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의 통합 우승일까 삼성생명의 이변일까

[여자프로농구] 22일부터 시작되는 KB와 삼성생명의 챔피언 결정전 미리보기

여자 프로농구의 플레이오프 제도는 기본적으로 상위팀에게 다소 불공평하다. KBO리그나 V리그는 정규리그 우승팀에게 챔피언 결정전 직행 티켓을 주고 남자프로농구(KBL) 역시 정규리그 1, 2위 팀이 4강 플레이오프로 직행한다. 하지만 여자 프로농구에서 6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정규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오직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홈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밖에 없다.

하지만 WKBL이 단일리그로 통합된 2007-20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7번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까지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무려 14번(82.35%)에 달한다. 아무리 정규리그 우승팀이 봄 농구에서 많은 변수 속에 시리즈를 치르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엔 전력이 가장 앞서는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KB스타즈가 플레이오프에서 '전통의 라이벌' 우리은행 우리WON에게 3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챔프전에 선착했다. KB는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챔프전까지 열흘에 걸친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KB는 챔프전 우승을 마냥 낙관할 수 없다. KB의 챔프전 상대가 바로 5년 전 챔프전에서 KB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업셋의 명수' 삼성생명 블루밍스이기 때문이다.

[KB스타즈] 파죽지세로 'V3'까지 달린다

 박지수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와 베스트5,블록슛상까지 소박하게(?) 3관왕을 차지했다.
박지수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와 베스트5,블록슛상까지 소박하게(?) 3관왕을 차지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부천 하나은행을 1경기 차이로 제치고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B의 플레이오프 상대가 우리은행으로 결정됐을 때 농구팬들은 흥미로운 대진이 성사됐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물론 이번 시즌 성적과 멤버 구성 등은 KB가 한 수 앞서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 WKBL을 양분했던 KB와 우리은행의 라이벌 구도가 워낙 흥미로웠고 봄 농구에서도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엄지와 이명관, 이민지, 세키 나나미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우리은행은 KB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KB는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73-46, 2차전 78-54, 3차전 81-55로 완승을 거두면서 한 번의 위기 없이 가볍게 챔프전 티켓을 따냈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3경기에서 양 팀의 평균 점수 차이가 무려 25.7점이었을 정도로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수식어가 민망해지는 일방적인 시리즈였다.

KB는 정규리그에서 평균 23분21초를 소화하며 출전 시간 관리를 받고도 16.54득점(3위) 10.08리바운드(2위) 2.58어시스트(14위) 1.71블록슛(1위)으로 개인 통산 5번째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국보센터' 박지수가 건재하다. 여기에 국가대표 주장이자 개인 통산 9번째 3점슛 여왕에 등극한 '스테판 이슬' 강이슬 역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개의 3점슛을 폭발하면서 챔프전을 앞두고 슛감을 끌어 올렸다.

두 시즌 연속 어시스트 여왕(6.67개)에 등극한 허예은도 득점 10위(11.60점)와 3점슛 2위(63개), 3점 성공률(37.3%) ,스틸(1.30개) 4위, 공헌도 3위(852.80점)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박지수, 강이슬과 '빅3'로 불리기에 충분한 선수임을 보여줬다. 여기에 3점슛 성공률 1위(38.6%)와 스틸 4위(1.30개)로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인 이채은도 '국대 3인방'에게 집중되는 수비 속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KB는 박지수 입단 후 4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포함해 5번이나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챔프전 우승은 2번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KB의 전력과 KB가 WKBL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KB로서는 박지수와 강이슬, 허예은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번 시즌이야 말로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WKBL의 '절대강자'임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삼성생명 블루밍스] '어게인 2020-2021 시즌' 노린다

 정규리그에서 출전 시간 24분을 기록했던 배혜윤은 플레이오프에서 3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출전 시간 24분을 기록했던 배혜윤은 플레이오프에서 3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20-2021 시즌 삼성생명이 14승16패(승률 .467)로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따냈을 때까지만 해도 봄 농구에서 삼성생명을 주목하는 농구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에게 1패 뒤 연승을 거두며 챔프전에 진출해 신한은행 에스버드에게 연승을 거둔 KB를 만났다. 물론 그 때까지도 대부분의 농구팬들은 KB의 낙승을 예상했다.

챔프전에서 KB를 끈질기게 밀어붙인 삼성생명은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둔 후 안방에서 2연패를 당했지만 5차전에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KB에게 74-57로 승리하면서 짜릿한 '업셋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2006년 여름리그(공교롭게도 당시 챔프전 상대도 KB였다) 이후 15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고 야구와 농구, 배구 종목을 합쳐 역대 가장 낮은 승률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2020-2021 시즌 우승 이후 네 시즌 연속으로 챔프전 무대를 밟지 못하면서 다시 평범한 중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하나은행에게 패하며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패배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2차전부터 전열을 재정비한 삼성생명은 2, 3, 4차전을 연속으로 승리하면서 챔프전 진출 티켓을 따냈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득점 2위(17.40득점)에 오른 이해란이 2차전 34득점을 포함해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17.25득점을 기록하며 봄 농구에서도 삼성생명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3,4차전에서 3점슛 8개를 터트린 강유림의 외곽슛이 살아났고 맏언니 배혜윤 역시 특유의 영리한 플레이로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이렇게 삼성생명은 2020-2021 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KB에게 1승5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5패 중 3패가 15점 차 이상의 큰 점수 차 패배였기 때문에 많은 농구팬들은 이번 챔프전에서도 KB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5년 전 챔프전에서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이변을 만들어내며 우승을 차지했던 전력이 있다. 그리고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삼성생명의 챔프전 파트너는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K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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