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의 한 장면.
필름다빈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쥐라, 젖소를 충실히 길러 얻은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 먹고산다. 열여덟 살 소년 토톤은 절친 둘과 함께 매일 밤 춤추고 술을 마시며 여자를 꼬실 생각만 한다. 운이 좋으면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엄마 없이 아빠와 일곱 살 여동생 클레르가 가족의 전부다.
어김없이 친구들과 춤추고 술을 마시던 토톤은,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며 진상을 피우는 아빠를 발견하곤 집으로 보낸다. 문제는 그가 직접 운전을 했다는 것.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졸지에 고아가 된 토톤과 클레르, 토톤은 동생을 건사하려 치즈 공장에 취직하지만 오래지 않아 쫓겨난다.
와중에 알게 된 '콩테 치즈 경연 대회'. 우승하면 3만 유로를 준다기에 출전하고자 고군분투를 이어간다. 하지만 치즈를 만들려면 우유가 있어야 하는데, 잠깐 취직했던 치즈 공장 주인 딸을 통해 우유를 훔친다. 그녀가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이용한 것이다. 과연 토톤은 콩테 치즈 경연 대회에 출전해 우승까지 할 수 있을까?
절망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19금 프랑스 영화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는 18세, 어리다면 어리고 알 만큼 아는 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년이 졸지에 피부양자에서 부양자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 말은 듣지 않고 어린 여동생도 돌보지 않는, 비호감 10대 후반의 전형인 토톤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표면적 이야기다.
우울하면서도 처절한 분위기가 펼쳐질 것 같지만, 영화는 유쾌하진 않아도 상당히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충분히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상황에 압도되거나 굴복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나름 원톱 주인공 토톤의 성향이 계산하거나 계획에 집착하기보다 일단 저지르는 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톤은 무기력하며 성숙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아직은 어른의 돌봄이 필요하고, 성장의 통과의례를 거쳐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척박한 시골 환경 속에서 알게 모르게 소외감과 고립감이 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목의 첫 단어가 '사랑'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토톤은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 따윈 사치'인 삶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처절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주면서도 낭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영화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의 한 장면.
필름다빈
우유에서 치즈로, 소년에서 어른으로
그런가 하면 영화에서 '우유'와 '치즈'는 토톤의 성장, 즉 단단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과 맞물린다. 젖소를 제 자식처럼 키우고, 새끼를 받아 기르며 반복해야만 우유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우유를 가지고 끊임없는 반복과 더불어 물리적 노동, 세심함, 예리함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치즈가 완성된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지루한 반복 속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인지하고 노력하며, 좌절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계속 나아가고 다듬어 가야 한다. 토톤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 과정을 통과한다. 그렇게 그는 어른이 될 자격을 얻는다.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돌봄'이다. 그는 지금까지 부모의 돌봄을 받아 왔지만, 이제는 타인을 돌봐야 한다. 어린 여동생을 책임지는 것이 당장의 과제이며, 나아가 주변의 관계들 또한 돌봐야 한다. 특히 그곳에서는 젖소라는 생명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생명을 돌보는 일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호감의 전형이었던 토톤이 점차 호감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그가 결국 자신과 타인을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세상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깨달음을 넘어 '연대'의 의미를 이해하길 기대하게 된다. 이는 토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깨달음이다.
▲영화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포스터.필름다빈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공유하기
단단한 어른으로 가는 길, 눈길 끄는 영화의 첫 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