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우승 감독' 사비 알론소, 첼시에서 명예회복 도전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FC가 사비 알론소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첼시 FC는 17일(한국 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알론소 감독을 선임하게 되었음을 기쁘게 알린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알론소 감독은 첼시와 2026-2027시즌부터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알론소 감독의 선임은 폭넓은 경험, 코칭 능력과 경기 운영방식, 리더십, 인품에 대한 클럽의 신뢰를 반영한다. 그에게 첼시 여정의 다음 단계를 맡기기로 결정한 이유"라며 "알론소는 뛰어난 축구 감독이자, 여러 분야에 걸쳐 검증된 리더"라고 밝혔다.

1981년생인 알론소 감독은 스페인이 배출한 세계적인 레전드 플레이어 출신이다. 현역 시절 잉글랜드 리버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독일 바이에른 뮌헨 등 여러 명문 빅클럽을 거치며 숱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A매치 114경기에 출전하여 메이저대회 3연패(유로 2008,2012, 2010 남아공월드컵)에 기여하며 무적함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7년 현역 은퇴 후에는 지도자의 길에 뛰어들어 친정팀인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레알 소시에다드B팀의 감독을 거쳤다. 2022년에는 독일 명문 바이어 레버쿠젠의 지휘봉을 잡으며 본격적인 프로 1군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레버쿠젠 2년 차인 2023-2024시즌, 알론소 감독은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냈다. 창단 이후 리그 무관에 그쳤던 레버쿠젠에서 역사적인 첫 분데스리가 우승을 선사하며 바이에른 뮌헨의 11년 장기 집권을 종식시켰다. 심지어 28승 6무(승점 90)으로 단 한번도 지지 않고 '무패 우승'이라는 위업까지 달성했다.

또한 같은 시즌에 DFB 포칼 컵(FA컵)에서도 정상에 올라 2관왕을 달성했다. 이듬해 2024-25시즌에는 프란츠 베켄바워 슈퍼컵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독일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정복했다.

알론소 감독은 선수 시절 라파엘 베니테스, 주제 무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펩 과르디올라, 루이스 아라고네스, 비센테 델 보스케 등 세계적인 명장들의 지도를 받았고, 다양한 감독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흡수했다. 특히 전술적으로는 현재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론소 감독이 레버쿠젠에서 보여준 조직적인 빌드업 시스템, 강도 높은 프레싱, 공간에서의 수적 우위 활용을 매우 중시하는 등 포지션 플레이 등은 과르디올라의 스타일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레버쿠젠에서의 대성공으로 유럽이 주목하는 젊은 명장 반열에 오른 알론소 감독은, 2025-26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친정팀이자 스페인 최고의 명문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레알은 브라질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카를로 안첼로티의 후임으로 알론소 감독을 영입하며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레알에서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초반 출발은 좋았지만 결국 라이벌 바르셀로나와의 우승경쟁에서 점점 밀렸다. 또한 라커룸에서 개성강한 스타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며 각종 불화설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알론소 감독은 레알에서 한 시즌도 다 채우지 못하고 부임 8개월만에 경질 당했다.

알론소 감독은 레알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이후에도 여러 빅클럽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올해 아르네 슬롯 감독 체제에서 부진한 시즌을 보낸 친정팀 리버풀,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결별설이 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등도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알론소 감독의 선택은 첼시였다.

첼시는 잉글랜드의 명문팀중 하나로 꼽히지만 최근 몇년간은 기복 심한 성적과 잦은 감독 교체로 혼란을 겪었다. 엔초 마레스카 감독과 함께 2025-2026시즌을 시작했지만 성적 부진과 보드진과의 갈등 끝에 중도에 결별했다. 이후 리엄 로지니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나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3개월 만에 감독을 또 교체하며 현재는 캘럼 맥팔레인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

2016-17시즌을 끝으로 더이상 리그 우승이 없는 첼시는 올해 EPL에서 10위까지 추락하는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며 올시즌 무관이 확정됐다.

전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 못지않게 첼시 역시 '감독들의 무덤'으로 꼽히는 팀이다. 몸값이 높은 스타 선수들의 입김이 강력하고, 구단 운영 구조도 복잡하다. 주제 무리뉴, 토마스 투헬, 안토니오 콘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카를로 안첼로티, 프랭크 램파드 등 수많은 유명 감독들이 거쳤지만, 첼시에서 2년 이상 장기간 재임한 감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레이엄 포터나 리암 로세니어 등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감독들은, 첼시 라커룸 내에서 스타 선수들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일화도 나오고 있다.

반면 첼시에는 콜 파머, 엔소 페르난데스, 모이세스 카이세도, 리스 제임스 등 전성기에 접어든 정상급 자원들이 즐비하다. 이들을 전술적으로 잘만 다듬으면 다음 시즌 첼시를 다시 우승권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첼시는 알론소 감독을 선임하며 단순한 헤드 코치가 아닌 '매니저'라는 직함을 부여했다. 이는 알론소 감독에게 1군에서의 성적만이 아니라 팀의 전체적인 운영을 총괄하는 강력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론소 감독은 구단을 통하여 "첼시는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이며, 이 위대한 클럽의 감독이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열심히 훈련하고, 올바른 문화를 만들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라는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명예회복에 나선 알론소 감독은 레버쿠젠에서 보여준 전술적 역량과 리더십을 첼시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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