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코치로 우승했던 이규섭 감독, 원주 DB 재건 도전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가 다음 시즌부터 이규섭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

DB 구단은 15일 이규섭 감독을 제 10대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이규섭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로는 기존의 박지현 코치와 재계약했다.

이규섭 감독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200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 삼성에 입단하며 2013년 은퇴할때까지 구단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데뷔 시즌 신인상을 받았고, 2000~2001시즌과 2005~2006시즌에는 삼성이 기록한 두 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한 레전드였다.

이규섭은 프로농구에서 과감한 포지션 전향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도도 거론된다. 대학시절부터 국가대표까지 발탁된 당대 최고의 유망주 빅맨이었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골밑에서 득세하던 프로에서는 생존을 위하여 포워드 3점슈터로 변신했다.

당시 이러한 포지션 전향을 많은 선수들이 시도했지만 크게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농구 센스가 탁월했던 이규섭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장신슈터로 자리잡았고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발탁될 만큼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국제대회의 족적도 화려하다. 이규섭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며 1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와 해설위원의 길을 걸었다. 국내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NBA G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서 정규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부터 8년간 서울 삼성에서 코치와 감독대행으로, 2025~2026시즌 부산 KCC 수석코치를 맡아 이상민 감독과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며 보좌했다.

재야에 있던 시절에는 농구 해설위원을 맡아 논리정연한 데이터 분석과 입담, 팬들과의 소통으로 호평을 받았다. 2023년에는 한 유투브에 출연하여 NBA 스타 스테판 커리와 KBL 최고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를 비교하는 발언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규섭은 'KBL에 커리가 오면 우승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자, "불가능하다"면서 "커리가 득점은 엄청나게 할 거 같은데 자밀 워니를 만났어요. 어떡할 거예요?"라는 답을 남겼다. 현재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1옵션 빅맨을 맡는 KBL의 상황속에서, 슈터인 커리가 아무리 NBA 최고 스타라도 외국인 빅맨들을 수비할 수 없는 미스매치 때문에 한국에서 우승하기는 힘들다는 논리였다. 이규섭의 발언은 농구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많은 갑론을박을 낳으며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이규섭이 올해 수석코치를 맡았던 KCC는 올해 정규시즌 6위에 그쳤지만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상위팀들을 연파하고 2년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서 이규섭은 삼성 시절에 이어 선수와 코치로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이제는 마침내 사령탑이 된 이규섭 감독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삼성맨' 이미지가 강했던 이규섭 감독은 친정팀 삼성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도 몇 차례 물망에 오른 바 있다. 마침 삼성도 올시즌 KBL 역사상 최초로 5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며 2025-2026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김효범 감독과 결별하고 새로운 감독을 물색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규섭 감독은 결과적으로 삼성이 아닌 이전까지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DB의 손을 잡았다.

DB는 지난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서 바로 이규섭 감독이 코치로 있던 KCC에 3전 전패로 탈락한 바 있다. 시즌 종료 이후 DB는 계약 기간이 끝난 김주성 감독과 결별했다. 김 감독이 비록 단기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DB의 상징적인 원클럽맨 레전드였음을 감안하면 쉽지않은 결정이었다.

과연 어떤 인물이 DB의 지휘봉을 물려받을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구단은 의외로 외부인사이자 초보사령탑인 이규섭 감독을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이규섭 감독은 DB 이흥섭 단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이 단장은 지난해 12월 구단 사무국장에서 단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DB는 KBL에서 친형제가 각각 단장과 감독을 맡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

DB는 2000년대 이후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강호이자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하지만 마지막 챔프전 우승은 2007-08시즌으로 무려 18년 전이다.

올시즌 이선 알바노와 헨리 앨런슨의 원투펀치를 보유하고도 단기전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우승에 실패했던 DB는, 다음 시즌 김보배, 이유진 등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과 KCC에서 젊은 선수들과 개성강한 스타들을 잘 아우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규섭 감독의 지도력을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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