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희끗한 중장년의 점프, '이승윤'이라 가능했다

[리뷰] 이승윤 단독 콘서트 "밖"

 2026 이승윤 콘서트 "밖"
2026 이승윤 콘서트 "밖"염동교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의 여성이 점프하며 이승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여름 페스티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중장년층이 청소년과 함께 어울려 뛰놀았다. 지난 16~17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후면 광장에서 열린 이승윤 단독 콘서트 '밖'에서다.

최근 10년간 이 정도로 고른 나이의 팬을 보유한 솔로 로커가 있었을까. 더불어 조용필과 윤수일, 전영록 같은 팝록 슈퍼스타가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다세대를 묶는 이승윤의 힘은 무엇일까.

이승윤의 매력

역시 그의 매력은 음악이다. 이승윤은 1990년대 영미권 모던록의 자양분을 체화한 뒤 고유한 철학을 배합한 음악을 선보였다. 강력한 후렴구를 위시해 방점이 또렷한 악곡, 기악에 대한 이해도가 엿보이는 풍부한 편곡에 고해상도 프로덕션은 흠잡을 곳 없었다.

이번 '밖' 공연 셋리스트 대부분의 가사를 화면에 띄웠다. 덕분에 키읔과 티읕, 피읖처럼 거센소리를 활용한 딕션, 일부 난해하고 모호한 문어체 노랫말 등 이승윤의 음악 세계를 한 꺼풀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피투, 기투(각각 세상에 내던져지거나 자신을 내던지는 수동과 능동의 의미를 띈 철학 용어) "와 "작은 꽃", "낡은 기타 줄"처럼 자주 쓰는 단어를 향한 애착도 엿보았다.

이승윤의 인기에는 그의 서사와 캐릭터도 한몫한다.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방영된 음악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에 보여준 의지와 열정은 국민에게 감동으로, 단독 공연 때마다 보여준 최선의 퍼포먼스는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환희로 가 닿았다.

앞서 송도달빛축제공원서 열린 '2025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미국 포스트 메탈 밴드 데프헤븐의 급작스러운 불참으로 이승윤은 대체 뮤지션으로 출연했다. 당시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무대를 향한 열정이 느껴졌다.

게스트만 8팀

 2026 이승윤 콘서트 "밖"
2026 이승윤 콘서트 "밖"염동교

이번 공연에도 그의 열정이 드러났다. 공연명을 '밖'이라고 이름 붙인 것처럼 야외무대를 지향한 이번 공연은 총 8팀의 게스트가 출연해 마치 축제와 같았다. 직접 다녀온 2일 차엔 출연 순서대로 산만한 시선과 신인류, 오월오일, 한로로가 출연했다. 2026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의 영광을 맛본 산만한시선과 신인류, 한로로 덕에 2026년 5월 2일에 다녀온 한대음 페스티벌 2026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식음료를 팔거나 이승윤의 아카이브를 전시하는 야외 부스와 더불어 입장 팔찌를 수령하는 킨텍스 2전시장 내부도 페스티벌처럼 꾸며졌다. 출연 아티스트의 포토존과 이승윤과의 추억을 새길 포토부스, 160년 역사에 빛나는 기타 명가 에피폰의 이승윤 시그니처 기타 디스플레이까지. 공연중 연신 이승윤을 향한 감사함을 전달한 게스트 뮤지션들은 이승윤에게 에피폰 기타를 한 대씩 선물 받았다고 밝혔다.

감칠맛 나는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로 빚어내는 독창적 음악색으로 포크신 신진 세력으로 부상한 산만한시선의 30분 무대는 짧되 굵직했다. "내가 잠들었을 때 내가 궁금해졌나요?" 같은 구절과 스틸 기타가 매력적이었던 '옷장블루스'와 다감한 선율의 '천 년 동안 살았던 은행나무 아래에서'가 듀오의 개성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승윤의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를 부르며 공연의 주인공을 오마주했다.

청춘의 싱그러움과 연약하고도 강인한 젊음을 담은 3인조 밴드 신인류는 섬세한 로큰롤로 페스티벌 대세임을 증명했다. 베이시스트 차정환의 리듬감이 빛난 '이상하고 아름다운'과 침착한 평소 성격과 달리 무대에서만큼은 거침없는 프론트퍼슨 신온유의 리더십과 하형언의 달콤한 건반이 어우러진 '정면돌파'가 무더위를 격파했다.

3인조 록밴드 오월오일은 어린이날의 의미가 있는 밴드명처럼 무언가 동화적이며 서정적인 소리 그림을 펼쳐냈다. 특이한 음색과 읊조림이 '꿈에'의 가수 조덕배를 상기했던 프론트퍼슨 노지환은 정열적인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최근 국내 페스티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한로로. 유독 그의 공연과는 인연이 적었는데 이번 무대를 통해 전성기에 오른 아티스트의 패기와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2026 이승윤 콘서트 "밖" 중 게스트로 나온 한로로
2026 이승윤 콘서트 "밖" 중 게스트로 나온 한로로염동교

공연의 주인공 이승윤의 무대는 완벽했다. 그는 전날(16일) 2시간 반 분량의 공연을 했는데도,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승윤은 폭죽 세례로 잔치의 시작을 깨우며 '폭포'를 불렀다. 이어 안전 장비를 착용한 채 무대 천장에 올라 부른 '도킹' 무대는 찬란했다.

붉은 조명과 아그리파를 닮은 로마 영웅들의 두상이 돋보였던 곡 '영웅 수집가', 관객들의 자체적 슬램과 화면 속 '스터터(Stutter)'란 문구가 록밴드 키스의 동명 곡을 상기했던 곡 '어버버버'도 탁월한 무대였다. 이승윤은 드넓은 광장을 호령하며 다양한 무대 연출을 선보였다.

불과 5년 전에 무명가수란 타이틀로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한 열혈 청년은 이젠 이름 석 자를 건 대규모 축제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부에 있는 동료 예술가 간의 연대, 다세대 청중 간의 연대와 무엇보다도 그를사랑하는 이들과 이승윤과의 연대까지. 작금 국내의 대표적 콘서트 퍼포머, 로큰롤 기수로서의 인증뿐 아니라 보편적 질감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내포한 교류의 장으로 보였다.







이승윤 콘서트 페스티벌 킨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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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