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왕세자는 어떻게 10년 공백기를 이겨냈을까

[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44년을 사투리를 해왔다.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사투리를 배운 게 아니다. 저는 늘 해오던 걸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갑자기 좋아해 주시니까 의아하더라. 지나고 나서 보면 10년간 방송이 없었던게 오히려 좋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잃을게 없으니까, 조바심이 없었다. 인기가 없어졌을 때도 10년을 버텼는데, 지금의 인기가 감사한 거지, 다시 그런 10년이 와도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김해 왕세자'로 제 2의 전성기를 보내는 코미디언 양상국이 출연했다.

현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화려한 수트 패션으로 등장한 양상국은, 섭외 연락을 받고 나서 "'이제 스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희 같은 입장에서 유퀴즈를 나간다는 것은, 가장 이슈인 분이나 저명인사, 추앙받는 종교인 정도는 되어야 하더라. 예능인으로서 웃기다는 게 아니라, 이 시점에서 '전 국민이 나를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찰스 국왕 닮은 꼴, 양상국

양상국 유퀴즈온더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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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국은 닮은 꼴 개그가 이슈가 되면서 혹시 영국 왕실에서 진짜 알게 될까 봐 내심 전전긍긍했다는 속사정도 털어놓았다.

"찰스 국왕의 닮은 꼴을 하면서 이제는 조금 무섭더라. 우리는 개그로 소비하고 있는데, 그래도 영국의 현재 왕이니까. 찰스 국왕이 성격이 좀 있으시더라. 이게 국내용으로 소비해야지, 해외로 알려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쪼메(조금) 들었다(웃음)."

양상국은 최근 몇 달 사이에 김해 왕세자 캐릭터가 큰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에 양상국 씨밖에 안 나와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500만명이 제 과거 영상을 다시 보기 하고 있다"고 자랑하며 뿌듯해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세상이 나를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한 양상국은 "과거부터 항상 해오던 영남 사투리 캐릭터를 연기한 것뿐인데, 최근들어 갑자기 주목받게 된 현상이 다소 어리둥절했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역시 전성기를 구가하며 인기몰이 중인 허경환과는, KBS 22기 공채 개그맨 동기이자 비슷한 사투리 개그를 하는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환이 형과 출발점은 같았는데 저보다 한참 앞서 나갔다. 오랫동안 예능을 하는 경환이 형을 보면서 '따라잡을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리스펙 해왔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한 발짝 뛰어보니 생각보다 멀리 안 갔다. 바로 앞에 있더라.(웃음)"

양상국은 2005년 23살의 나이에 개그맨 시험을 보기 위하여 서울로 상경했다. 두 번의 탈락을 거쳐 2007년 삼수 만에 KBS 공개시험에 합격하여 희극인의 길을 걷게 됐다.

"어머니에게 제일 먼저 합격 소식을 전했다. 울면서 전화하니까 어머니가 처음엔 떨어진 줄 알고 위로하셨다. 그게 아니고 합격했다고 하니까 '아이고, 우리 아들 장하다'고 둘이서 한참을 울었다. 저희 부모님은 특별한 일이 있으면 진영휴게소에 가서 식사를 하시는 게 나름의 외식이다. 제 합격 소식을 듣고, 두 분이 휴게소에 가서 '우동과 돈가스를 먹고 왔다'고 자랑하시더라."

양상국이 속한 공채 22기는 장도연, 허경환, 김준환, 박성광, 박영진, 김원효, 고 박지선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한 '황금 기수'로 꼽힌다. 양상국 역시 <개그콘서트> 입성 이후 '닥터피쉬' '선생 김봉투' '서울메이트'등 여러 인기코너에서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워낙 쟁쟁한 동료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개콘> 이후 각종 예능까지 진출한 동기들과 달리, 양상국은 약 10년 가까운 공백기를 거쳐야했다. 그럼에도 정작 양상국은 조바심을 느끼기보다는 묵묵히 작은 일이라도 주어진 일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길을 택했다. 양상국은 "버티는 것도 버텨본 놈이 버틴다. 허경환, 장도연, 김준현 같은 동기들은 일이 없어지면 못 버틸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잘된 동기들은 MC도 하고 예능도 많이 해서 부러움도 있었다. '나는 왜 안될까'에 대한 스스로의 자책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서 돌아보면 10년간 방송이 없었던게 오히려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저는 잃을게 없으니까. 그동안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은 유튜브 채널이라도 불러주시면 일에 들어오는 것에 감사하면서 어디든 가서 최선을 다했다."

양상국은 또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양상국은 택시기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듬해 운명처럼 교통방송 DJ를 맡게 됐다.

"섭외가 오자마자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라디오를 매일 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들한테 우리는 교통 식구라고 한다. 아버지가 계셨으면 진짜 내 가족이 교통방송 식구가 되는 거지 않나. 아버지가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아버지한테 큰 효도를 했을 텐데."

양상국의 부친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 양상국은 병상에 있던 어머니와 해외출장을 가 있던 형을 대신하여 홀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러야 했다. 방염복을 입은 채 비닐팩에 싸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아들의 마음에 큰 회한을 남겼다.

양상국은 지금도 아버지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마다 종종 예전 통화녹음을 꺼내서 듣는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함께한 일상이 사라진 게 힘들더라. 당연하고 평생 갈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진 게 무섭더라. 내가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없는 집이 처음인 거다. 문이 열려있는데 불이 다 꺼져있고 차가운 걸 처음 느꼈다. 혼자서 한참을 울었다. 아버지가 자식들만을 위해 가족만을 위해 평생을 살다 가신게 너무 슬펐다."

양상국의 개그맨 동기들은 김해까지 내려와 장례식을 함께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개그맨답게 동기들은 양상국의 부탁으로 각자의 유행어를 선보이며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유쾌하게 전송했다.

또한 양상국은 그 와중에도 유재석의 조화와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슬픈 와중에도 곧바로 아버지 곁으로 모셨던 일화를 밝혔다. 양상국은 "예능대통령이니까. 유재석 선배님의 조화가 왔다는 게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의 유일한 소원은,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는 거다. 언젠가는 저도 그곳으로 갈 테니, 그때 우리 꼭 만나서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유퀴즈 양상국 김해왕세자 개콘2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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