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민하 감독은 2023년 <버거송 챌린지>로 교사들과 만나며 지난 2023년 7월 사망한 '서이초 교사 사건'에 관심이 생겨 교권을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식민지 노동자로 만들기 위한 우민화 정책에 맞선 서당이 이때 사라졌음을 확인했는데, 이를 21세기로 옮겨 현재 학교의 모습을 더했다.
서당은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 말기까지 존재했던 교육 기관이다. 훈장을 필두로 교학상장을 목표로 교육과 예절을 가르치는 학교의 시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군이 훈장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쳤다. 우리의 정신과 말을 빼앗으려는 서당 사냥 작전에 맞서 제자들을 지켜 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립학교가 배경인 까닭도 촘촘하게 전개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으로 흘러 들어온 요괴 이다이나시(유선호)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국권 하락을 21세기 교권 하락과 같은 맥락으로 두었다. 이름(영혼)과 맞바꾼 성적표는 창씨개명으로 치환했다. 수능 귀신은 각각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으로 답을 맞혀 통과해야만 한다. 쉬운 듯 보이지만 사실 고난도인 아재 개그 귀신도 물리쳐야 하는데 이는 한선화가 맡아 애교와 코믹을 적절히 소구한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지만 현재 스승의 위상은 추락한 지 오래다. 사랑의 매로 불리던 서당 회초리는 사라졌고,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의 말이 진리가 되었다. 학교는 학부모의 민원이 무서워 학생 대신 교사를 철저히 교육한다. 점차 불어나는 사교육 속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은 떨어진 성적을 올리기 위해 요괴에게 영혼을 바친다.
극도의 혼란 속에 학생들을 사랑하는 열정 가득한 교생이 있었으니, 훈장의 회초리에 맞아 가루가 된 요괴는 100년 후 조선인의 이름을 모아 부활을 꿈꾼다. 하지만 재기는 쉽지 않다. 100년 전 훈장과 100년 후 교생의 마음이 '감동'이란 힘으로 발현되고, 감동에 취약한 요괴는 소멸하게 된다.
90년생 감독, 젠지 세대 열풍 이을까?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교육의 본질이 흐려진 현시대에 무거운 주제를 장르적으로 접근한 영민함이 번뜩인다. 웃음의 이면에 슬픈 역사와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며, 세상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게 공포인 현실을 압축한 학교라는 세계를 비춘다.
호러 영화를 못 보는 감독이 만든 키치한 감성으로 십 대 트렌드를 선도하는 영화다. 공포영화인 줄 알았지만 현실을 풍자하는 코미디가 본질이다.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기발함과 재치를 더해 코미디로 확대했다. 황당한 설정이 이어지지만 종국에는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픽셀 게임 방식을 통해 게임 규칙을 설명하고, 서당 역사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했다. 극 중 캐릭터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제4의 벽'을 활용한 연출도 돋보인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새롭게 재해석한 독특함도 더한다. 여고괴담 시리즈에서는 귀신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김 감독의 영화에서는 학생이 이긴다. 소녀들이 주체가 되어 고난을 이겨나가는 진취성이 강조된다.
최근 젠지 세대 감성을 디지털 기계와 접목해 공포 체험형으로 만든 <살목지>처럼 90년대 감독의 재기 발랄함이 돋보인다. <교생실습>의 개봉과 더불어 첫 번째 시리즈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OTT 반응도 심상치 않다. 장르개척 외길 인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부터 독립된 세계관의 5편까지 예고되어 있다. 웹툰, 웹소설 영상화에 밀려 오리지널 스토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 김 감독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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