the Same)과 산뜻· 청량했던 '로큰롤(Rock and Roll)'에서 보컬 키시다 시게루의 열정과 기타리스트 사토 마사시의 깁슨 기타 톤이 빛났다. 발전기 이상으로 15~20분 지연됐던 공연은 아티스트와 스태프, 청중의 성숙한 대응으로 안전하게 마무리되었다.

 김창완밴드와 림킴
김창완밴드와 림킴염동교

명실상부 케이 락의 대부. 1996년 음악 프로그램 <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처럼 양복을 입고 등장한 김창완밴드는 도입부 '아리랑'으로 '청자'(1977)와 '백자'(1979)의 과거작처럼 한국적 미학과 록의 테마를 집약했다. 이어 산울림 클래식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와 '아니 벌써'는 다세대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멀찍이선 축구 유니폼을 입은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강강술래를 돌았다. 산울림 후기작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와 떼창을 위해 만들었다는 '사랑해'가 산울림의 역사와 김창완밴드의 현재를 아울렀으며, 신비로운 음색의 가수 림킴이 찬조 출연해 '너의 의미'와 '초야'를 듀엣했다.

시티팝 전설의 강림

서구권 팝과 록을 받아들여 일본 대중 음악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뉴 뮤직". 일본 뉴뮤직의 신화적 존재 슈가 베이브(Sugar Babe)에서 야마시타 타츠로와 함께 활동했던 오누키 타에코는 신비롭고도 몽환적이며, 청아하고도 소녀다운 음색으로 < 선샤워(Sunshower) >와 < 미뇽(Mignonne) >같은 시티팝 고전을 창조했다. 일본 경제 호황에 가능했던 호화 세션 연주자와 호소노 하루오미, 사카모토 류이치 같은 특급 조력자가 타에코의 빼어난 악곡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신스팝을 시도한 < 시그니파이(Signifie) >(1983)과 < 코파인(Copine.) >(1985)를 비롯해 21세기에도 정규작을 내놓은 타에코답게 명랑한 분위기의 97년 작 '해피 고 러키(Happy-Go-Lucky)'를 비롯해 여러 시기의 곡들이 셋리스트를 채웠다. '포에이엠(4:00 A.M.)'과 '토카이(Tokai)', '썸머 커넥션(Summer Connection)'같은 70년대 시티팝 클래식은 다양한 연령대의 세션 멤버들의 연주로 재탄생했다. 깊은 음악성의 싱어송라이터 이치코 아오바가 깜짝 출연해 '삼비키 노 쿠마(Sambiki no Kuma)'를 협연했다. 서른일곱 해 터울의 두 예술가가 하나의 음파 위로 교감한 순간. 이 곡은 오누키 타에코와 사카모토 류이치의 2010년도 합작 음반 < 우타우(UTAU) >에 수록되었다.

종종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감회를 표한 오누키 타에코의 기념비적 첫 내한 공연에서 < 선샤워(Sunshower) >를 비롯해 시티팝 엘피를 하나둘 수집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펜스를 잡은 채 고개를 흔들며 '포에이엠(4:00 A.M.)'을 즐기던, 한국 고전 가요와 시티팝에 조예 깊은 디제이 타이거 디스코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오누키 타에코의 명반 < 미뇽(Mignonne) >
오누키 타에코의 명반 < 미뇽(Mignonne) >염동교


아팝페 아시안팝페스티벌 오누키타에코 축제 파라다이스시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