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한반도...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선택 고민해야"

[이영광의 '온에어' 417] 최승호 뉴스타파 PD

 <다큐 뉴스타파>의 한 장면
<다큐 뉴스타파>의 한 장면뉴스타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이재명 정부가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보내도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미국에는 호의적인 메시지를 내는 반면, 한국엔 강경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타파는 최근 <다큐 뉴스타파> '김정은과 함께 사는 두 가지 길' 2부작 다큐를 업로드했다. 해당 다큐는 민주당 계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계하고 현재 이재명 정부도 자문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참여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 대표로 활동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인터뷰를 통해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짚었다. 다큐 제작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6일 해당 다큐를 연출한 최승호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다큐 뉴스타파> '김정은과 함께 사는 두 가지 길' 2부작 업로드한 소회가 어때요?
"오래전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아 꼭 다큐멘터리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MBC에서 안정적으로 PD 생활을 이어갔다면 진작 도전했을 텐데, 해고라는 풍파를 겪으며 인생이 꼬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네요. 작년에 북한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며 이 문제를 다시금 깊이 들여다봤고, 덕분에 이번에 첫 번째 다큐멘터리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설렘 덕분에 제작 과정 내내 즐거웠습니다."

- '김정은과 함께 사는 두 가지 길' 2부작은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긴장감이 가장 고조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하며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했고, 우리 안보의 축인 미국 역시 기존의 안보 틀을 계속 흔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해 대북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채택한 전통적인 진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와는 다른 접근 방식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두 가지 관점을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김정은과 함께 사는 두 가지 길'이라는 제목으로 2부작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이 다큐 전 남북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어요?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대북 전단 살포와 드론 비행, 그에 대응한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등이 맞물리며 상당히 위험한 수위까지 치달았습니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한계는 명확합니다.

우리 정부의 유화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의도는 알겠지만 우리 일에 상관하지 마라. 따로 살자'라며 철저히 외면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물론, 9.19 군사합의 복원 등 안정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논의가 절실함에도 북한이 전혀 응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결국 지금이 북한을 과연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 근본적인 방식을 다시금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같은 민주당 계열 정부 출신임에도 결이 다른 해법을 내놓습니다. 이 두 분을 인터뷰이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세현 전 장관님은 전통적인 진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계하고 이행해 온, 북한 문제에 가장 정통한 분입니다. 현 정부의 자문도 맡고 계신 만큼,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인터뷰해야 할 분이었습니다.

반면 송민순 전 장관님은 같은 진보 정부 출신이지만, 2017년 북한 핵 개발 이후 시각의 변화를 보여주시는 분입니다. 국제적 관점이 탁월한 외교 관료로서 그분이 제시하는 새로운 대북 정책의 틀을 시청자들께 들려드리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해 두 분을 선정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깊어

- 정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말한 게 윤석열 정부 때 공식화되어 고착화됐다고 해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일까요? 왜냐면 문재인 정부 때 불만이 이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하거든요.
"윤석열 정부가 후보 시절부터 '선제 타격'을 언급하고 취임 후에도 대결 구도를 지속하며 남북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깊었습니다.

김정은은 핵 개발 이후 정권 유지를 위해 경제 활성화와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남북 교류와 북미 대화에 나섰고,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같은 실질적인 조치를 해주길 기대했죠. 하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유엔 제재라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여건이 허락되면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훨씬 과감한 조치를 원했던 김정은은 여기서 깊은 실망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객관적 상황과 기대치의 괴리가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셈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쓴 회고록을 보면 너무 나이브하게 접근한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들던데.
"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미플루' 지원 건입니다. 당시 북한에 타미플루가 절실해 문재인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고, 이를 트럭에 실어 보내려 했죠. 하지만 DMZ 출입을 관리하는 유엔사가 '약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약을 실은 트럭은 제재 물품'이라며 가로막았습니다. 결국 지원은 무산됐죠.

이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님은 '손수레에 실어서라도 갔어야지,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십니다. 그런 점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미 대화가 성사되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릴 것이라 믿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북미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남북 관계까지 함께 길을 잃고 만 것입니다."

-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 미국을 끝까지 설득해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시작한 거로 알고 미국이 처음부터 해도 된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그럼, 문재인 정부도 미국을 설득해야 했는데 너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한 것 같아요.
"정세현 전 장관님을 비롯해 많은 분이 그렇게 비판하십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당시 유엔 제재는 단순히 미국의 찬반 문제를 넘어 매우 엄중한 사안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를 위반할 경우 한국 자체가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물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의 물꼬를 튼 것은 엄청난 결단이자 성과임이 분명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그런 선례를 따르지 못한 한계는 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그만큼 컸습니다. 문 대통령 본인도 회고록을 통해 '북미 대화가 이렇게 허망하게 어그러질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며 아쉬움과 후회를 밝히기도 했죠."

-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실책 중 하나가 한미워킹그룹 받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정 전 장관님은 당시 한미 워킹그룹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며 이미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실제로 그 이후 남북 관계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되었고, 사사건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하시는 입장입니다."

- 문재인 정부는 왜 한미워킹그륩 받았을 들까요?
"문재인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보다 북미 간 대화를 통해서 핵 문제와 경제 제재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북미 대화에서 큰 돌파구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도 유엔 제재를 하지만 결국은 미국이 쥐고 있는 거니까 풀리는 거고 그렇게 되면 만사가 다 해결된다 이거였지요. 그러니까 미국이 그걸 강력하게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가지고 그걸 우리하고 의논을 하자 하니까 그 요구를 거부하게 되면 미국이 북미 대화 자체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든지 하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정 전 장관은 국가 연합 체제로 가자는 것 같아요. 6.15 남북 공동선언에 있지 않나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 당시에는 남측의 '남북연합'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는 두 체제가 공존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이었죠. 하지만 지금 정 전 장관이 주장하는 핵심은 최종 목표로서의 '통일' 자체를 내려놓자는 것입니다. 즉, 통일을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남북연합' 그 자체를 관계의 최종 종착지로 설정하고 무리한 통일 대신 평화로운 공존을 선택하자는 제안입니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해야

 <뉴스타파> 최승호 PD
<뉴스타파> 최승호 PD이정민

- 송민순 전 장관은 이웃 국가로 살자는 거잖아요. 이웃 국가와 국가연합의 차이는 뭘까요?
"송민순 장관은 남북 연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그러니까 송 장관 생각이 남과 북은 체제와 사상이 다르나 유럽 연합과 같은 형태의 연합으로서 잘 지낸다는 게 어렵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그래서 연합도 필요 없고 그냥 이웃 국가로서 살자는 거예요."

- 송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보다 핵에 대한 의지가 큰 것 같다고 하잖아요. 왜일까요?
"두 지도자가 걸어온 통치 궤적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김정일은 오랜 기간 후계자 수업을 거쳤고 실질적인 통치 기간도 매우 길었습니다. 그의 시대에 핵실험이 시작되긴 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개발 수준이나 속도가 완만한 편이었죠.

반면 김정은은 후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20대의 어린 나이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집권 직후부터 핵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결국 2017년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진행된 핵 개발 속도와 이후 행보를 볼 때, 김정은은 핵을 정권 유지를 위한 가장 강력한 전략적 수단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핵에 대한 집념만큼은 아버지인 김정일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 송민순 장관님의 평가인 것 같습니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결국 미국 때문일까요?
"결국 체제 보장 때문입니다. 북한은 안보적으로 매우 취약합니다. 최강대국인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3대 세습 체제를 유지하려면 강력한 무력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죠. 만약 상대가 핵 없는 한국뿐이었다면 핵 개발 의지가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사례는 북한에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과거 세계 3위의 핵전력을 가졌던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믿고 핵을 포기했지만, 결국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습니다. 핵의 억제력을 뼈저리게 확인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 송 전 장관은 당장 핵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준비는 필요하다는 입장인가요?
"그렇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미국의 '핵우산'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그 약속을 100% 맹신하기에는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불확실한 약속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책임한 안보 전략입니다. 따라서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언제든 최단 시간 내에 핵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입니다."

- 송 전 장관은 북한과 교류가 효과 없다는 건가요?
"교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죠. 현재 북중 관계가 동족애가 아닌 국가 간 이해관계에 기반하듯, 우리도 북한을 철저히 이웃 국가로 대하며 정상적인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른바 '차가운 평화'라고 합니다. 북한조차 원하지 않는 '동족'이라는 인식으로 무조건 도우려 하기보다는 서로의 체제를 흔들지 않는 이웃 국가로서 거리를 두자는 것이죠. 우리가 북한을 외국처럼 대하며 안정적인 '차가운 평화' 상태를 지속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한 남북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핵심 주장입니다."

-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한반도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여전히 동족으로 여기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안보를 뒷받침하던 한미 동맹마저 미국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가 유지해 온 안보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방향'에 맞춰 현실을 해석하고 정책을 세워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공론장에서 치열하게 대화하며 우리가 갈 길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지금처럼 심각하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말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냉철한 현실 인식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최승호 다큐뉴스타파 정세현 송민순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