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롤린스의 걸작 < 색소폰 콜로서스(Saxophone Coloss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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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람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재즈맨들의 성향에 대해 줄곧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오차 적은 완벽주의적 곡조의 조 핸더슨에게선 진중하면서도 깐깐한 성격을, '워터멜론 맨(Watermelon Man)'의 유쾌한 선율을 빚어낸 허비 행콕에게선 짓궂은 장난기를 상상하는 식이다. 인스타그램 릴스에도 종종 등장하는, 동료를 째려보는 표정의 마일스에게선 실수를 용납지 않는 불같은 성미가 연상된다.
소니 롤린스에게선 '철인', '완벽주의자'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나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매일 수련해야 한다"라는 어느 인터뷰 속 발언, 그리고 1986년 8월 뉴욕 콘서트에서 크게 넘어졌음에도 누운 채 꿋꿋이 특유의 묵직한 블로잉을 이어가던 모습에서는 긍정적 의미의 독기가 느껴졌다.
그의 독기를 입증한 또 하나의 일화. 피를 토해가며 판소리를 연마했다는 조용필처럼, 롤린스도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서 철저한 수련을 거쳐 1962년 작 〈브리지(Bridge)〉로 다시 일어섰다. 〈콘시에르토(Concierto)〉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짐 홀이 참여한 〈브리지〉는 롤린스의 1960년대 작품 중 으뜸으로 꼽히는 하드밥 수작이다. 현재 윌리엄스버그 브리지를 '소니 롤린스 윌리엄스버그 브리지'로 명명해 그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기리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재기 이전의 명반을 꼽자면 역시 1957년 프레스티지에서 나온 〈색소폰 콜로서스(Saxophone Colossus)〉다. '거인'이라는 뜻의 'Colossus'라는 제목 그대로, 거장의 존재감을 아로새긴 이 작품에는 바하마 민요에 기초한 '세인트 토마스(St. Thomas)'와 독일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명곡 '맥 더 나이프(Mack the Knife)'를 인용한 '모리타트(Moritat)' 등 친숙한 트랙이 많다. 재킷 속 롤린스가 카우보이 차림을 한 1957년 작 〈웨이 아웃 웨스트(Way Out West)〉, 그리고 레드 갈런드(피아노)·폴 체임버스(베이스)·필리 조 존스(드럼) 콰르텟으로 꾸린 1956년 작 〈테너 매드니스(Tenor Madness)〉도 필히 들어봐야 한다.
그가 1970년대에 득세했던 재즈 퓨전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나, 애초에 변화 폭이 작았으며 그 스타일을 대변할 만한 밀도 있는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다. 허비, 마일스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2~3년 주기로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에 몰두하며 한결같은 행보의 본보기가 되었다. 그가 직접 작곡해 스탠더드 반열에 오른 '독시(Doxy)'와, 동명의 레이블 Doxy에서 2006년 출반한 '소니, 플리즈(Sonny, Please)'가 마지막 정규작으로 남았다.
▲소니 롤린스의 재기작 < 더 브리지(The Bridge) >벅스뮤직
소니 롤린스의 별세 소식에 후배 재즈 아티스트들의 이별 인사가 잇따랐다. 모던 재즈의 전설적 베이시스트 론 카터는 푸른 배경에 '소니 롤린스 SONNY ROLLINS'라는 활자로 짧고 굵게 추모했고, 네덜란드 출신 색소폰 연주자 캔디 덜퍼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색소폰 연주자(The Greatest Saxophone Player EVER)'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각각 2023년과 2025년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출연했던 로버트 글래스퍼와 카마시 워싱턴, 최근 재즈 음반을 내놓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베이시스트 플리가 진심을 담아 고인을 회고했다.
2008년 내한 공연과 관련해 록밴드 불싸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추도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에너지 같은 것을 폭발시켜 내면서, 조금 전까지 위태롭게 무대 위로 걸어 나오던 그 노인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1950년대에 이미 내로라하는 명반을 빚어낸 롤린스는 세태의 변화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담금질했다. 그렇게 체득한, 영혼을 울리는 음악은 그의 육신과 무관하게 영속하는 형태로 남았으며, 불싸조가 확인한 무형의 에너지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한평생 재즈를 살다 간 거인이여, 영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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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