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상과 사토상> 스틸
엣나인필름
통속 드라마 전개라면 이런 위기 국면에서 둘 중 하나, 혹은 서로가 따로 마음 맞는 상대를 찾아 일탈하거나 그로 인해 파경을 맞이하는 '매운맛' 듬뿍 끼얹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극적 소재를 손쉽게 써먹는 대신, 영화는 오로지 수술실에서 핀셋 만지듯 섬세한 톤으로 둘의 감정선을 소묘할 뿐이다. 관객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질 테다. "지금 그 방향이 아니야!"나 "한 마디 꾹 참고 기다려!" 같은 훈수가 저절로 머릿속을 맴돈다. 그만큼 둘의 헌신과 노력이 만만하지 않음을 목격한 탓이다.
50년간 해로한 의뢰인 부부의 황혼 이혼소송을 대리하고, 직장동료가 남편의 바람을 견디며 부부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사치는 남의 문제는 해결해 주면서 정작 자기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타모츠 역시 매한가지다. 서로 진심을 쏟아 배려해 준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충직한 '나'에 대해 자기연민에 빠진 건 아닐까? 그렇다 보니 기왕 희생하기로 한 것 조금 더 하면 될 텐데 본전 생각나고 비교하게 된 것.
옛 어른들은 부부는 미운 정 들어가며 산다고, 세월이 약이라고 노래하듯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21세기 젊은 커플에게 그 노래는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좋은 감정을 남기고 각자의 인생을 충만하게 살기 위해 지금의 결혼 상태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가치가 있는가. 둘의 숙려는 오랜 시간 계속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달리 부부가 같은 성을 쓰는 일본 법의 특징이 묘하게 작용한다.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 성으로 개명하는 제도는 자연히 이름을 잃게 만든다.
우리도 흔하게 부르는 표현, '00엄마'에 갇혀 원래 주체적 나를 봉인하고 가족에 희생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관습에 <사토상과 사토상>은 질문을 던진다. 일본 특유의 현모양처, 전업주부 환상을 은근히 비판하는 대목이다. 몇 년의 안쓰러운 대립을 마치고 간격을 둔 그들의 37살 모습은 오히려 평화롭다. 의도적으로 카메라는 22살 풋사랑 시절과 '돌싱'이 된 37살 중년 시절을 교차하며 그들이 보낸 굴곡 많은 세월을 관객이 꼼꼼히 복기하게 이끈다.
물론 그들의 최종 선택은 그냥 감정적인 배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청춘의 사랑이 그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깨진 것 마냥, 어른들 말씀 안 듣고 철없이 굴다가 당연히 추락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 외관상 최대 위기와 갈등의 임계점에서 회피용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충분한 '숙려' 시간을 갖고 고심한 끝에 최적 결과로 도출한 결론이다. 그래서 보고 있자면 더욱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그들은 충분히 노력했으나 고대 비극 속 영웅의 운명을 맞았으니까.
영화는 쓸데없이 기교 자랑으로 줄거리를 배배 꼬거나 극단적 사건을 억지로 심지 않아도 할 말은 다 한다. 결혼 제도에 얽매여 자신을 포기하고 사는 관습적 제도가 21세기 변화된 세상에 맞을 수 없다는 것.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인내와 희생으로 억눌리는 건 진실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조곤조곤하지만 힘 있게 낭독하는 변호사의 진술처럼, 이 영화는 바로 우리 곁, 어쩌면 당신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될 수 있는 삶의 풍경을 돌아보게 해준다. 사치 역 키시이 유키노의 너른 연기폭이 화룡점정을 찍는 건 덤.
<작품정보>
사토상과 사토상
佐藤さんと佐藤さん
2025|일본|드라마
2026.04.29. 개봉|114분|12세 관람가
감독 아마노 치히로
출연 키시이 유키노(사토 사치 역), 미야자와 히오(사토 타모츠 역)
수입/배급 ㈜엣나인필름
2025 38회 도쿄국제영화제 초청
2025 49회 홍콩국제영화제 초청
2025 27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초청
▲<사토상과 사토상> 포스터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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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