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최민식,유해진,김고은 주연의 <파묘>로 '천만 감독'에 등극한 장재현 감독은 2015년 장편 데뷔작이었던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로 544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검은 사제들>은 주연을 맡은 김윤석과 강동원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악마의 몸이 들어간 고등학생 이영신을 연기했던 신인 배우 박소담의 신들린 듯한 '빙의 연기'가 많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2010년에 개봉해 301만 관객을 동원했던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 역시 각자의 사연을 가진 귀신들이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죽는 게 소원인 상만(차태현 분)의 몸에 빙의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휴먼 판타지 코미디 영화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써니>에서는 어린 나미(심은경 분)가 할머니에 빙의해 써니의 공식 욕쟁이 황진희(박진주 분)를 능가하는 걸쭉한 욕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빙의'는 타인의 영혼이나 악귀,악령 등이 사람이나 동물의 육체에 들어가 옮겨붙는 현상으로 워낙 초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종종 빙의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 제작돼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8일 첫 방송되는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 역시 조선을 뒤흔든 요녀의 영혼이 무명 배우에게 방의 된다는 내용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빙의'를 소재로 했던 TV 드라마들
▲드라마에서 주연경험이 없었던 박보영은 '빙의로맨스' <오 나의 귀신님>으로 TV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tvN 화면 캡처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리얼리티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빙의 같은 소재를 다룬 판타지물은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8년 MBC에서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영혼이 냉혈 기업사냥꾼에게 빙의한다는 설정의 드라마 <누구세요?>를 방송했다. 하지만 <누구세요?>는 SBS의 <온에어>와 KBS의 <쾌도 홍길동>에 밀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빙의 소재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한 작품은 2011년에 방송된 SBS 드라마 <49일>이다. <49일>은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신지현(남규리 분)의 영혼이 송이경(이요원 분)의 몸에 빙의해 49일 동안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세 사람의 눈물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16.1%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2015년에는 주로 영화에서만 활동하던 박보영이 처음으로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오 나의 귀신님>이 '응큼 발칙 빙의 로맨스'를 부제로 내세웠을 정도로 빙의가 핵심 소재로 사용됐다. <오 나의 귀신님>은 음탕한 처녀 귀신 신순애(김슬기 분)의 영혼이 소심한 주방 보조 나봉선(박보영 분)의 몸에 빙의돼 스타 셰프 강선우(조정석 분)와 썸을 타는 드라마로 '극I'와 '파워E' 사이를 넘나드는 박보영의 연기가 돋보였다.
<나의 아저씨>를 통해 배우로 인정받은 아이유의 차기작으로 주목받은 2019년 작 <호텔 델루나>에서도 '빙의'라는 설정이 등장한다. 2회에서 호텔 벨보이 지현중(표지훈 분)이 구찬성(여진구 분)에게 빙의하는데 현중은 구찬성의 몸에서 나오라는 장만월(아이유 분)의 말을 듣지 않다가 만월에게 얻어맞고 빠져나온다. 강미나가 연기한 김유나 역시 정수정(박가람 분)의 영혼이 빙의한 몸이다.
2020년 tvN에서 방송돼 17.37%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신혜선, 김정현 주연의 <철인왕후>도 최연소 백악관 셰프 장봉환(최진혁 분)의 영혼이 조선 왕비 김소용(신혜선 분)의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코믹 사극이다. <철인왕후>는 숙취에 시달려 직접 해장라면을 만들다가 대령숙수(김인권 분)를 제치고 수라간을 접수하는 등 신혜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임지연 앞세운 빙의물
▲임지연은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을 통해 '원톱 주연'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jtbc 화면 캡처
<49일>과 <오 나의 귀신님>, <철인왕후> 같은 성공 사례가 있었지만 '빙의'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썩 익숙한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SBS에서는 이미 지난 2일 최고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종영한 <신이랑 법률사무소>를 통해 망자의 혼을 볼 수 있고 빙의까지 가능한 신들린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미 시청자들에게 '빙의물'에 대한 적응 기간(?)을 충분히 준 셈이다.
8일 첫 방송을 앞둔 <멋진 신세계>가 가장 '믿는 구석'은 주연을 맡은 임지연이다. 임지연은 작년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얄미운 사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더 글로리>를 통해 전성기를 맞은 후 <마당이 있는 집>과 <국민사형투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작년 1월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으로 최고 시청률 13.6%를 기록하면서 원톱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증명했다.
임지연은 <멋진 신세계>에서 그 흔한 뒷배 없이 조선을 뒤흔들다가 오명을 뒤집어쓰고 생이 끝나는 줄 알았던 요녀의 영혼이 2026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몸 속에 빙의한 무명 배우 신서리 역을 맡았다. 악질 재벌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조선의 요녀 겸 무명 배우를 연기할 임지연의 변신이 통한다면 임지연은 <더 글로리>와 <옥씨부인전>에 이어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들 수 있다.
<멋진 신세계>에는 <스위트홈2,3>와 <지금 거신 전화는>, <백번의 추억>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허남준이 '반쪽 재벌'이라는 손가락질 속에서도 차일그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자본주의의 괴물이 된 차세계를 연기한다. 장승조는 차세계의 오촌형이자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대립하는 최문도 역을, 이세희는 어린 시절부터 서리와 함께 자랐지만 지금은 톱스타가 된 윤지효 역을 맡았다.
현재 금토 드라마는 아이유와 변우석이 주연을 맡은 MBC의 <21세기 대군부인>이 지난 2일 11.2%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tvN과 jtbc의 주말 드라마를 포함해 현재 <21세기 대군부인>을 위협하고 있는 드라마는 보이지 않는다. 임지연이라는 검증된 배우와 빙의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멋진 신세계>는 <21세기 대군부인>이 독주하고 있는 금토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SBS는 <신이랑 법률사무소>에 이어 두 편 연속으로 빙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선보인다.<멋진 신세계> 홈페이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빙의 된 무명 배우 '임지연', 시청자에 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