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V리그를 풍미했던 '코트의 꽃사슴'이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구단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연주가 고심 끝에 코트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황연주는 "그 동안 코트 위에서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과 구단, 그리고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선수 생활은 마무리하지만 방송이나 지도자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배구팬 여러분과 계속 만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을 고심해보겠다. 제2의 인생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25년 V리그 출범과 함께 프로에 데뷔한 황연주는 무려 22번의 시즌 동안 코트를 누볐던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특히 황연주는 3개 팀을 오가며 6번의 챔프전 우승과 함께 남녀부 통산 최초의 서브 득점 300개, 최초의 5000득점 달성 등 많은 기록들을 세웠다. V리그 원년 멤버로 오랜 기간 코트를 지킨 황연주가 은퇴하면서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임명옥 리베로는 유일한 V리그 원년 멤버가 됐다.
▲작년 도로공사로 이적하며 현역 생활을 연장했던 황연주는 18일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국내 최고의 토종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2004년 실업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중앙여고의 아웃사이드히터 김민지를 지명한 GS칼텍스 KIXX는 2005년 V리그 원년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로 일신여상의 아포짓 스파이커 나혜원을 지명했다. 배구팬들은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에 최고의 유망주를 보유한 GS칼텍스가 V리그를 지배할 거라고 입을 모았지만 출범 초기 V리그의 지배자는 GS칼텍스가 아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였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황연주는 프로 첫 시즌부터 서브(세트당 0.31개)와 시간차(44.29%), 후위공격(25.94%) 부문 1위에 오르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훗날 '배구여제'가 되는 김연경을 1순위로 지명했고 1년 만에 프로에서 다시 뭉친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의 '쌍포'는 V리그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황연주가 좌우 쌍포로 활약한 네 시즌 동안 세 번이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프로 원년부터 2007-2008 시즌까지 도입된 '2점 백어택'은 김연경과 황연주,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흥국생명을 위한 제도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2009년 일본리그로 떠난 흥국생명은 2009-2010 시즌 황연주가 득점 4위(465점)를 기록했음에도 5개 팀 중 4위에 그치며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2009-2010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황연주는 흥국생명 시절의 은사인 고 황현주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당시 역대 최고연봉(1억7500만원)을 받으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이적했다. 황연주는 현대건설에서 외국인 선수 케니 모레노,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함께 막강한 '삼각편대'를 구축했고 2010-2011 시즌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올스타전과 정규리그, 챔프전 MVP를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스파이커를 영입하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황연주를 영입한 2010-2011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대부분 외국인 선수를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용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스파이커를 영입한 것은 2014-2015 시즌 득점왕(982점)에 올랐던 폴리나 라히모바가 유일했다. 현대건설의 오른쪽에는 황연주라는 확실한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에서 마지막 시즌 보낸 후 현역 은퇴
▲지난 4월1일 GS칼텍스 KIXX와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 교체 출전이 황연주의 은퇴 경기가 됐다.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V리그 최고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황연주도 2017-2018 시즌 378득점을 기록한 이후 크고 작은 부상과 적지 않은 나이의 영향으로 운동 능력이 하락하면서 득점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가 밀라그로스 콜라에서 헤일리 스펠만으로 외국인 선수가 교체됐던 2019-2020 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며 8경기에서 26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황연주는 2020-2021 시즌에도 19경기에서 단 18득점에 머물렀고 배구팬들은 황연주의 은퇴가 임박했다고 입을 모았다. 황연주 역시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2020 도쿄올림픽에서 특별 해설위원으로 참가해 후배들을 응원하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황연주는 야스민 베다르트(페네르바흐체 SK)가 맹활약한 2021-2022 시즌에도 26경기에서 76득점을 기록하며 주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하지만 황연주는 정대영(제천여중 코치)과 임명옥, 김연경,김수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김해란,한송이(SBS 스포츠 해설위원)를 제외한 동시대를 누빈 선수들이 대부분 코트를 떠난 2022-2023 시즌 28경기에서 249득점을 기록했다. 황연주가 현역 선수로 보여준 '마지막 불꽃'이었다. 황연주는 현대건설에서 3번째, 개인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한 2023-2024 시즌 데뷔 후 가장 적은 7경기 출전에 그쳤다.
정대영,한송이,김해란이 동시에 은퇴하면서 임명옥과 함께 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 황연주는 함께 전성기를 보냈던 김연경이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24-2025 시즌 9경기에서 53득점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도 은퇴 대신 현역 연장 의사를 밝힌 황연주는 작년 5월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고 정규리그 20경기 21득점, 챔프전 1경기1득점을 기록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황연주가 은퇴하고 문정원이 리베로로 변신하면서 현재 V리그의 왼손잡이 공격수는 나현수(현대건설)와 신은지(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정관장이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로 메가왓티 퍼티위와 반야 부키리치를 영입했기 때문에 나현수와 신은지가 다음 시즌 주전으로 나설 확률은 매우 낮다. 어쩌면 황연주는 V리그를 풍미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왼손잡이 아포짓'으로 남을 수도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