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환 소노 감독16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소노-SK 경기. 손창환 소노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창단한 소노는 전신인 오리온과 캐롯의 선수단 및 연고지를 이어받아 프로농구 10구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창단 첫 두 시즌 연속 8위에 그치며 부진했다. 내부적으로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와 잦은 감독교체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소노는 올시즌을 앞두고 전력분석코치를 지냈던 무명의 손창환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깜짝 선임하며 변화를 추구했다. 손 감독은 이정현-켐바오-나이트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빠르고 조직적인 시스템 농구를 표방하며 약체로 꼽히던 소노를 환골탈태시켰다.
소노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하위권인 9위에 머물렀으나 5라운드 이후 지난 2월 14일 울산 현대모비스전부터 3월 25일 서울 SK전까지 창단 후 최다인 10연승을 질주했고, 정규리그 최종성적인 5위(28승 26패) 창단 첫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정현과 켐바오는 각각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까지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6강플레이오프를 앞두고서는 뜻하지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소노의 상대팀은 정규리그 4위 SK였다. 그런데 SK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안양 정관장전을 상대로 '고의 패배와 순위조작' 의혹에 휩싸이면서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만일 SK가 최종전을 이겼다면 정규리그 3위가 되어 6강에서 6위 부산 KCC를 만났을 것이고, 소노의 상대인 4위는 원주 DB가 될 뻔했다. 이를 두고 SK가 스타 선수들이 많은 '슈퍼팀' KCC를 피하고, 정규리그 상대전적(4승 2패 SK)에 앞선 소노를 일부러 상대로 선택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쏟아졌다.
이에 한국농구연맹(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어서 전희철 감독에게 제재금 500만 원, SK 구단에 경고를 내렸다. 전 감독과 SK는 고의성은 부인했지만,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하여 사과하며 결국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만만한 상대' 취급을 받으며 SK에 간택당한 모양새가 되어버린 소노 선수단과 팬들은 일제히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창환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SK가 벌집을 건드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소노의 다짐은 현실이 됐다. 소노 선수들은 강한 동기부여와 투지 넘치는 경기력으로 시리즈 내내 SK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정규시즌 3점슛 성공률 최하위 팀이었던 소노는 6강 1차전에서 무려 2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놀라운 집중력을 과시하며 대승을 거뒀다. 또한 2차전에서는 전반 13점차 열세를 딛고 3쿼터에만 30-7 런을 만들며 역전승을 거뒀다.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재미가 넘치는 소노의 '신바람 농구'에 팬들도 열광했다.
한편으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SK와 비교하여 '정의구현'을 원하는 농구팬들의 여론이, 곧 상대팀인 소노에 대한 응원과 관심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작용했다. 역사가 짧은 소노는 이번 플레이오프 이전까지만 해도 팬덤이 두텁거나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인기 구단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들어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1, 2차전은 원정이었음에도 다수의 소노 팬들이 운집하며 마치 소노의 홈구장이 된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3차전 홈경기가 열린 고양소노아레나에는 구단 역사상 최다인 6120명의 관중이 방문하며 창단 첫 매진을 기록할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이처럼 경기장 안팎과 미디어에서 모두 소노의 승리를 지지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고의 패배 논란 이후 가뜩이나 비난 여론에 시달리며 위축된 SK 선수단에게는 더 큰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손창환 감독은 "선수 구성에 있어서 우리가 SK보다 부족하기에 사실 5차전까지도 갈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훈련할 때부터 발이 안 떨어질 정도로 지쳤는데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 경기장을 매진으로 꽉 채워준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승리의 영광을 돌렸다.
이제 소노는 4강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기적에 도전한다. LG는 정규리그 1위팀이자 지난해에 이어 챔프전 2연패를 노리고 있는 강팀이다. 소노와 LG는 정규리그에서 3승 3패로 호각세를 보였다. 소노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가 6강전을 3경기 만에 마치며 6일간의 달콤한 휴식시간까지 확보했다. 두터운 전력을 자랑하는 LG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소노가 과연 LG마저 잡아내며 또다른 언더독의 반란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양팀의 4강 1차전은 오는 23일 창원에서 시작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