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부터 시작된 두 선수의 만남이 벌써 30번이나 이루어졌으니 이제는 BWF(세계 배드민턴연맹) 투어 파트너라고 말할 수 있는데 쉬운 승리는 없었다.
첫 번째 게임을 천 위 페이가 역전시켜 가져가는 바람에 안세영이 크게 흔들렸지만 급격하게 나빠진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세 번째 게임을 멋지게 다시 뒤집어버린 것이다.
여자 배드민턴 단식 랭킹 세계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한국 시각으로 30일(토) 오후 3시 10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 1번 코트에서 벌어진 2026 BWF 월드 투어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시리즈) 여자단식 4강에서 중국의 천 위 페이(4위)를 상대로 1시간 23분 만에 2-1(20-22, 21-12, 21-15)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3위)를 만나게 됐다.
첫 번째 게임 출발은 안세영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5-0까지 일방적으로 앞서갔으니 예상보다 쉽게 결승으로 올라가는 길을 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천 위 페이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무려 10번이나 동점 상황이 반복되었으니 오랜만에 맞수의 배드민턴 흐름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 아슬아슬한 시소 게임에서 먼저 게임 포인트(20-19)에 도달한 선수는 안세영이었지만 여기서도 천 위 페이의 저력이 효과를 드러내면서 22-20으로 첫 번째 게임을 가져간 것이다.
안세영의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집중력이 흔들렸지만 두 번째 게임까지 내줄 수는 없었다. 지난 3월 전영 오픈 4강에서 2-1(20-22, 21-9, 21-12)로 역전승을 거둔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안세영의 눈빛이 다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게임 6-5로 앞서는 안세영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왼쪽 옆줄 안쪽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게임 흐름이 안세영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포핸드 대각선 하프 스매싱 포인트로 8-5까지 점수판을 바꿔 놓은 안세영은 천 위 페이의 짧은 헤어핀이 옆줄 밖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11-8 인터벌 숨고르기에 나섰다.
이현일 코치가 뒷목 근육을 주물러주면서 얼음물을 머리와 얼굴에 올려줄 정도로 안세영의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다. 한쪽 선수가 먼저 11점에 도달하는 인터벌 상황에서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드문 일인데 약간 휘청거릴 정도로 안세영의 어지럼증이 걱정이었다.
인터벌 이후 천 위 페이의 스트로크 실수가 늘어나며 13-8까지 점수차가 벌어진 것이 안세영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절묘한 포핸드 크로스 앵글 드롭샷으로 16-11까지 달아났으니 안세영이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두 번째 게임을 끝내는 안세영의 게임 포인트(21-12)는 네트를 넘어 갑자기 떨어지는 포핸드 드롭샷이었다. 이어진 세 번째 게임 초반에도 안세영은 정교한 헤어핀 포인트로 6-1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천 위 페이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뒷심을 발휘하며 안세영의 판단력까지 흐리게 만들어 13-12까지 점수차가 줄어들기도 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짧은 스트로크 포인트를 성공시킨 안세영이 내리 다섯 포인트를 가져와 18-12로 역전승을 확신할 단계까지 이르렀다. 안세영의 결승행 매치 포인트는 천 위 페이의 포핸드 점프 스매싱이 네트에 걸린 순간이었다. 승리를 확인한 안세영은 왼손 주먹을 불끈 쥐며 내뻗어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을 해 준 팬들에게 답례했다.
이제 안세영은 31일 오후 왕 즈이(중국, 2위)를 2-1(21-13, 17-21, 21-15)로 이기고 올라온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3위)와 만나 월드 투어 슈퍼 750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다투게 된다.
2026 BWF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 여자단식 4강 결과
(5월 30일 오후 3시 10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 1번 코트)
★ 안세영[한국, 1위] 2-1 (20-22, 21-12, 21-15) 천 위 페이[중국, 4위]
★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3위] 2-1(21-13, 17-21, 21-15) 왕 즈이[중국, 2위]☞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