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박장 출입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롯데 3인방(나승엽, 고승민, 김세민)이 마침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비록 팀은 패배하며 5연승 도전에 실패했지만, 세 선수의 존재감만큼은 롯데가 왜 이들을 그토록 기다렸는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와 KT의 경기를 앞두고, 출장정지 징계를 마친 나승엽, 고승민, 김세민이 1군 엔트리에 전격 등록됐다. 경기를 앞두고 나란히 머리를 짧게 자르고 등장한 세 선수는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야구에 더 집중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승엽, 고승민, 김세민에 김동혁까지, 4명의 선수들은 올해 초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스프링캠프지였던 대만 타이난에서 사행성 오락실에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에 휩싸였다.이 사태로 인하여 구단은 발칵 뒤집혔고 롯데 구단을 향한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네 선수는 곧바로 현지에서 귀국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KBO는 김동혁에게 50경기, 나머지 세 선수는 나란히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여기에 롯데 구단은 대표이사 및 단장, 담당 프런트까지 줄줄이 자체 징계를 내렸다. 자연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롯데 선수단 분위기는 어수선해질수 밖에 없었다.
도박장 3인방은 징계 기간 동안 1군은 물론이고, 퓨처스(2군)에서도 뛸 수 없었다. 그나마 3군에서 훈련량을 끌어올렸다고 하지만, 1,2군과는 경기 수준과 감각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김동혁을 제외한 주전급 세 선수의 징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게 했다. 오랜 공백기간 및 도박장 출입 논란 이후 첫 복귀전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세 선수는 이날 나란히 출루에 성공하며 모두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고승민은 이날 2루수이자 6번타자로 출전하며 3인방 중 유일하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0-0 이었던 2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1루 쪽과 3루 관중석 쪽으로 한 차례씩 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팬들에게 사죄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첫 타석에서는 KT 선발 소형준을 상대로 2볼에서 3구 체인지업을 공략하며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고승민은 롯데가 2-4로 지고 있었던 7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용주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멀티출루를 달성했다. 8회초에는 1사 만루에서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뽑아내며 4-4 동점을 만들어내는 타점을 올렸다.
나승엽은 2-4로 끌려가던 7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정보근의 대타로 타석에 등장했다. KT 불펜 스기모토 코우키를 상대로 추격의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어 9회초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영현에게 우전안타를 뽑아내며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김세민은 3-4로 뒤진 8회초 1사 1, 2루에서 이호준의 대타로 투입되어 볼넷을 골라냈다. 이 출루는 고승민의 동점 희생플라이로 이어지는 귀중한 발판이 됐다.
하지만 롯데는 세 선수의 활약을 승리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롯데는 동점과 역전을 거듭하며 중반까지 4-4로 팽팽하게 맞섰으나, 8회말 아쉬운 수비로 1사 3루의 위기를 허용했다. 소방수로 투입된 김원중은 KT 권동진에게 적시 1타점 결승 2루타를 허용하며 다시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1점차 승리를 지켜낸 KT는 시즌 22승 10패를 기록하며 선두를 지켰다. 반면 롯데는 4연승 행진을 멈추며 12승 1무 18패로 순위는 여전히 8위를 기록했다.
현재 롯데는 개막 이후 준수한 마운드와 달리,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롯데 마운드는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평균자책점 4.40(4위), 퀄리티스타트 13회(3위), 탈삼진 3위(258개)를 기록 중이다. 반면 팀 타율은 .248로 9위, 팀득점 112점으로 9위, 홈런은 22개로 8위에 불과하다.
롯데는 도박장 3인방이 빠져있는 동안에도, 시범경기 1위, 정규리그 개막 2연승 등으로 선전했으나 이후 전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최근 4연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주전급 야수들이 한꺼번에 빠진 공백은 역시 큰 부담이었다.
세 선수가 복귀전부터 보여준 활약은, 이들이 롯데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롯데 팬들도 돌아온 선수들을 예전처럼 박수로 맞이했고, 응원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롯데로서는 이들이 앞으로 순위다툼의 반전을 이끌 선봉장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이들의 복귀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공식적인 징계는 끝났지만, 구단이 자체 징계를 포기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일으킨 파장에 비하여 충분한 자숙기간이 부족하다는 여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필 상징성이 큰 '어린이날' 매치에서 이들의 복귀전을 치르게 한 것도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다. 어린이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모범을 보여야 할 프로야구에서, 굳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을 투입시킨 타이밍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도박장 3인방이 그라운드에 돌아왔다고 해서 모든 논란에 마침표가 찍힌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앞으로 본업인 야구에 집중하고 잘하는 것이야 당연한 기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프로야구계에서 이번 사태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프로선수로서 어떻게 모범을 보이고 속죄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선수와 구단 모두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과연 돌아온 3인방은 앞으로 롯데의 운명을 바꿀 키맨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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