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룸> 스틸컷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는 노란 벽면과 끝없는 형광등 아래 펼쳐진 기이한 공간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한 클락과 메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클락은 건축가를 꿈꾸었으나 가구점 사장이 된 인물이다. 사업은 실패했고 아내에게는 이혼을 통보 받아 인생 내리막에 서 있다. 클락은 우연히 가구점 지하에서 백룸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고 발을 들였는데, 무심한 공간에서 은근한 안정을 느낀 클락은 뒤틀린 해방감을 경험한다.
클락이 상담 받는 메리는 직업적(상담가)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극도의 편집증을 보이던 어머니 때문에 어릴 적 집 밖을 나가지 못한 상처가 있다. 과거 재개발로 집이 철거된 경험이 꿈 속에 나와 그를 매일 괴롭힌다. 남을 돕는 데는 열중했지만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던 메리는 연락이 끊긴 클락을 찾으러 백룸에 입성한다.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듯 보이나 실은 닮은 존재다. 각자의 방식으로 백룸에서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지켜보던 에이싱크(원작의 MIR)의 직원 필(마크 듀플라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발견했다는 확신으로 차 있다. 원작의 팬이라면 에이싱크가 이전 MIR 회사였다는 설정이 반가울 것이다. 이로써 백룸이 인간의 뇌라는 가정도 성립한다. 필은 백룸의 지도를 완성하려는 관찰자이자 잠재된 불안을 덮어두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무심한 현대인의 표상 같은 존재다.
백룸의 정체는 속 시원히 풀리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들은 백룸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은 방법을 알면서도 쉽게 답을 얻지 못해 헤매는 존재로 표현된다. 비루한 현실이나 과거의 트라우마를 인정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클락과 메리, 연구원 필에게도 쉽지 않다.
실체 없는 이면의 시각화
▲영화 <백룸> 스틸(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는 내내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백룸의 모호함을 보여준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고, 해결할 수는 있는지 뚜렷한 답도 내놓지 않는다. 미지의 공간은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곳이란 알 수 없는 대사로 유추할 뿐이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나고 관객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공포 영화의 클리셰도 없이 영화 주인공들은 게임하듯 1인칭 시점으로 끝없이 걸으며 이리저리 헤집는 데만 시간을 할애한다. 카메라로 백룸을 촬영한다는 설정 때문에 관객은 저화질의 화면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 때문에 영화 속 인물의 긴장과 긴박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관객을 서서히 미치게 만든다. 누군가는 지루하고 누군가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을 느낄 영화다.
영화에 전형적인 건 없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인류 문명으로 아직 모두 밝혀내지 못한 우주, 바다, 뇌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백룸>은 관객에 따라 평이 극명히 나뉠 수 밖에 없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기이한 공간인 리미널 스페이스를 홀로 탐색하는 체험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인기척 없는 친숙한 공간에 나 혼자 갇힌 섬뜩함에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한편, 영화는 27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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