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빠지게 웃다 보니 눈물이... 빠더너스가 수입한 이유 있네

[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너바나 더 밴드...>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함께 밴드를 하는 맷과 제이는 '토론토의 전설적인 공연장 리볼리에서의 공연'이 목표다. 주로 맷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떠올리고 제이는 황당해하다 어느새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작전은 번번이 흐지부지 종료된다.

그들이 인생을 건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색이 밴드이니 피나는 연습에 열중하거나, 재능 있는 동료를 영입하거나, 꿈에 날개를 달아줄 조력자를 찾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들은 당연한 수순 대신 황당무계한 온갖 '작전'에 몰두한다. 주로 맷이 저지르는 쪽이지만, 친구의 기행에 체념한 듯 합세하는 심드렁한 제이도 공범이다. '쿵딱' 죽이 잘 맞는 콤비다.

이들은 오늘도 맷의 작전을 실행한다. 토론토의 명소인 CN타워 전망대에서 관중이 운집한 돔구장으로 스카이다이빙을 감행한다. 다행히 위험천만한 시도는 간발의 차이로 실패한다. 꽤나 공들인 도전인지라 내상이 제법 크다. 근거 없이 자신감만 충만한 맷은 툴툴 털고 또 다른 작전을 구상하지만, 제리는 이젠 넌더리가 난다는 듯 표정이 시무룩하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2008년 스카이다이빙으로부터 어언 17년, 중년에 접어든 맷과 제리는 여전히 기회를 엿보지만, 전국구 데뷔는 고사하고 지역 유명 클럽 무대도 아직 서보지 못했다. 제리는 탈출을 모색한다. 그런 제리 앞에서 맷은 황당무계한 새 작전을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마당 구석에 세워둔 낡은 캠핑카를 타임머신으로 개조하자는 것. 영화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아래 <너바나 더 밴드...>)의 주요 내용이다.

너바나 더 밴드의 여정

 <너바나 더 밴드...> 스틸
<너바나 더 밴드...> 스틸그린나래미디어

<너바나 더 밴드...>는 무모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맷과 여기에 동참하는 제리 콤비의 왁자지껄 소동극에서 출발하는 시간여행 SF다. 끝에는 꿈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콤비의 왁자지껄 소동극을 브이로그 촬영하듯 담아낸 화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장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에는 제작진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다만 즉석에서 눈앞 상황이 파악되지 않으면 현기증 날 것 같은 요즘 관객에겐 인내심이 필요하다.

실제로 주인공 콤비는 곧 영화의 조물주와 같은 존재다. 실명으로 출연하는 맷과 제리는 연출(맷), 각본(맷 & 제리)도 도맡았다. 이들은 무명시절을 거쳐 2007년, 막 활성화하던 인터넷에 <너바나 더 밴드 더 쇼>라는 코믹 연작을 게시했다. 이 쇼가 서서히 인기를 얻으며 케이블 채널, 공중파에 진출해 장수 프로그램으로 등극한다. '맷' 존슨과 '제이' 맥캐럴은 20년 가까이 성공적 개인 활동과 더불어 명콤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라지만, 국내에서 익숙한 형태와는 많이 다르다. 이들은 슬랩스틱으로 온몸을 던지며, 실험정신과 도전을 겁내지 않는 컬트 코미디를 펼친다. 대중문화 전반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향수와 연민이 잔뜩 묻어난다. 이런 특징은 영화에도 변함없이 반영됐다.

21세기 영화창작의 새로운 형태

 <너바나 더 밴드...> 스틸
<너바나 더 밴드...> 스틸그린나래미디어

<너바나 더 밴드...>는 추억의 할리우드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헌정하듯 2008년과 2025년, 17년 시차를 종횡무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들의 본거지 토론토 시내를 배경으로 천연덕스럽게 약간의 미술과 소품만 다르게 하고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대라 우긴다. 시간여행 장르물의 미덕을 신선한 방법론으로 구현해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과거를 고증할 때는 거대한 세트장을 짓거나 과거 정취를 간직한 장소를 찾아내 최대한 흡사하게 재연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성비와 효율을 확보하려 창의성을 극도로 발휘했다. 같은 배경이라도 17년간 디지털 기술의 변화는 놀라울 만큼 빨랐고, 같은 장소라도 촬영의 화질과 선명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선택한 창의력은 대충 요렇다. 2008년의 토론토는 저화질 캠코더로 촬영한 홈비디오, 2025년의 토론토는 스마트폰 화질로 담아내는 것만으로 자연스러운 시간 변화를 구현한다. 이게 억지 같은데 묘하게 그림이 된다. 그만큼 우리들의 시대가 기존 토대는 유지하면서도 해마다 몇 년 후 예상이 불가능할 만큼 변화 속도가 빠른 탓이다.

여기에 자연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제작 겸 주인공 콤비는 17년간 코미디 쇼를 진행하며 축적한 즉흥 영상이 더해진다. 솜씨 좋게 이어 붙인 편집은 그 자체만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설익은 A.I 사용을 남발하는 대신, 저작물의 일정 조건 충족 아래 자유로운 사용을 제공하는 '공정 이용(fair use)'을 적극 활용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기존에 제작된 뉴스나 광고, 홍보물 영상과 이미지 삽입으로 보완한다.

장인의 자세

 <너바나 더 밴드...> 스틸
<너바나 더 밴드...> 스틸그린나래미디어

영화가 관성에 빠질 때 뉴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에 지친 이들의 흥미를 당기고자 노력한다. <너바나 더 밴드...> 제작진 역시 컬트 코미디로 출발해 자신들의 영역을 영화와 음악, 공연 등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영화의 근원에는 사회 주류의 성공 공식에 올라타지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걸으며 마이너리티 감성을 놓지 않은 주인공들의 태도가 굳게 자리한다. 두 콤비의 요절복통 엉망진창 개그에 배꼽 잡고 웃다가 어느 순간 영화 속 둘의 엇갈린 운명에 인생의 쓰라림을 느끼고, 각자의 욕망을 극복하고 다시 하나로 뭉칠 때 벌어지는 우정과 희생의 신파에 코끝이 찡해진다. 한 영화에 장르가 몇 개나 겹쳐 있는지 모르겠다.

국내 개봉 과정도 또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자신들의 코미디 정서와 딱 맞는 영화를 찾던 인기 스케치 코미디 팀 '빠더너스(BDNS)'가 첫 영화 수입/배급작으로 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자신들이 매주 2회씩 꼬박꼬박 개근하듯 게시하는 코미디를 삶의 지향으로 삼아왔다. 자신들이 극장에서 보고픈 영화가 걸리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서 가져오자 생각으로 빠더너스 팀은 해외 영화 마켓을 찾는다. 이 초보 배급사의 기행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고스란히 중계된다.

마침내 칸 필름마켓에서 '이 영화가 아니면 안 돼!'를 외치며 <너바나 더 밴드...>와 만난 빠더너스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신들의 진심을 어필해 블루칩을 거머쥔다. 직접 현장을 뛰어 가져온 영화이니 애착이 남다르다. 영문학 전공자인 가수 타블로가 맛깔나는 번역을 맡았다.

작품은 아직 국내 관객에겐 생경한 스타일이지만, 그 정수는 단지 웃고 즐기는 걸 넘어 삶의 다양함을 체감하게 해주던 고전 코미디의 정신과 닮았다. 정체된 국내 극장가에 새로운 시도로 기록될 <너바나 더 밴드...>의 개봉 이후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실컷 웃으며 세월과 주변을 돌아보게 해주는 만만찮은 인생 영화다.

<작품정보>

너바나 더 밴드 :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Nirvanna the Band the Show the Movie
2025|캐나다|코미디, 모큐멘터리
2026.05.20. 개봉|100분|12세 관람가
감독 맷 존슨
출연 맷 존슨, 제이 맥캐럴
번역 타블로, Haru Lee, 김지원
수입 빠더너스 BDNS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공동배급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2025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2025 SXSW 관객상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포스터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포스터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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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