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당겨쓰기, 불펜 보직파괴... 과욕부리다 초토화된 독수리 마운드

이틀 연속 초강수 두고도 연패 못 끊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화 마운드

 1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경문 감독(오른쪽)이 굳은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1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경문 감독(오른쪽)이 굳은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이틀 연속 '1.2 선발투수 당겨쓰기'라는 초강수를 두고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투마카세(투수+오마카세)'식의 원칙없는 보직 파괴, 지는 경기에서 필승조 투입, 수비진의 행복 수비까지, 프로 경기에서 결코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들만 속출한 것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화 마운드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1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경기에서 한화는 삼성 라이온즈에게 1-6으로 패했다. 삼성 선발투수 후라도는 7이닝 6피안타 5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을 손에 넣었다.

이로서 한화(6승 10패)는 지난 10-12일 KIA와의 주말 3연전에 이어, 14-16일 삼성과의 주중 3연전을 모두 내주며 6연패와 2연속 시리즈 스윕패의 수모를 다했다. 반면 삼성(11승 1무 4패)은 NC와 한화를 상대로 쾌조의 6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지켰다.

한화 왕옌청은 불과 4일 휴식만의 등판이었음에도 5이닝 6피안타 3볼넷 6탈삼진 3실점(비자책)으로 나름대로 자기 몫을 해줬다. 하지만 동료들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한화 타선이 후라도에게 꽁꽁 묶인데다 수비에서도 3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왕옌청은 자책점을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음에도 KBO리그 첫 패의 멍에를 써야했다.

대만 출신 아시아쿼터인 왕옌청은 시즌 초반 한화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하여 졸지에 1선발이 됐다. 지난달 2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⅓이닝 5탈삼진 3실점 투구로 1군 커리어 첫 승리를 따낸데 이어, 지난 4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6⅓이닝 4탈삼진 3실점(비자책) 투구로 2연승을 달렸다.

1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불펜의 부진으로 승리를 날렸지만 6이닝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왕옌청은 올시즌 4경기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자책점 1.59라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왕옌청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허용한 10실점 중 절반이 넘는 6실점을 자신이 잘못이 아닌 비자책점으로 내줬을만큼, 마운드 위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악몽의 시작

한화는 마운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1차전에서 총 9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KBO리그 한 경기 역대 최다인 '18개'의 사사구를 허용할 정도의 졸전을 펼친 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날 한화가 허용한 6실점은 상대의 적시타 없이 모두 밀어내기와 폭투로만 내준 실점이었다. 마무리 김서현은 이날 혼자서 무려 7개의 사사구를 내주는 충격적인 부진으로 마무리 자리를 내려놓아야했다.

더구나 이 경기의 부진은 이후의 마운드 운용에도 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김서현의 난조로 당초 2차전 선발 등판이 예상되었던 황준서를 급하게 불펜으로 투입했다. 이로 인하여 15일 경기는 외국인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 16일은 왕옌청이 연이어 하루씩 앞당겨 선발등판해야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2차전 선발 에르난데스는 1회도 버티지 못하고 0.1이닝 7피안타 2볼넷 7실점으로 난타당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4일 휴식만의 등판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부진했던 에르난데스의 시즌 자책점은 4경기만에 9.98(1승 2패)까지 치솟으며 퇴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설상가상 에르난데스가 일찍 무너지면서 한화는, 대체 선발 자원으로 키우려고 했던 황준서를 또다시 롱릴리프로 투입하면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불펜 추격조로 소모해야했다.

3차전에서 한화 마운드의 난맥상은 절정에 달했다. 이번에는 1-5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새 마무리로 낙점된 잭 쿠싱을 비롯하여 정우주, 김종수 등 이른바 필승조로 분류되는 투수들이 잇달아 투입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나왔다. 다음날이 휴식일도 아니고 17일부터 롯데와의 3연전이 예상된 상황에서 굳이 주력 불펜들을 투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화는 이날도 9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물량공세를 펼쳤으나 연패를 끊지는 못했다.

현재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6.27로 리그 최하위다. 삼성과의 이번 3연전 동안에만 총 22명의 투수를 가동했고, 한화 투수들이 허용한 피안타와 사사구의 총합은 나란히 무려 35개씩이었다. 메이저리그로 떠난 지난해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의 공백을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이 메우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여기에 벤치의 무의미한 '당겨쓰기' 운용으로 선발 로테이션마저 덩달아 완전히 꼬여버렸다. 불펜진은 한승혁(KT 위즈), 이태양·김범수(KIA 타이거즈)가 이적한 공백을 메우지 못하며 극도의 부진으로 필승조와 추격조를 원점에서 다시 재구성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서현이 마무리에서 내려오면서 급하게 쿠싱을 임시 마무리로 대신 낙점했지만, KBO리그가 처음인 대체 외국인 선수가 낯선 보직에 얼마나 적응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선발진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돌리면서 앞으로의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재구성해야할지도 난감해졌다. 한화는 일단 17일 경기에서는 박준영을 대체 선발로 낙점했다. 7일 SSG전 이후 잠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노장 류현진은 18일 경기부터 투입이 가능하다.

야수진도 빨간불... 부산에서 연패 끊을 수 있을까

 1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 초 역투한 왕옌청이 삼성 강민호가 유격수 병살타 아웃되자 안도하고 있다. 2026.4.16
1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 초 역투한 왕옌청이 삼성 강민호가 유격수 병살타 아웃되자 안도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마운드에 가려졌지만 야수진도 곳곳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초 한화와 307억 대형계약을 체결한 4번타자 노시환이 충격적인 1할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김경문 감독이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신인 오재원 카드도 얼마가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 가뜩한 불안한 마운드에 수비도 투수들을 지원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 시즌 한화는 22개의 실책으로 리그 최다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준비했던 '플랜A' 운용 구상은 개막 20경기도 되기전에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다.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을 향한 비판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화의 전력이 지난해보다 약해진 것은 부정할수 없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김경문 감독의 오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서현이 7개의 사사구를 내줄때까지 교체하지 않은 장면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트라우마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지고 있는 경기에서 황준서나 잭 쿠싱을 무의미하게 투입하여 다음날 마운드 운용까지 꼬이게 만드는 미치는 등, 일관성도 원칙도 없는 마운드 운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시즌 개막 후 한화는 11경기 연속 홈 경기 매진에 성공했지만, 경기력과 성적은 팬들의 열정적인 성원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한화는 부산으로 이동하여 오는 17일부터 롯데 자이언츠와 주말 3연전을 통하여 연패 탈출을 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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