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NBA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김종수
결국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도 리핏(2연패)에 실패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페이컴 센터에서 열린 2025-26 NBA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7차전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103-111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3승 4패. 지난해 정상에 올랐던 오클라호마시티는 파이널 진출 문턱에서 무너지며 챔피언 수성에 실패했다.
정규시즌 내내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았던 팀이었다. 리그 MVP 샤이 길저스-알렉산더(27, 198cm)를 중심으로 제일런 윌리엄스, 쳇 홈그렌, 루겐츠 도트 등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뤘다. 공격과 수비, 선수층, 미래 가치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시즌이 진행될수록 "오클라호마시티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점점 힘을 얻었다. 우승 전력이 그대로 유지됐고, 주요 선수들은 한층 성장했다. 여기에 경험까지 더해진 만큼 단순한 리핏을 넘어 새로운 왕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과 다른 무대다.
7차전에서 길저스-알렉산더는 35득점 4리바운드 9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농구는 결국 한 명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부상 여파 속에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한 윌리엄스의 공백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샌안토니오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고, 결국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렸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탈락은 단순히 한 팀의 시즌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NBA 전체의 흐름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번 결과로 NBA는 2018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이후 단 한 번도 리핏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하게 됐다. 무려 8시즌 연속 새로운 우승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2019년 토론토 랩터스, 2020년 LA 레이커스, 2021년 밀워키 벅스, 2022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2023년 덴버 너기츠, 2024년 보스턴 셀틱스, 2025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이어 올해 역시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한다.
과거 NBA 역사를 떠올려 보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1980년대의 레이커스와 셀틱스, 1990년대 시카고 불스, 2000년대 초반 레이커스, 2010년대 마이애미 히트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까지 NBA는 사실상 '왕조'의 역사였다. 강한 팀은 몇 년 동안 계속 강했고, 챔피언 자리는 특정 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의 NBA는 전혀 다른 리그가 됐다.
▲현역 최고의 선수이자 역대 최고의 센터로 꼽히는 니콜라 요키치의 덴버 너기츠도 아직까지 파이널 우승은 1회 뿐이다.
김종수
덴버도, 보스턴도, 오클라호마시티도 실패했다... 왕조 건설이 어려워진 이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덴버 너기츠는 새로운 왕조 후보로 평가받았다. 요키치는 당시에도 이미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로 인정받고 있었다. 자말 머레이, 애런 고든과의 환상적인 호흡, 탄탄한 조직력, 완성도 높은 전술 체계까지 갖춘 덴버는 "향후 수년간 서부를 지배할 팀이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덴버는 우승 시즌 동안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많은 전문가들은 리핏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상대 팀들은 더욱 철저하게 덴버를 분석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부상과 상대 전술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덴버는 예상보다 빨리 정상에서 내려왔다.
보스턴 셀틱스도 마찬가지였다. 2024년 우승 당시 보스턴은 리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이슨 테이텀과 제일런 브라운이라는 확실한 원투펀치를 보유했고, 즈루 할러데이, 데릭 화이트,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알 호포드 등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층을 자랑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공격 효율과 수비 효율 모두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전문가들은 "최소 2~3년은 우승 경쟁을 이어갈 것이다"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 상대 팀과의 상성, 일정에 따른 체력 부담 등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작용했다. 결국 보스턴 역시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앞선 사례들과는 조금 달랐다. 이들은 젊었다. 성장 가능성도 충분했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전성기에 진입하기 전이었다. 때문에 오히려 리핏 가능성이 더욱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NBA에서 우승은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 번 정상에 오른 팀은 다음 시즌 모든 팀의 목표가 된다. 상대는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더 강한 동기부여를 갖는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작은 약점 하나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확대된다. 우승팀은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니라 모두가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표적'이 된다.
과거 필 잭슨 감독은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상에 머무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NBA는 그 말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8년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마지막 리핏 팀이다.
김종수
평준화된 NBA, 끝없는 경쟁... 리핏은 이제 가장 어려운 업적이 됐다
현재 NBA가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력 평준화다.
과거에는 슈퍼스타 두세 명만 모여도 장기간 리그를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샐러리캡과 사치세 규정이 강화되면서 강팀들이 전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우승 이후 선수들의 가치가 급등하면 자연스럽게 재정적 부담도 커진다. 결국 일부 선수를 포기하거나 선수층이 얇아질 수밖에 없다.
정보력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다. 모든 팀이 첨단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상대 팀의 패턴과 전술은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특정 선수의 약점이나 팀의 문제점은 더 이상 오래 숨길 수 없다.
과거에는 강팀이 몇 년 동안 같은 전술로 리그를 지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시즌만 지나도 상대 팀들이 대응책을 마련한다.
여기에 부상의 영향력도 더욱 커졌다. NBA 플레이오프는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다.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도 주축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우승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최근 몇 년간의 챔피언 경쟁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승 후보 상당수가 플레이오프 과정에서 부상 악재를 겪었고, 이는 곧 탈락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NBA는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리그가 됐다. 시즌 개막 전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팀이 파이널 진출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반대로 젊은 팀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해 정상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번에 파이널에 진출한 샌안토니오 역시 그런 사례다. 빅터 웸반야마(22, 224cm)라는 신세대 스타를 중심으로 성장한 샌안토니오는 디펜딩 챔피언 오클라호마시티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건 단계였던 팀이 이제는 우승을 노리는 위치에 서 있다.
이는 현재 NBA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왕조는 사라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어느 팀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어느 팀도 우승을 독점할 수 없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탈락으로 NBA는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과연 다음 리핏 챔피언은 언제 등장할까?
덴버도 실패했고, 보스턴도 실패했다. 가장 유력해 보였던 오클라호마시티마저 무너졌다. 어쩌면 현재 NBA는 역사상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치열함이 계속되는 한, 연속 우승이라는 업적은 앞으로도 쉽게 허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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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는 왜 8년째 새로운 챔피언을 맞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