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신인의 어리석은 돌발행동이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프로축구 FC 안양의 신인 김강이 상대팀 팬들을 향하여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12라운드 FC안양과 FC서울의 '연고지 더비' 경기는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8승 2무 2패(승점 26)를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했고, 안양은 3승 6무 3패(승점 15)로 7위에 올랐다.
안양 입장에서는 이기지 못한 게 아쉬운 경기였다. 전반 35분 서울 수비수 야잔이 볼 경합 과정에서 안양 김운의 발목을 뒤에서 밟아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하지만 안양은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도 확실하게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서울의 골문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35분 경기 흐름을 바꾸는 또 하나의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후반 중반 교체멤버로 투입된 김강은 서울 안데르손의 드리블을 끊어내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다. 이후 서울 최준이 프리킥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김강이 공을 향하여 달려들며 방해했다. 감정이 격해진 최준과 김강은 서로를 강하게 밀치며 신경전을 벌였다. 양 팀 선수들이 달려와 두 선수를 떼어놓았다.
감정 폭발이 부른 자멸, 신인의 값비싼 수업
그래도 여기까지는 축구 경기에서 분위기가 과열되면 종종 일어날 수도 있는 흔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강의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으로 경기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김강은 자신을 향하여 서울 홈팬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관중석을 바라보며 양 엄지를 아래로 내리고 양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조롱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서울 팬들의 야유는 더욱 커졌고, 분노한 몇몇 서울 선수들은 김강에게 달려들다가 주변의 제지를 받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강은 뒤늦게 사과의 동작을 취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상황이 진정된 뒤 주심은 김강에게 곧장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K리그 경기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경기장 내에서 상대팀 선수들에게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어, 행위 등을 직접적으로 한 경우에는 퇴장성 반칙으로 간주하며 레드카드를 줄 수 있게 되어있다. 김강은 주심이 카드를 꺼내려고 하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정당한 판정이었기에 안양 벤치와 선수들도 차마 항의할 수 없었다.
김강은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면서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라파엘과 김운 등 안양 동료들이 다가와 김강을 끌어안고 위로했다. 서울의 주장 김진수는 상대팀 선수이지만 퇴장당하는 김강을 다독였고, 야유를 퍼붓는 홈팬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어린 선수의 철없는 행동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김강은 2007년생 만 18세의 윙어로 올해 프로 무대에 처음 데뷔한 신인이다. 경북자연과학고를 졸업하고 올해 1월 안양에 입단했고, 지난 2일 K리그1 11라운드 부천 FC 1995 홈경기에 후반 교체 출전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김강은 서울전에서 프로 데뷔 불과 2번째 경기만에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것도 경기 중 경합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충돌하거나, 팀을 위한 반칙을 범하다가 카드를 받은 상황도 아니었다.
김강은 상대팀이지만 자신보다 8살이나 많은 선배 최준을 상대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프로축구에서 절대 금기로 여겨지는 관중 도발이라는 위험천만한 행동까지 저질렀다. 심지어 당시 주심이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부심은 김강을 따라다니며 말렸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러한 김강의 행동은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 경기였어도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프로라는 지위가 붙는 순간,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김강의 어리석은 행동 하나로 하필 중요한 순간에 팀에 큰 민폐를 끼치면서 안양은 수적 우위를 잃었고, 결과적으로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또한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서울이라는 한 클럽의 팬들 전체를 두고두고 '공공의 적'으로 돌리게 됐다.
김강과 충돌했던 서울 최준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저희는 숫자가 적은 상황이라 시간을 빨리 보낼 필요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빨리 플레이하려는 액션만 취했는데, 이제 어린 선수다 보니까 저랑 마찰이 생겼던 것 같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김강이 관중을 도발하는 액션을 했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퇴장은 그에 맞는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도 앞으로 잘 배워서 다음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중 도발 행동은 잘못, 팬들 대하는 태도 배워야"
소속팀인 유병훈 안양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강의 행동을 차마 옹호하지 못하고 쓴소리를 날렸다. 유병훈 감독은 "관중을 도발한 행동 자체는 분명 잘못됐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이번 일을 큰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큰 경기에서 잘하려다 보니 과장된 행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성장하는 데 있어 인성적인 부분이나 팬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배움이 필요하다. 선수에게 상황을 잘 주지시키고 혼을 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으로 안양은 지난 부천전에서도 팀전력의 핵심인 마테우스가 퇴장당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퇴장이 발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마테우스와 김강 모두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퇴장당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마테우스는 상대 선수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흥분하여 얼굴을 가격해 퇴장당한 바 있다.
유병훈 감독은 "우리가 올해 초반부터 상대와 전술적으로 강하게 부딪히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퇴장자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진단하면서도 "과열되더라도 냉정하고 냉철하게 경기해야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개선을 다짐했다.
이번 사건은 김강과 안양 모두에게 지나친 열정이나 과몰입이 프로로서 잘못된 행동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는 뼈아픈 교훈이 될 전망이다. 김강에게는 이날의 행동에 대한 분명한 문제 인식과 반성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축구 팬들 역시 어린 선수가 저지른 한 번의 실수에 대하여 지나치게 혹독한 비난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뉘우칠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