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직접 불러야 할 때"... 제주 관음사에 울려 퍼진 목소리

[현장] 영화 <내 이름은> 단체 관람한 스님과 신도

어두운 상영관 안, 화면 속에서 70여 년간 묻혀있던 비극의 역사가 흐르자 여기저기서 억눌린 훌쩍임이 터져 나왔다. 평생을 '쉬쉬'하며 살아야 했던, 혹은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했던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마다 객석을 메운 이들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지난 10일, 제주 롯데시네마에서는 아주 특별한 상영회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인 관음사가 제주 4·3의 아픔을 담아낸 영화 <내 이름은>의 단체 후원 상영회를 개최했다. 영화 <내 이름은>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제주 4·3 희생자들의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관음사는 이날 제주 롯데시네마를 대관해 신행단체 및 신도들을 대상으로 후원 상영회를 열었다. 이날 극장 안은 교구장 무소 허운 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 그리고 제23교구 신도회와 각 신행단체 회원들로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내 이름은', 100만 가자!"

 영화 <내 이름은>의 단체 후원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들
영화 <내 이름은>의 단체 후원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들고창남

영화 상영에 앞서 영화관을 가득 메운 신도들은 한목소리로 "'내 이름은', 100만 가자"를 힘차게 외쳤다. 단순히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을 넘어, 제주4·3의 진실이 섬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으로 전국적인 공감대를 얻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함성이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신도들은 영화가 진행되는 깊은 감동을 받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랫동안 4·3의 비극을 쉬쉬해야 했고, 희생된 이름을 숨겨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 이름을 직접 부르고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과거를 바로 알고 후세에 올바르게 전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입니다."

관음사 포교국장 청강 스님의 인사말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스님은 이 아픔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영화를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고 제주 4·3에 대해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청강 관음사 포교국장 청강 스님
청강관음사 포교국장 청강 스님고창남

영화를 관람한 신도들의 소회는 남달랐다. 상영회에 동참한 김영서씨는 "제주 4·3은 그저 낯선 역사속 사건인 줄만 알았다"며 "영화를 보고 나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평범한 풍경들이 사실은 얼마나 깊은 아픔을 간직한 공간이었는지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육지에 사는 많은 이들이 이 비극을 여전히 잘 모르는데, 영화를 통해 4·3의 진실이 널리 알려져 희생된 분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기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관음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불교계가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영화와 종교의 이 특별한 만남은 계속될 예정이다. 오는 17일에는 <내 이름은>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직접 관음사를 방문한다.

제주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 이름을 불러주는 일, 그것이 바로 평화로 가는 첫걸음임을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이름은 단체후원상영회 제주관음사 4·3의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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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