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지났다고? 노 배우 8명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드라마 보는 아재] 전설적인 배우들 대거 출연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CF)는 그 해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무려 8번이나 수상했다. 하지만 메시는 2023년 비유럽팀 소속 선수로는 처음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하의 메시도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전성기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는 그 사람이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간, 즉 전성기가 존재한다. 이는 연기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자신의 이미지를 단기간에 과하게 소비하면서 전성기가 빨리 저무는 경우도 있고 젊은 배우를 선호하는 영화 및 드라마의 제작 환경 때문에 후배들에게 밀려나기도 한다. 그렇게 전성기가 지난 배우들은 조연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가거나 연기와 다른 제2의 인생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는 노장 배우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연기도 함께 저문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tvN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송된 이 드라마는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익어간 배우들의 노익장을 보여주면서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 시켰다. 노희경 작가가 각본을 쓰고 김혜자와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김영옥, 신구, 주현 등 노장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던 <디어 마이 프렌즈>였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노희경 작가와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했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노희경 작가와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했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디어 마이 프렌즈> 홈페이지

70대에 여우주연상 그랜드슬램 달성한 배우

1961년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데뷔한 나문희 배우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지만 1980년대까지 조·단역을 전전할 정도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1983년 <저 별은 나의 별>을 통해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것이 1980년대까지 나문희 배우의 유일한 수상 경력이었다. 하지만 나문희 배우는 1995년 <바람은 불어도>를 통해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1996년 MBC 베스트극장 <엄마의 치지꽃>부터 노희경 작가와 인연을 맺은 나문희 배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내가 사는 이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굿바이 솔로> 등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에 단골로 출연했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식이' 현진헌(현빈 분)의 어머니를 연기한 나문희 배우는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대중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아들이 실종된 후 시민군들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맹인 아주머니 나주댁을 연기한 나문희 배우는 영화 <걸스카우트>와 <하모니>,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왕가네 식구들> 등에 출연했다. 나문희 배우는 2014년 <수상한 그녀>에서 하루 아침에 젊어지는 노년의 오말순 역을 맡았고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남편과의 세계 일주를 꿈꾸는 문정아를 연기했다.

나문희 배우는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자신이 겪은 사건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위안부 피해자 나옥분 할머니를 연기했다. <아이 캔 스피크>로 328만 관객을 동원한 나문희 배우는 3대 영화제(백상,청룡,대종상) 여우주연상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무려 14개의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실제로 2017년은 '나문희의 해'였다고 표현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2023년 '절친' 김영옥 배우와 함께 출연한 영화 <소풍>으로 서울 국제영화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 배우는 작년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아이유 분)을 돕는 친할머니를 연기했다. 80대 중반을 향하는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나문희 배우는 오는 4분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천천히 강렬하게>에서 10년 만에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다.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에 빛나는 명작

 <디어 마이 프렌즈>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tvN 화면 캡처

tvN 금토드라마는 2015년 <오 나의 귀신님>을 시작으로 <두 번째 스무살> <응답하라1988> <시그널>이 연속으로 흥행하면서 본격적인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6년 3월에 방송된 <기억>이 이성민의 엄청난 열연에도 3.6%의 아쉬운 시청률로 막을 내리면서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따라서 후속작 <디어 마이 프렌즈> 역시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방영 초기 노령의 배우들이 주연이라는 점과 전작 <기억>의 부진으로 3~4% 사이의 시청률을 오가며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7회 만에 시청률 5%를 돌파했고 15회에서는 시청률 8.1%를 기록하며 tvN 금토드라마의 인기를 되찾았다. 실제로 <디어 마이 프렌즈>의 최고 시청률은 <오 마이 귀신님>(7.3%)과 <두 번째 스무살>(7.2%)을 능가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전설의 배우'를 한 자리에 모은 '시니어 어벤저스'로 불리기에 충분한 드라마였다. 실제로 김혜자와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등 주요 배우 4명의 지상파 연기대상 대상과 최우수상, 백상예술대상 및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기록을 모두 합치면 30여 회에 달한다(심지어 윤여정 배우의 <미나리> 41관왕은 제외한 기록이다).

대배우들의 명연기가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건 노희경 작가의 빛나는 대본 덕분이다. 실제로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매회마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박완(고현정 분)이 화장실에서 엄마의 노래를 들으면서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는 다 너무나 염치 없으므로"는 자식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먹먹해 질 수 밖에 없는 내레이션이었다.

흔히 '명작'으로 불리는 드라마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다시보기 열풍'이 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17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 번은 보기 힘든 드라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치매(조희자)와 간암(장난희), 황혼이혼(문정아) ,교통사고로 인한 하반신 마비(서연하) 등 안타까운 사연의 캐릭터들이 많아 시청자들의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해서다.

노희경 작가 작품에 3편 연속 출연한 조인성

 <그 겨울,바람이 분다>와 <괜찮아,사랑이야>의 주인공이었던 조인성은 <디어 마이 프렌즈>에도 고현정의 상대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그 겨울,바람이 분다>와 <괜찮아,사랑이야>의 주인공이었던 조인성은 <디어 마이 프렌즈>에도 고현정의 상대역으로 특별 출연했다.tvN 화면 캡처

2013년 <여왕의 교실> 이후 2년 넘게 활동이 뜸했던 고현정은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난희(고두심 분)의 딸이자 프리랜서 번역 작가 박완을 연기했다. 고현정은 2020년대 들어 <마스크걸> <사마귀:살인자의 외출> 등 강렬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엄마와 자주 다투지만 엄마와 할머니, 이모들을 통해 인생에 대해 느끼고 배우면서 성숙해지는 따뜻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2편 연속으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조인성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박완의 남자친구 서연하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연하는 사고 전엔 누구보다 다정했지만 사고 후 다리를 쓸 수 없게 되고 결국 이 일로 완과 헤어지면서 시니컬한 캐릭터가 됐다. 하지만 엄마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완이 슬로베니아로 가면서 연하와 재회한다.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사랑이야>에서 '투렛 증후군'을 앓는 박수광을 연기했던 이광수는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희자(김혜자 분)의 막내아들 유민호를 연기했다. 민호는 욱하는 성격이 있지만 성실하고 정이 많아 희자가 3형제 중 가장 믿는 아들이다. 특히 민호가 엄마와 영화를 보다가 자신의 품에서 잠든 엄마를 보고 다음 회 차가 상영될 때까지 어린 시절 추억에 젖어 자리를 뜨지 못하는 장면은 상당히 감동적이다.

드라마 <서울뚝배기>와 <형>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왕초> 등에서 친근한 연기를 보여줬던 주현 배우는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부장판사 출신의 대형 로펌 고문 변호사 이성재를 연기했다. 성재는 딸을 상습 폭행한 사위와 갈등이 생긴 석균(신구 분)의 변호사로 사위에게 합의금 5억 원을 받아내고 분이 풀리지 않은 석균에게 대못을 주며 사위의 차를 긁으라고 부추기는 통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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