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 초 역투한 왕옌청이 삼성 강민호가 유격수 병살타 아웃되자 안도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지난 2009년 K리그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아시아쿼터는 2020년 KBL, 2023년 V리그, 2024년 WKBL로 확대됐다가 KBO리그가 4대 프로 스포츠 중 가장 늦은 올해부터 도입하고 있다. KBO리그의 아시아쿼터는 아시아 야구 연맹 소속 국가 출신 및 호주 국적 선수로 제한하고 비아시아 국적을 가진 이중 국적 선수의 영입은 불가능하다. 또한 직전 또는 해당 연도에 아시아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만 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에 각 구단들의 과도한 영입 경쟁을 막기 위해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몸값은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20만 달러로 제한했다. 따라서 일본 프로야구의 1군급 선수는 영입이 쉽지 않고 주로 일본의 2군이나 독립리그, 호주리그 출신 중에서 선수를 골라야 한다. 그럼에도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는 20만 달러를 꽉 채워 아시아쿼터를 영입했고 15만 달러 이상 지출한 구단도 3팀이나 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그런 것처럼 아시아쿼터 역시 선수의 몸값이 성적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쿼터 도입 첫 시즌인 올해부터 상대적으로 적은 몸값을 받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면서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류현진과 함께 한화 이글스의 선발진을 이끌고 있는 왕옌청과 21경기에서 9세이브4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카나쿠보 유토다.
류현진과 함께 한화 선발진 이끄는 젊은 좌완
한화는 작년 팀 타율(.266)과 팀 득점(689점) 4위, 팀 홈런 6위(116개)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팀 성적에 비해 공격력이 다소 아쉬웠다. 이에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타자로 요나단 페라자, FA시장에서 '최대어' 강백호를 영입했다. 강타자 2명이 합류한 한화는 올 시즌 팀 타율 2위(.280)와 팀 득점(269점), 팀 홈런(50개), 팀 타점(252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는 '공격의 팀'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작년 팀 평균자책점(3.55)과 이닝당 출루허용수(1.27명) 1위에 빛났던 마운드는 크게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로 한화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9위(5.08)와 이닝당 출루 허용수 10위(1.62명)로 투수 쪽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 문동주가 어깨 부상, 78억 투수 엄상백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마무리 김서현은 제구 불안으로 2군에 내려갔다.
올 시즌 이렇게 불안한 한화의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는 선수는 만39세의 노장 류현진과 대만 출신의 아시아쿼터 왕옌청이다. 사실 지난해까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6년 간 활약했지만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던 왕옌청을 주목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한화에서도 작년 11월 가장 먼저 왕옌청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연봉은 아시아쿼터 상한액의 절반인 1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 왕옌청은 아시아쿼터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3월29일 키움과의 KBO리그 데뷔전부터 5.1이닝3실점으로 한국 무대 첫 승을 신고한 왕옌청은 올 시즌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9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2.74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평균자책점은 아리엘 후라도(삼성 라이온즈, 2.33)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개막 후 2연승을 달리다가 5번의 등판에서 승을 추가하지 못했던 왕옌청은 최근 2경기에서연속 선발승을 따내며 류현진과 함께 팀 내 최다승(4승) 투수가 됐다. 오웬 화이트를 시작으로 문동주, 엄상백 등 선발 자원들이 차례로 이탈한 올 시즌 왕옌청마저 부진했다면 한화는 공동 6위 자리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신반의했던 대만 출신 좌완 왕옌청이 한화에게 '복덩이'가 되고 있다.
최하위팀 마무리 투수, 실질적인 세이브 공동 1위
▲키움히어로즈가 아시안쿼터로 영입한 일본 출신 좌완투수 카나쿠보 유토.
키움히어로즈
올 시즌 초반 각 구단들은 유난히 마무리 투수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작년 33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던 한화의 김서현은 올해 8이닝 동안 무려 19개의 사사구를 내줄 정도로 제구가 무너졌다.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정해영 역시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2.2이닝5실점(평균자책점16.88)으로 부진한 끝에 마무리 자리를 성영탁에게 내줬고 최근 다시 구위를 끌어 올리며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개막 후 13경기에서 11세이브와 함께 0.75의 평균자책점으로 무섭게 질주하던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유영찬은 4월2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 강판 됐고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되면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두산의 마무리 김택연 역시 9경기에서 3세이브0.87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4월말 어깨 근육 염증이 발견되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3주 넘게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마무리 문제로 머리가 아픈 팀은 키움도 마찬가지. 작년 42경기에서 2승2패16세이브5홀드2.45로 마무리 자리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주승우가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현역 입대했고 새 마무리 후보 조영건도 올 시즌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25로 크게 부진하다. 하지만 키움은 올 시즌 유영찬이 없는 현재 실질적인 세이브 공동 1위(9개)에 올라 있는 마무리 투수 유토가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8년간 활약했던 유토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한 구위를 가졌지만 일본에서의 통산 성적이 5승4패1홀드4.31에 불과했고 사생활 문제까지 있었다. 키움이 작년 12월 총액 13만 달러의 많지 않은 금액에 유토를 영입했을 때도 두 외국인 투수와 하영민을 제외하면 마땅한 선발 자원이 없는 키움에서 유토가 선발로 활약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김재웅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한 유토는 4월말부터 마무리로 변신했고 마무리로 등판한 11경기에서 11.1이닝2실점(평균자책점1.59)으로 1승9세이브를 수확했다. 최하위 팀의 마무리 투수가 작년 세이브왕 박영현(kt 위즈), 통산 202세이브에 빛나는 베테랑 김재윤(삼성)과 세이브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유토의 존재 덕분에 키움의 뒷문 걱정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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