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 3번, 겨자 2번" 냉면 영상으로 부활한 17년 전 드라마

[드라마 보는 아재] 이하나, 지현우 주연의 MBC 수목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1000만 영화가 2편(<베테랑>,<암살>)이나 탄생하며 한국영화가 르네상스를 누리던 2015년, 비수기가 시작되는 3월 말에 개봉한 청춘 영화 <스물>은 304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작은 이변을 일으켰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지금은 스타배우가 된 김우빈과 강하늘, 이준호, 정소민 등이 신예 시절에 출연한 <스물>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B급 감성 코미디'가 젊은 관객들에게 통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병헌 감독은 2018년 <바람 바람 바람>이 흥행에 실패했지만 특유의 'B급 감성'을 포기하지 않았고 2019년에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같은 해 jtbc에서 방영된 첫 드라마 <멜로가 체질> 역시 부진한 시청률과 별개로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오히려 아이유와 박서준 같은 스타 배우가 출연했던 <드림>이 너무 평범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국의 이병헌 감독이나 할리우드의 벤 스틸러, 쿠엔틴 타란티노, 홍콩의 주성치 등 각국에는 'B급 감성'이 충만한 대중 예술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매주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야 하는 지상파에서는 B급 감성의 드라마를 방영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난 2007년 MBC에서 방송된 이하나, 지현우 주연의 수목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은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B급 감성이 충만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코드가 맞았던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코드가 맞았던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메리대구 공방전> 홈페이지

4차원 캐릭터로 데뷔해 다양한 인물 연기한 배우

이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꾸며 대학에서도 보컬을 전공했지만 끝내 가수 데뷔는 하지 못했다. 이후 연기자로 진로를 변경한 이하나는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유은호(손예진 분)의 4차원 여동생 유지호 역으로 데뷔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2006년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을 수상했다.

<연애시대> 이후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식객>에서 김진수 역에 캐스팅 된 이하나는 2007년 KBS 월화드라마 <꽃 피는 봄이 오면>을 통해 처음 주연을 맡았다. 이하나는 <꽃 피는 봄이 오면>이 끝난 후 곧바로 MBC 수목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에 출연했고 뮤지컬 지망생 황메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드라마의 낮은 시청률과 별개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데뷔 첫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2008년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했던 KBS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김지수와 자매 연기를 선보인 이하나는 2009년 <윤도현의 러브레터> 후속으로 편성된 KBS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 <이하나의 페퍼민트>를 진행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하지만 2009년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MBC 드라마 <트리플>이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고 이하나는 그 후 5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

긴 공백 끝에 2014년 tvN의 <고교처세왕>으로 복귀한 이하나는 2015년 KBS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채시라의 딸 정마리 역을 맡아 준수한 연기를 보여줬고 2017년에는 OCN의 <보이스>에서 성운 지방경찰청 112 신고센터장 강권주 경감을 연기했다. 특히 2018년에 방송된 <보이스2>는 OCN 최고 시청률 기록(7.1%)을 세웠고 이하나는 112 창설 61주년을 맞아 명예 경찰관으로 위촉됐다.

남자 주인공이 장혁에서 이진욱, 송승헌으로 교체되는 동안에도 2021년까지 방송된 4편의 <보이스> 시리즈에 모두 개근한 이하나는 2020년 tvN 드라마 <반의 반>에 출연했다. 2015년 이후 한 동안 지상파 활동이 뜸했던 이하나는 2022년 KBS 주말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서 삼남매의 장녀이자 의학 코디네이터 김태주 역을 맡아 28%의 높은 시청률을 견인하며 2022년 KBS 연기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설의 '냉면 제조 영상' 남긴 드라마

 드라마 속에서 메리(오른쪽)와 대구는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드라마 속에서 메리(오른쪽)와 대구는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며 연인으로 발전했다.MBC 화면 캡처

2007년 MBC 수목드라마는 김하늘, 강지환 주연의 <90일, 사랑할 시간>과 <궁>의 속편 <궁S>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침체에 빠졌다. 하지만 2007년3월에 방송된 <고맙습니다>가 에이즈에 걸린 어린 딸을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라는 낯선 소재와 병역비리 사건에 휘말렸던 장혁의 복귀작이라는 불안요소에도 20.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후속작 <메리대구 공방전> 역시 많은 기대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10.2%의 준수한 시청률로 시작했던 <메리대구 공방전>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떨어졌고 결국 3.9%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박신양이라는 대형 스타를 앞세워 36.3%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쩐의 전쟁>과 동 시간대에 맞붙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또한 요소 요소에 깔려 있는 'B급 감성'이 일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마니아 드라마'로 전락하고 말았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멋진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만 고속도로 테이프 가수의 코러스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황메리(이하나 분)와 직업은 무협 소설가지만 현실은 백수나 다름 없는 강대구(지현우 분)의 연애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다소 과장된 연기와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 멜로물이지만 넘치는 열정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년 세대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주연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평소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을 가진 이하나는 발랄하면서도 궁상맞은 황메리 캐릭터를 멋지게 표현하면서 2007년 MBC 연기대상에서 <태왕사신기>의 이지아와 신인상을 공동 수상했다. 밴드 더 넛츠로 데뷔해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지피디로 인기를 얻은 지현우도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무협 작가로 자부심이 큰 강대구 역을 잘 소화했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낮은 시청률로 초라하게 막을 내렸지만 매년 여름만 되면 냉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위 1%만 아는 냉면 먹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소환되곤 한다. 바로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메리가 대구와 냉면을 먹으면서 식초 3번, 겨자 2번을 뿌리는 유쾌한 영상이다. 이하나가 웃음을 참는 장면이 그대로 들어간 이 42초짜리 짧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무려 260만이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메리-대구도 한 수 접어준 엉뚱 캐릭터

 이병준은 운영하는 동네 슈퍼마켓 알바를 모집할 때도 오디션을 볼 정도로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병준은 운영하는 동네 슈퍼마켓 알바를 모집할 때도 오디션을 볼 정도로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했다.MBC 화면 캡처

2004년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연상의 여성팬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지현우는 <황금사과>,<오버 더 레인보우> 등에 출연했다가 2007년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무협소설 작가 강대구를 연기했다. '풍운도사의 백팔번뇌'라는 무협소설을 두 편에 걸쳐 출간했지만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겠다는 포부와 달리 출판사 사장과 가족들만 울린 실질적인 백수 캐릭터로 메리를 만나 다시 창작열을 불태운다.

<하늘이시여>와 <내 사랑 못난이>,<황진이> 등에 출연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왕빛나는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전신 성형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철없는 부잣집 딸 이소란 역을 맡았다. 우동집에서 동네 양아치들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대구에게 첫 눈에 반하면서 본의 아니게 메리와 '사랑의 연적'이 된다. 하지만 천성이 착한 소란은 여느 멜로 드라마의 서브 여주처럼 악녀가 되지 못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배우 이병준은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메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황제슈퍼의 사장 최황재를 연기했다. <메리대구 공방전>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이 대부분 과장되고 만화적인 캐릭터지만 최황재는 황제슈퍼의 알바를 모집할 때도 메리와 대구를 상대로 오디션을 볼 정도로 독보적으로 엉뚱한 캐릭터다.

<메리대구 공방전>에는 방영 19년이 지난 지금 스타로 성장한 인물 2명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다. 메리의 아역을 연기했던 배우는 작년 연말에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를 통해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문가영이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슬기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입사하기 전, 연기 학원을 다녔을 때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학생 역할로 보조 출연한 바 있다.
드라마보는아재 메리대구공방전 이하나 지현우 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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