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매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의 돈 안 드는 '사교육' 노하우

[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생태적 삶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가족의 10년 여정 <반칙왕 몽키>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 젊은 부부가 자녀들과 등장한다. 저출산으로 한민족이 소멸할 위기라는데 정부나 기성세대가 반길 풍경이다. 보고 있자니 확실히 '튀는' 가족이긴 하다. 우선 아이가 무려 넷, 아들 둘 딸 둘 무려 4남매다.

게다가 엄마가 출근하고 아빠는 전업주부로 시장 장보기부터 집안 살림, 등하(원)교와 돌봄 전반을 책임진다. 유모차를 끌고 장바구니를 든 아빠가 아이들과 거리를 활보한다.

주류 상식과 맞서는 '반칙왕' 일대기

 <반칙왕 몽키> 스틸
<반칙왕 몽키> 스틸스튜디오 그레인풀

좀 별난 괴짜로만 보였던 전업주부 아빠 '몽키'의 가족은 알고보니 한국 사회 주류 질서와 철저하게 대치하는 전복의 기운을 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영화는 모험의 단계를 밟듯 차례로 '반칙왕 가족'의 여러 단면을 관객 앞에 펼친다.

가족의 일상 브이로그를 보는 것 같지만, 점점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가 구체화된다. 아주 조금 특이한 가족인 줄 알았더니 제작진이 제시하고픈 우리 사회 미래 대안 모델로 향하는 오솔길이 그려지는 셈이다.

첫 번째 반칙은 핵가족 시대, 무자녀가 상팔자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세태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남매'의 존재다. 그것도 딱 아들이랑 딸 2:2 비례다. 상상만 해도 고개를 저을 이들이 적지 않을 테다. 그런데도 '몽키'와 반려 '안나'는 싱글벙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아이들과 부대낀다.

두 번째 반칙은 '전업주부'가 된 아빠의 존재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맞벌이 부부가 출산하면 남편이 일하고 아내가 육아를 도맡는 게 당연시되던 한국이다. 남자가 육아휴직 신청하는 게 생경한 풍경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몽키 가족은 성역할 분담이 사회적 통념과 정반대다. 즉 안나가 출근해 생계를 책임지고, 몽키가 전업으로 주부 노릇을 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

세 번째 반칙은 '외벌이'다. 다둥이 가족일 경우 육아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맞벌이를 고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가족은 더 많이 벌어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아내와 남편 중 형편이 맞고 역할에 적임인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일을 하면 될 일 아닌가. 부부는 심사숙고 끝에 아내가 일을 하고 남편이 육아를 하기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고자 노력한다.

가족계획이 미래 사회 전망 실험으로

 <반칙왕 몽키> 스틸
<반칙왕 몽키> 스틸스튜디오 그레인풀

네 번째 반칙 역시 정해진 수순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적게 버니 적게 써야만 한다. '돈 안 드는 돌봄'의 추구는 남들과 비교하며 꿀리지 않게 '격'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아동용품과 장난감을 DIY로 장만하거나 중고를 구해 수선하는 식으로 충당한다.

다섯 번째 반칙은 물질생활의 욕망을 자녀들과의 토론 및 합의로 극복하려 한다는 점이다. '사(적인) 교육'이 해법이다. 흔히 떠올리는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 지향이다. 몽키와 안나는 자녀들 잠든 밤에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부모의 강행이 아니라 평등한 가족 구성원으로 동의를 얻고자 하는 고심이다.

여섯 번째 반칙은 '마을의 놀이터' 화다. 돌봄과 교육에서 시장 논리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자녀들을 양육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오랜 고민의 결과다. 도시로 집중된 사회에서 유실되어가는 공동체 기능,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마을이 필요하다'의 부활이 해답이다. 다른 동네 아이들이 최신 스마트폰과 게임기, 아이패드 사달라고 때를 쓸 때, 성미산 공동체에선 동네 뒷산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놀이기구를 제작하거나 보물찾기 탐험을 떠난다.

번거롭고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전업주부로 만능해결사가 되어야 하는 몽키는 기왕 이렇게 된 거 일곱 번째 반칙을 기꺼이 뒤집어쓴다. '모두의 홍반장'이 되어 사남매를 든든히 조력하는 건 물론, 마을의 협력을 이끌기 위해 동네 사랑방이자 마을 일꾼이 되길 자처한 것.

진정한 대안가족의 탄생 설화

 <반칙왕 몽키> 스틸
<반칙왕 몽키> 스틸스튜디오 그레인풀

영화 속 10년간의 대모험은 몽키와 안나의 평범하지 않은 결단으로부터 비롯된다. 두 사람 자체가 바로 한국 사회의 '반칙(들)'인 셈이다. 돌고 돌아 카메라는 몽키와 안나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이런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게 된 주역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사실 가장 큰 수수께끼가 이들의 머릿속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어울리며 정신 사납게 화면을 들쑤시며 장악하던 부부가 차례로 자신들의 입장을 제작진 앞에서 밝힐 차례다.

감독은 여기에서 과감한 영상 실험을 감행한다. 몽키와 안나는 뜻을 함께 하는 동지적 관계이자 평생을 기약한 반려다. 하지만 둘의 가족 내 책임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그들의 강철 같은 동맹은 의심의 여지가 없더라도 차별화는 필요하다. 반칙왕 가족의 꿈과 현실을 대차대조하는 장치로서 둘의 미세한 결을 구분하는 접근법이다.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해설하는 장치로 이해하면 될 법하다.

영화 내내 화면을 장악하는 존재, 전업주부 몽키는 '양'의 기운과 더불어 등장한다. 그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쉴 새 없이 떠든다. 마치 동네 제법 유명한 명물 '인싸'를 보는 듯하다. 친밀한 감정과 다른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그들이 얻은 행복의 기운이 물씬 전해진다. 반대로 안나가 출현할 때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배경, 차분하고 근심 섞인 염려가 분위기를 지배한다. 미래에 대한 그들의 확신과 도전이 몽키, 현실적인 애로와 불안을 안나가 각자 담당하는 식이다.

뒤죽박죽한 화면에서 파생되는 온기

 <반칙왕 몽키> 스틸
<반칙왕 몽키> 스틸스튜디오 그레인풀

영화 형식 실험은 몽키와 안나의 대비 구도로만 활용되지 않는다. 반칙왕 부부가 떠안은 불안과 고민은 가족 연대기를 시각적으로 어찌 구축할 것인지에 관한 도전으로 향한다. 화면은 처음 보면 뒤죽박죽에 산만하기만 하다. 관찰을 위한 고정 카메라는 미동도 없이 삼각대에 꽂힌 채 가족 전경을 묵묵히 기록한다. 하지만 조용할 수 없는 사남매와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만 봐도 진이 쭉 빠질 만큼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연거푸 터지며 어떤 감각을 전한다.

얼핏 브이로그 동영상 같은 세로화면은 가족 동선은 물론 그들이 선보이는 행복과 자유의 감정, 촬영과 거리감 없는 간격, 셀프 촬영으로 특정된다.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이웃 주민들과 형성하는 네트워크의 친밀감 등이 여기에서 파생된다. 밝은 빛과 온기, 활력을 맡는 분량이다.

실제 몽키가 직접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 자료를 활용한 덕분에 얻어낸 횡재다. 촬영감독으로 명성 높은 박홍열 감독의 프로페셔널한 촬영과 아마추어 동영상의 조합은 상호보완이 뛰어나다. 영화적 전개를 유지하는 가운데 셀프 다큐멘터리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계산이 돋보인다.

반면에 부부 사이 의사결정 전후 대담이나 안나 단독 출연 대목에선 고정된 카메라, 어둠이 깃든 밤 혹은 밀폐된 실내 공간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여러 차례 출산으로 경력 단절 상황에서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고수하는 건 쉽지 않다. 잦은 이직과 제약된 조건 탓에 안나는 원하는 직장에 쉽게 취업하기 힘들다. 경제적 불안은 물론 자아실현과도 연계된 문제다. 이는 부부 갈등 묘사가 아니라 그들이 직면한 현실과의 불화 및 극복을 위한 도전 과정의 진통으로 그려진다.

대안사회를 향한 공감이 기반된 작업

 <반칙왕 몽키> 스틸
<반칙왕 몽키> 스틸스튜디오 그레인풀

영화는 그런 고심을 덧붙여 반칙왕 가족의 지난 10년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그저 돈키호테의 기행으로 그들의 인생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다. 우스꽝스럽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무모함으로 비칠지 몰라도, 몽키와 안나의 기대치에 훌륭히 부합하며 성장한 사남매는 확실히 그 나이대 또래들과 다른 눈빛이다. 공동체의 일원이자 사회적 연대 책임을 자각한 미래의 시민은 반칙왕 가족을 확장한 형태의 '마을'에서 자라는 중이다.

성미산 마을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의 사정을 오랜 시간 유심히 살펴온 감독들은 그들의 비범한 삶과 육아 방식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걸 직감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한 것이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거대한 위기의 해결책 실마리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거창하게 확장하면, 반칙왕 가족의 10년 여정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생태적 삶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구한 도전인 셈이다. 앞으로도 인생을 걸고 이어질 몽키와 안나, 사남매의 실험은 모두가 세상을 한탄할 때 사과나무를 심는 실천으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작품정보>

 <바칙왕 몽키> 포스터
<바칙왕 몽키> 포스터스튜디오 그레인풀

반칙왕 몽키
The Rule Breaker
2025 한국 다큐멘터리
2026.05.20. 개봉 104분 전체관람가
감독 황다은, 박홍열
출연 몽키(문현준), 안나(조안나), 문세빈, 문세연, 문세윤, 문승윤
제작/배급 스튜디오 그레인풀

2025 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반칙왕몽키 황다은 박홍열 문현준 조안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