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담당 전문의도 몰랐던, 안전공업 화재 참사의 진실

[이영광의 '온에어' 419] KBS 1TV <추적 60분> 경수정 PD

지난 3월 20일 안전공업(자동차·선박용 엔진밸브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대형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을 입었다. 내부 증언을 들어보면 안전공업에서 화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산재는 왜 줄어들지 않을까.

지난 1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노동절을 맞아 '노동절 기획 안전공업 화재 참사 -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편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안전공업 화재 원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경수정 PD와 만났다.

다음은 경수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다른 주제들과 달리 마쳤다는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철거는 이제 시작되었고, 진상 규명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발화 원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방송을 준비하며 아쉬움도 컸지만, 제보자들 덕분에 참사의 본질과 '재해의 반복성'을 다시금 환기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 대전 대덕 산단의 안전공업 화재를 중심으로 산재 문제를 깊이 파헤치셨습니다. 수많은 산재 사고 중 특히 이 사건에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3월에 터진 안전공업 참사는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규모 재해였습니다. 마침 노동절이 첫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이 시기에 맞춰 '우리 시대의 노동'을 조명하고자 해당 사건을 파헤쳤습니다. 연 매출 1300억 원 규모의 중견 기업이라는 외형에 가려진 부실한 안전 체계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화마를 피해 건물 밖으로 몸을 던지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 장면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정상적인 대피가 불가능할 정도로 불길이 무섭게 번졌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너무나도 비극적인 첫인상이었습니다."

- 취재를 위해 어떤 것 부터 시작하셨나요?
"그때 사고가 일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았기에 일단은 장례식장, 화장터를 찾아가서 유가족들 만나 뵙고 조문 오시는 동료분들 취재하는 것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유가족분들 입장은 어떤가요.
"유가족 취재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사실 짧은 기간 내에 마음을 얻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저희 제작진의 진심과 취지를 믿고 어렵게 입을 열어주신 유가족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참사는 회사의 과실이 너무나 명백했기에 유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특히 사태 초기, 유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대표의 막말이 공개되면서 상처받은 유가족들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회사 측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강한 울분을 토하셨습니다."

- 이번 화재가 14명의 희생자를 낸 대형 참사로 번진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영진의 '안전 불감증'입니다. 노동자가 일하고 쉬는 그 어디에도 안전은 없었습니다. 첫째, 현장은 상습적인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작업장은 기름때와 오일 미스트로 가득했고, 참사 바로 전주에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제보자는 경보기가 울려도 오작동인 줄 알고 계속 일을 했다고 합니다. 동료가 퇴근길에 일러주고 나서야 불이 났었다는 걸 알았을 정도로 현장은 화재에 무감각해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15년간 소방차가 7번이나 출동했는데, 그중 6건이 집진기와 배관에 낀 기름때에 불씨가 옮겨붙은 사고였습니다. 충분히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었음에도 경영진은 이를 방치했고, 결국 배관 속 기름 찌꺼기가 이번 참사에서도 불길을 키운 결정적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둘째, 인명피해가 컸던 휴게실은 도면에도 없는 '유령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은 마땅히 갖춰야 할 소방 설비나 비상 대피로가 전무한 불법 증축 공간이었습니다. 화마를 피해 창문으로 뛰어내린 생존자들을 제외하면, 그곳에 있던 노동자들은 갇힌 채 희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머무는 모든 공간이 거대한 함정이었던 셈입니다."

- 관리 책임자가 경보기가 울리자마자 꺼버린 행위가 드러났습니다.
"정상 작동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끄고 본다'는 태도가 핵심입니다. 제가 직접 저희 회사 방재실을 확인해 보니, 보통 화재 수신기 옆에는 상황별 대응 매뉴얼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화재 지점을 확인하고 실제 상황과 오작동을 구분해 조치하는 법이 상세히 적혀 있죠. 하지만 경찰 조사에 따르면, 안전공업의 수신기 옆에 붙어있던 것은 화재 대응 매뉴얼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경보기를 끄는 방법'뿐이었습니다. 비상시에 생명을 구하는 법이 아니라, 시끄러운 소리를 잠재우는 법부터 가르친 셈입니다."

- 불법 증축부터 보수까지 무면허 업체가 도맡았다는 점이 의아합니다.
"(취재 중 경찰 광역수사대장에게 들은 내용에 따르면) 불법 공사를 전담한 곳은 면허조차 없는 동네 인테리어 업체였습니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해당 업체 사장은 안전공업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수시로 공사를 도맡았다고 합니다. 처음엔 화장실 수리 같은 잡무로 시작했지만, 결국 위험물 창고와 휴게실 같은 대형 공사까지 손을 댔습니다. 사측 입장에선 까다로운 구청 인허가 절차와 비용을 피하면서, 입맛대로 빠르게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무면허 업자의 편의성'을 택한 것입니다 신고된 불법 건축물도 생긴 지 10여 년 만에 조치되었잖아요. 이런 식으로 지어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대덕구청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작진의 판단은 어떠십니까?
"구청 측은 법대로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행정은 업체의 편의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당시 민원에는 본관과 인명 피해가 컸던 동관 모두에 불법 건축물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청은 왜 동관을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업체 직원이 안내해 주는 곳만 확인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구청이 업체의 가이드에만 의존해 조사를 마쳤다는 것은, 관리감독의 의무를 사실상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현장에서 "판박이"라고 절규했습니다. 두 사건을 관통하는 대한민국 산재의 구조적 비극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전에 위험 징후가 충분하게 있었던 예견된 인재라는 점이요. 안전공업과 아리셀 모두 참사 이전에 화재가 여러 번 났었어요. 그럼에도 환경을 바꾸지 않았고, 결국 참사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 눈앞에서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의 고통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휴게실에서 사투 끝에 탈출한 생존자분들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동료의 마지막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본인만 살아남았다는 부채감이 뒤섞여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계셨습니다. 슬픔과 분노로 제보를 결심하면서도, 현실적인 벽 앞에서는 고뇌하셨습니다. 회사의 무책임함에 분노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침묵을 강요받는 상황,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더없이 고통스러워 보였어요."

- 방송 끝 부분에 유가족의 목소리를 길게 담으셨는데요. 특별한 연출 의도가 있을까요?
"저희가 취재하면서 알게 됐는데 유가족들이 대부분 봄나들이 계획을 가지고 계셨더라고요. 사고가 없었다면 여행지로 향했을 평범한 가족들이, 하루아침에 납골당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그 '빼앗긴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취재 중 가장 가슴 아팠던 건, 정작 책임져야 할 이들은 보이지 않는데 유가족들이 오히려 '내 탓'을 하며 자책하고 계셨다는 점입니다. '내가 전화를 조금만 더 길게 했더라면 남편이 밖으로 나와 살지 않았을까'라는 절규를 보며, 이 비극의 역설을 반드시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산업재해가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잖아요. 한국 사회에서 산업재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언제든 교체 가능한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일터가 존재하는 한, 작업자의 건강과 생명은 늘 벼랑 끝에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화재 위험성뿐만 아니라 건강권, 휴식권, 조직 문화 등 노동 환경 전반에 뚫린 거대한 구멍들을 지적했습니다. 안전이 늘 최후순위로 밀리는 현실을 마주하며, 결국 안전에 대한 투자와 개선은 사업주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인식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만드는 법과 제도적 강제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반복되는 참사의 고리를 끊을 유일한 길입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가장 큰 벽은 '정보의 폐쇄성'이었습니다. 경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관계 기관들은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렸습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사건의 투명성은 의심받고 억측만 무성해지는데, 이를 바로잡을 정보를 얻지 못할 때 가장 답답했습니다. 내부 실태를 파악하는 일도 사투에 가까웠습니다. 생계가 달린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치부를 말해달라고 설득하는 일은 매번 조심스러웠습니다. 다행히 본인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진실을 알리겠다는 용기 있는 제보자들이 하나둘 나타나 주셨고, 덕분에 이번 방송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게 있나요?
"수년간 안전공업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전담해온 전문의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유가족들이 공통으로 증언한 시력 저하, 피부 발진, 폐질환 등의 증상이 검진 결과에도 나타났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뜻밖에도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철저히 체념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호소해 봤자 회사가 개선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예 불편함을 말하지 않게 된 것이죠. 수년간 현장을 누빈 의사조차 기억에 남는 환자가 없을 정도로, 노동자들은 그 열악한 환경을 오로지 스스로 견뎌내며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독한 체념의 무게를 방송에 다 담아내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에 남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경수정 추적60분 안전공업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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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