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파리에서의 반란> 스틸
일미디어
'미노타우로스'.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 테세우스가 퇴치한 소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한 괴물이다. 제작진은 피카소의 감춰진 이면으로 이 괴수를 소환한다.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가 줄지어 나올 차례다. 천재가 갖는 이면, 극단적 자기애와 그에 수반한 결함이 어떻게 거장의 생애에 그림자를 입혔는지 알아보자. 생전 유명했던 여성 편력은 알 사람 다 알아도 다시금 조명된다.
페미니즘 비평이 보편화한 현재 시각에선 용납하기 힘든 온갖 만행이 서술된다. '뮤즈'의 단물만 빼 먹고 반복한 '환승이별', 이로 인해 여인들이 겪었던 어려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노년의 이성 교제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오랜 테마, 예술가는 사회 윤리를 초월한 존재인가 논쟁 불붙기 딱 좋다. 거장의 도착증이 어떻게 창작 에너지로 전환되는가. 그의 대표작들 여성 캐릭터는 실은 자신을 투영한 것이란 재해석까지 가십이 아니라 총체적 고찰이다.
극단적 자기연민은 개인으로서 추태와 예술가로서 독자성을 동시에 달성한다. 자기 그림 경매에서 되살 정도로 가장 많은 본인 작품을 소장한 수집가 면모가 드러난다. 자본주의 미술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림을 팔지만, 그때마다 아까워 견딜 수 없었다는 일화는 인간의 다면성과 함께 예술작품의 사회적 공공성 논의로까지 확장한다. 오직 예술혼을 불태우며 자신의 일상까지 용광로에 땔감처럼 쏟아부은 집념이 어디서 기인한 지 확인할 수 있다.
치부를 폭로하는 건 늘 관심 끌기 좋은 이슈다. 그러나 제작진은 황색 언론의 집착과 다른 궤도를 선택한다. 무비판 옹호가 아닌, '문제적 인간'으로서 피카소를 복원하려는 도전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거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전승하려는 고민이 깊다는 증명이다. 작품을 기획한 게 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 프로그램 일환이란 점을 알면 이해가 된다.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영화 작업이 연계된 서거 50주년 특별 기획전 예술감독을 맡으며 화면에 등장한다. 파격적 배경에 자연스레 그림이 녹아드는 형태를 설명하며 경외심을 드러내는 그에 이어 미술관장과 예술사학자, 피카소 전문 연구자와 그의 화풍에 영감받은 현역 미술가들이 등장해 흥미로운 증언으로 피카소를 재해석한다.
코끼리 뒷다리 더듬듯 온전히 하나로 완성하기 어려운 피카소의 방대한 궤적을 영화는 전천후 각도로 조명하려 노력한다. 어쩔 수 없이 제작한 피카소미술관 홍보가 후반부 조금 가미되긴 하지만, 호화로운 문화 체험 입장료를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다. 자화자찬하지 않아도 피카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스트라이프 효과를 구현한 전시 풍경이 확 들어온다. 최고의 홍보물인 셈.
영화는 마치 거장의 내면을 엿보듯 출현하는 상징 이미지와 감각적 전자음악, 자료화면이 합쳐져 거대한 캔버스처럼 피카소를 구현한다. 문화예술 애호가라면 놓치지 말길 바란다.
<작품정보>
피카소. 파리에서의 반란
Picasso. A Rebel In Paris. Story of a Life and a Museum
2024|이탈리아|다큐멘터리
2026.04.29. 개봉|92분 35초|15세 관람가
감독 시모나 리지
특별출연 미나 카바니
수입/배급 일미디어
▲<피카소. 파리에서의 반란> 포스터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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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