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에서 AI 언급한 '모자무싸'... 작가의 위기감 담았나

[리뷰]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마지막 12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동만이나 은아의 대사가 아니었다. 동만의 영화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의 개봉 축하 파티 자리에서, 바로 영수(전배수 배우)가 내지른 말이었다. 팔인회의 수장 격인 영수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음과 같이 외쳤다.

"AI 시대가 되든 말든, 난 끝까지 쓴다. 끝까지 쓰고 끝까지 찍는 다잉!"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메라는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어쩌면 이 대사야말로 진짜 작가가 던지고 싶었던 화두가 아니었을까 싶다.

AI와 맞서야 하는 창작자

 박영수(전배수 배우) 감독은 황동만의 영화 개봉 파티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외친다. AI시대가 오더라도 끝까지 인간 감독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박영수(전배수 배우) 감독은 황동만의 영화 개봉 파티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외친다. AI시대가 오더라도 끝까지 인간 감독의 자리를 지키겠다고.넷플릭스 갈무리 (JTBC)

드라마는 전반에 걸쳐 인간의 불안을 녹여낸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이자 어른이 된 현재까지도 여전히 나라는 존재를 위협하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두 주인공뿐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들 역시 형태만 조금 다를 뿐, 제목 그대로 모두가 자기 내면의 결핍과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얼핏 보면 <모자무싸>는 전 회차가 하나의 심리 치유극에 가깝게 느껴진다. 굳이 AI로 인한 두려움을 영수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낸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작자는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됐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인간이 AI 기술의 진보와 맞서야만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모든 예술가의 고뇌 또한 다루고 싶었던 것 같다. 비록 지나가는 짧은 대사였으나, 드라마가 거의 끝나가는 막바지 시점에 언급된 AI를 그냥 지나가기 어려웠다.

작품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주요 무대 역시 영화 제작사다. 감독, 배우, 제작자는 물론이고 동만의 친형인 진만 역시 시인이니 모두가 창작자의 부류에 속한다. 지금 현실에서 이들을 일순간에 가장 무가치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AI다.

어쩌면 박해영 작가 본인 역시 <모자무싸>를 집필하면서 창작자로서의 위기감을 느꼈던 건 아닐까. 작가 자신의 고백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동시에 이는 역설적으로, 아무리 고도화된 기술이 발전한다 할지라도 인간은 절대 무가치해질 수 없다는 외침처럼 들리기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 인간은 모두 창조적인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꼭 예술계 종사자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생각하고 고민하며 흔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흔들림이야말로 우리를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핵심일 것이다. 문득 얼마 전 방영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 마지막 회에서 김애란 작가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AI와 사람의 차이점을 묻는 손석희의 질문에 김애란 작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인간한텐 있고 AI한테 없는 게 하나 있었어요. 망설임이었는데요."

여기에 해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로 인한 인간의 모든 공포를 잠재울 수 있는 건, 우리의 약함으로부터 기인한 '망설임'이 아닐까. AI만을 맹신하며 그 무엇도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모자무싸>의 인물들이 보여준 것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날것의 모습, 날씨처럼 결코 통제될 수 없는 바로 그 무언가. 그런 존재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기계에 지배되지 않을 유일한 방법 아닐까. 서로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지하고, 드라마 속 그들처럼 치열하게 부딪히고 때로는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그래야 우리는 파괴적인 존재가 되지 않고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는 인간 존재 고유의 불안과 망설임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AI와 달리 인간에게는 '망설임'이 있다고 명언을 남긴 김애란 작가
AI와 달리 인간에게는 '망설임'이 있다고 명언을 남긴 김애란 작가유튜브 엠빅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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